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조 사업장 13%, '월급받는 노조전임' 한도 어겼다

고홍주 기자 2023. 9. 3.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용부, 480개소 대상 3개월간 타임오프제 조사
시간한도 2.9배·면제자한도 283명 초과 사례도
9월내 200개소 대상 기획감독…"상시감독할 것"
[진주=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달 28일 오전 경남 진주시청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경남 서부권 레미콘 조합원 500여명이 집회를 하고 있다.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2023.08.28. con@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1000명 이상의 노조를 둔 전국 사업장의 13%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000명 이상의 유노조 사업장 480개소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면제제도인 이른바 '타임오프제'를 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 전임자의 노조 활동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노조 전임자 급여를 사측이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고 이를 빌미로 사측이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2010년 타임오프제가 도입됐으나 여전히 타임오프제 관련 노사간·노노간 갈등이 계속돼 고용부가 지난 5월 31일부터 3개월간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834명이었다. 사업장 1곳당 평균 8.0명이다. 무급 노조 전임자는 762명, 상급단체 파견자는 총 94명이었다.

연간 면제시간은 총 450여만 시간이며 사업장 평균 9387시간이었다.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는 112억여원, 1인당 평균 637만6000원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법령에 위반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현행법상 한 사업장당 근로시간 면제자는 최대 48명을 둘 수 있고, 연간 면제시간은 4만6800시간 이내다.

하지만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장은 63개소(13.1%)였다. 이 중 법적 기준을 약 2.9배 초과해 6만3948시간을 인정하는 사업장도 있었다. 근로시간 면제자가 315명으로 면제한도를 283명이나 초과한 사례도 발견됐다. 인원을 초과한 사업장은 38개소(7.9%), 시간을 초과한 사업장은 43개소(9.0%), 인원과 시간 모두 초과한 사업장은 18개소(3.8%)였다.

여기에 무급 노조 전임자임에도 사측이 일부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조 사무실의 급여를 지원한 사업장 9곳도 있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8.28. kgb@newsis.com

위법소지가 있어 세부적인 점검이 필요한 사례로는 면제자에게만 전임자수당, 업무수행수당 등 명목으로 특별수당을 지급한 경우가 발견됐다. 한 에너지기업은 면제자에게 매월 고정OT(OverTime·추가근무)수당으로 196만7000원을 지급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면제자에게만 특별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37개소(7.7%) 있었다.

면제자에게 면제 시간 차감 없이 별도의 유급조합 활동을 인정한 사업장도 80개소(16.7%) 발견됐다. 부산 소재 한 서비스업체 A사가 대표적이다. 면제시간이 9832시간임에도 면제자에게 면제시간 차감없이 별도로 6248시간(63.5%)의 유급조합활동을 인정했다.

또 사측이 노조 운영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265개소(55.2%)였는데 사무실 유지비를 원조하는 사례가 152개소(32.1%), 대의원대회·워크숍 비용 지원이 50개소(10.6%), 창립기념일·체육행사 지원이 47개소(9.9%), 차량지원이 46개소(9.7%) 순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용 차량 12대를 지급하거나 노조위원장의 대리운전비 300여만원을 지원한 사례 등도 있었다.

다만 이같은 운영비 지원이 모두 위법은 아니다. 고용부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 횟수와 시간 ▲금액과 원조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조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 관리방법 및 사용처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그동안 적극적인 실태조사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노사 자율에만 맡겨져 있었다"며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내 운영 중인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에서 논의된 결과를 반영해 사용자의 노조 운영비 원조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는 위법 사례가 다수 확인됨에 따라 이달부터 공공부문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등 약 200개소를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에 들어간다. 특히 이번 감독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상시 점검·감독 체계를 구축해 산업현장의 불법·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인정하거나 노동조합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가 중소기업,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근로감독 등을 통해 엄정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