경제 대국 독일 ‘유럽의 병자’로 후퇴하나···경기 부진 탈출 어렵다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이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0년대 초반 ‘유럽의 병자’ 신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가 크다는 점에서 독일 경제는 한국과 구조적 공통점이 많아 한국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 진형태·정다혜 조사역, 김민수 과장이 쓴 ‘최근 독일경제 부진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독일은 지난해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뒤, 올 2분기에도 제로 성장에 그쳐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0.3%로 전망했는데, 주요 7개국(G7) 국가중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경제는 1990년 통일 이후 고질적인 고실업·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해 2000년대 초반 ‘유럽의 병자’로 불렸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실업률이 크게 하락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이 살아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는 ‘경제의 슈퍼 스타’로 부상했다.
최근 독일 경제가 부진에 빠진 배경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의 충격이 컸던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효과 및 중국의 수요 둔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수출입 합산 기준으로 7년 연속 독일과의 교역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크면서도 미래성장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이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은 소득 수준에 비해 제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세계 4위에 달한다. 보고서는 “투자성과가 대부분 자동차, 전자기계 등 기존산업에 집중돼있다”며 “특히 전기차·자율주행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상황에서도 내연기관의 비중이 높아 과거의 지배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이 부족한 노동력을 고령층 및 저숙련 이민자 유입에 의존한 점도 고숙련 근로자의 부족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000년대 중반부터 동유럽 및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장려했고, 고령층(55~64세)의 노동시자 참가율은 2018년 73%로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독일의 사용 가능여부 등과 함께 고숙련 노동자를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일의 이같은 경제구조는 한국과도 공통점이 많아 결코 남의 나라 문제로 치부하기어렵다. 보고서는 “독일과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경제의 부상에 힘입어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유지되고, 최근 우리나라의 고령층이 노동공급 증가세를 견인하는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독일 노동시장 상황과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보고서는 “양호한 고숙련 근로자 기반을 활용하여 첨단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친환경 전환을 성장잠재력 확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 등의 정책방안을 마련하여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고숙련·저숙련 노동자별 수급상황에 맞춘 균형 있는 대응이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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