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기술’이라더니…현실 반영 못하는 나노기술촉진법

이병철 기자 2023. 9.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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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나노기술 발전을 위해 2002년 '나노기술개발 촉진법(나노기술법)'이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노기술이 국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법 개정과 적극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한 법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법 집행으로 국내 나노기술과 관련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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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 육성 위한 ‘나노기술개발 촉진법’ 2002년 제정
나노팹센터, 나노기술 영향평가 관련 규정 집행 미흡
20년째 실질적 개정도 없어 현실 적용 어려워
최신 반도체의 시제품을 제조하는 KAIST 나노팹(fab)의 모습./조선DB

국내 나노기술 발전을 위해 2002년 ‘나노기술개발 촉진법(나노기술법)’이 시행됐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노기술이 국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법 개정과 적극적인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과학계에 따르면 나노기술법에서 규정한 나노팹센터의 운영과 설립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 수준의 초미세 물질을 다루는 기술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의료기기 같은 첨단 산업에 쓰이는 소재와 생산 공정에 주로 활용된다. 경제적 가치가 큰 만큼 전 세계 각국에서는 나노기술을 국가 주요 기술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2000년 국가나노기술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한국도 2001년 국가나노기술개발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나노기술법에서는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전문인력 양성, 연구시설 확충, 실용화 지원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나노기술법에 따르면 나노팹센터는 법인으로 설립해 운영해야 하지만 전국 14개 나노팹 중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곳은 한국나노기술원이 유일하다. 나머지 13곳의 나노팹은 연구기관·대학의 부설기관이나 부서 형태로 운영 중이다. 나노팹은 연구 장비를 개방해 관련 연구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나노팹의 초기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연구기관의 부설기관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설립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분리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다. 심지어 연구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노팹을 운영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나노팹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처음 들었다”며 “별도 법인 분리는 내부적으로 한 번도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나노기술의 발전과 산업화가 경제·사회·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나노기술 영향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노기술법에서는 나노기술 영향평가를 통해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8년새 평가가 이뤄진 것은 2019년 단 한 차례에 머문다. 나노기술법이 마련된 후 7차례의 정책 연구가 이뤄졌을 뿐, 정책 반영을 위한 정부의 영향평가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서 나노기술이 갖는 중요성은 다른 나라보다 크다. 하지만 정작 법 집행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노기술법의 실질적인 개정 작업도 20년 넘게 이뤄지지 않아 현실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집행이 어려운 만큼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한 법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법 집행으로 국내 나노기술과 관련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노팹 관계자들은 현행법을 그대로 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관련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한 나노팹 관계자는 “대다수 나노팹은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을 때 운영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재 법 체계를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해외에서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그동안 관심과 예산 지원이 미흡했다”며 “최근 다시 전 세계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법안을 재정비하고 실질적인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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