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잘 꾸민 반월시화 산단에는 청년들도 찾아요"
2009년부터 산업부 구조고도화사업
[안산=뉴시스]이승주 기자 = "화학 기반의 제조업과 수도권 인프라가 필요하다 보니 반월 산업단지를 떠날 수 없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젊은 인력 채용도 시급했다. 하지만 반월 산단에서 이 같은 인력채용은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대표님이 이곳을 분양 받으신 것 같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우주텍'의 조형진 사업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반월국가산업단지 안산스마트스퀘어 지식산업센터 내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우주텍은 국내 최초 프리미엄 오가닉 메리노울로 신발을 만드는 직원수 30명 규모의 기업이다.
우주텍 내부는 반월산단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광명역부터 버스를 타고 지나쳐온 반월산단은 그야말로 회색빛 '공업지대'였다. 낮은 단층 건물 사이사이로 빼곡히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를 지나치자 우뚝 솟은 건물 안산스마트스퀘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1·2층은 여느 몰을 연상시키는 카페와 은행, 식당 등 편의시설이 즐비했다. 층고는 여느 지식산업센터와 달리 매우 높았고 층층과 문 앞마다 트럭도 가능할 정도의 주차공간이 확보됐다. 그 중 우주텍의 문을 여니 따뜻한 조명과 커피 바, 복층으로 꾸며진 실내가 언뜻 보면 힙한 커피숍을 연상케 했다.
반월산단은 인접한 시화산단과 함께 수도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최대 집적단지로 형성됐다. 전국 국가 산단 중 두 번째로 큰 면적과 지난해 말 기준 입주·고용 기준 최다 규모다. 특히 지난 1977년 처음 조성된 반월산단은 그 오랜 기간 만큼 낙후돼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산단환경개선사업 수요조사 결과 응답자의 31.2%가 대중교통과 주차장 확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때문에 청년들이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종사자는 전체 종사자의 12.4%에 불과하다.
반월시화(MTV)국가산단의 스마트허브경영자협회 최철호 회장은 "직선 한 방향으로만 다니고 산단공에서 지원하는 버스도 1시간에 한 대 꼴이니 반월시화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있겠나"라며 "직원들 대부분도 대중교통보다 자차를 끌고 다니니 주차문제도 심각하며 편의시설도 부족해 삶의 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9년 이곳을 스마트산단선도단지로 지정하고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안산스마트스퀘어는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민간 투자 3282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13층, 총 1339호실 규모로 탈바꿈한 결과 현재 841개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조 본부장은 "반월산단에 있는 다른 작은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좋은 작업 환경과 시설을 갖춰야 직원 만족도도 높고 퍼포먼스도 날 것으로 판단한 대표님이 (이곳을 분양받고 내부를 꾸민 결과) 현재는 40~50대보다 20~30대 직원 비중이 더 높다. 코로나19 때 힘든 점도 있었지만 현재는 인터넷 평점도 높고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이처럼 시화반월 산단은 탈바꿈 중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비와 민간 자본을 투입해 산단 환경 개선작업을 추진한 결과 현재 14개 프로젝트는 완료했으며 20개는 진행 중이다.
물론 복합문화센터 건립사업은 지난해 7월 성공리에 완료, 산단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문화스포츠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019년 국비·지방비 총 40억8000만원을 투입해 건물 지하 2층 일부를 리모델링해서 문화센터와 체육시설을 조성한 프로젝트다. 공장만 즐비한 산단에 문화체육시설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부분이다.
아울러 낙후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해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 복합시설도 짓고 있다. 지난 2018년 시작해 오는 2024년 완공을 앞둔 '안산 KDT지식산업센터 융복합시설 건립사업'이 추진 중이다.
산단공 소유의 물류창고 부지를 민간에서 매입, 토지용도 변경을 거쳐 시행사인 케이디티홀딩스와 건설사 이안종합건설에서 사업을 맡고 있다.
최기창 케이디티홀딩스 상무는 취재진에게 "오피스텔을 분양 받은 법인의 경우 기숙사 용도로 매입한 것 같다. 출퇴근 하기 어려운 직원들을 위한 복지용 아닐까 싶다"며 "현재 지식산업센터는 100%, 오피스텔 95%, 상가 절반 정도 분양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완공되면 청년 직원들의 주거난과 편의시설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산단에 청년들이 더 많이 찾아들려면 이같은 민간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필요도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지만 사업을 맡게 된 배경으로 정부 사업의 안정성을 꼽았다. 최 상무는 "정부 사업인 만큼 수익성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두게 됐다"며 "정부에서 출자하는 만큼 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하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계자들이 볼 때 사업 안정성이 구축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민간 프로젝트보다 사업 기간이 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사업자에게는 비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조금씩 서류 작업 등을 간소화해서 다소 단축된다면 민간 참여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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