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밭일하는 어르신…온열질환 사망, 스마트 기기로 막는다

김보미 기자 2023. 9.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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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가 넘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던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시민이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올 여름 폭염에 밭일하던 어르신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 온열질환 사고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응급상황 대비 기술을 보급·확산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취약계층 안전 관리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와 스마트 워치 등을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과 실시간 대처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이는 올 여름 대기·해수면 온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승을 부린 폭염이 내년 여름에도 이어질 전망인 데다 엘니뇨 현상과 중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취약계층 보호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보조 수단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스마트 워치와 같이 착용형 기기를 활용해 심박 수·피부 온도 등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피부 온도, 심박수 변동 등이 기준치를 넘어 이상 신호가 감지될 경우 착용자에게 경고를 보내 위험 상황임을 알리는 식이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급격한 이상 심박 수 등이 감지되면 사전 연결된 보호자에 즉시 위치를 전송하는 경고 시스템도 갖춘다.

지난달 2일 오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 현장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표시된다. 연합뉴스

이 같은 응급상황 대비 대상은 고령층 농업종사자, 현장 근로자, 재해 취약계층이다. 농식품부·농진청은 매년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고령층 농업인, 고용부는 건설 현장 등 야외 작업자, 복지부는 고령층 1인가구와 쪽방촌 주민·노숙인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

이어 이달 내 지자체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내년부터 스마트 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지역별로 이장, 통장, 생활지도사, 지역자율방재단에 상황을 전달해 빠른 구조로 이어지는 긴급대응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2684명으로 2020~2022년 연평균 발생 환자(1339명)의 2배에 달했다. 사망자(추정치)도 31명에 이른다. 발생 장소를 보면 야외 작업장(32.9%)이 가장 많고, 논밭(14.2%)이 뒤를 잇는다.

열로 인한 급성질환인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열탈진과 열사병이 대표적이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기후변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폭염재난 대책을 마련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며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관리와 함께 인명 피해를 막을 과학적인 대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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