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경하러 와"…비정규직 여성 40% 성희롱 겪어
#1. 워크숍 술자리에서 센터장이 제 허벅지에 손을 올렸습니다. 다른 팀장은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추자며 허리를 잡았습니다. 뿌리쳤지만 “왜 그러냐”며 잡아끌어 몸을 밀착시켰습니다. 또 출산 후 복직한 다른 여직원을 훑어보며 “남편이 잘해주냐”, “왜 이렇게 날씬하냐”며 몸을 갑자기 만지기도 했습니다.
#2. 남성 팀장과 출장을 가는 중 팀장이 본인 집을 구경시켜준다며 집에 같이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너무 무섭고 겁이 났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올라가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다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팀장은 제게 집을 구경시켜준다며 저를 침실로 데려갔고, 그 공간이 너무 무섭고 떨려서 도망쳤습니다. 해당 팀장과 둘이 출장을 갈 때가 많은데, 갓 들어온 회사에 신고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직무 특성상 부서를 이동할 수도 없어 묵인하고 넘어갔습니다.
3일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10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스토킹 등 직장 내 성범죄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60명(26%)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성의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은 35.2%로 남성(18.9%)보다 높았는데, 비정규직 여성의 성희롱 경험 응답은 38.4%였다. 10명 중 4명이 하루 중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성희롱을 겪는 셈이다.
성희롱 행위자는 임원 외 상급자가 124명(4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대표·임원·경영진 등 사용자(56명·21.5%) ▲비슷한 직급 동료(53명·20.4%) 순이었다.
성희롱을 당했을 때 대응(중복응답)으로는 대부분 ‘참거나 모르는 척’ 한다는 응답이 217명으로, 83.5%로 나타났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자도 17.3%(45명)로 집계됐다.
직장 내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겪은 직장인도 151명(15.1%)이었다. 이 중 여성(24.1%)이 남성(8.1%)의 3배, 비정규직(22.3%)이 정규직(10.3%)의 2배에 달했다. 비정규직 여성은 10명 중 3명(29.7%)이 직장 내 성추행·성폭행을 겪었다. 여성의 경우 행위자의 96.2%가 ‘남성’이라고 응답했으며 남성도 43.5%가 ‘남성’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는 스토킹 피해 경험도 있었다. 이 중 여성 응답자 84.1%는 스토킹 행위자가 남성이라 답했고, 남성은 38.9%가 ‘남성과 여성’, 19.4%가 남성이라 답했다.
이처럼 일터 약자가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행위자 처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가 행위자일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접수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사업주의 성희롱) 신고 1천46건 중 성희롱 인정은 129건으로 12.3%에 불과했다.
성희롱을 한 사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7.6%(80건)뿐이었다.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법적인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조차 하지 않고 행정종결 처리를 한 경우도 38%(49건)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 스토킹, 성추행·성폭행과 같은 직장 내 성범죄는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으로 분석된다”며 “젠더폭력 예방을 위해선 시간 때우기식 교육이 아닌, 성차별적 조직문화 문제를 짚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 신고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성범죄가 일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신뢰수준은 95%이며 표본오차 ±3.1%포인트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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