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상 전문가' 고교생 꿈 실은 헬륨 풍선 우주서 지구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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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번 실패했던 탓에 올해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환호성을 질렀죠. 이번에는 꼭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영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항공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2학년 김민규 군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강경수 교장도 "대학생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 기특하다"며 "다양한 체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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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33㎞ 상공 거제·대마도 촬영
학생 "꿈 위해 학업 병행 한 달여 준비"
교사 "색다른 경험 사고 넓히는 데 도움"
“지난해 한번 실패했던 탓에 올해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환호성을 질렀죠. 이번에는 꼭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영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지난달 5일 오전 11시 경남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 한 공터. 김해 분성고 3학년 최세영 군은 헬륨가스를 가득 채운 대용량 풍선을 하늘로 띄운 그날을 회상했다. 분성고 과학동아리 ‘에어크래프트(AIRCRAFT)’ 소속 학생 11명과 한병현(33) 지도교사가 지난 6월 중순부터 꼬박 한 달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는 날이었다.
열부터 하나까지 초읽기 한 뒤 2학년 방진석 군의 손을 떠난 풍선은 이들의 꿈을 싣고 성층권인 상공 33㎞까지 도달했다. 무게 1.2㎏에 달하는 풍선에는 헬륨가스 47ℓ가 담겼다. 풍선 아래 부착한 스티로폼 박스에는 액션캠과 GPS, 대기압·오존·자외선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됐다.
풍선은 1시간40분가량 활공하다 압력에 의해 터졌다. 그 직후 박스에 달린 낙하산이 설계한 대로 펼쳐졌고 바람을 타고 천천히 하강했다. GPS 신호는 상승 지점에서 100㎞ 떨어진 의령군 의령읍 무전리 일대를 가리켰다. 학생들은 1시간30분에 걸친 수색 끝에 비닐하우스 옆에 떨어진 낙하물을 발견했다. 상에는 거제시와 남해군,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이날 현장에는 최세영·방진석·김준호 군 등 학생 3명과 한 교사만 참석했다. 1학년 정광식·이준우·서영우 군, 2학년 유민형·박치윤·박기영 군 등 나머지 학생은 학업과 차량 이동 여건 때문에 SNS 실시간 방송을 통해 현장을 지켜보며 응원했다.
그러나 헬륨가스 양과 대기와의 관계, 상승·하강 속도 등을 계산해 발사체를 만드는 만만찮은 일에는 모든 구성원이 힘을 보탰다. 학생 대다수는 우주, 항공, 기상 분야에 진출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동아리에 모였다. 이는 학업을 병행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험을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 됐다.
기상학자가 꿈인 1학년 김래원 군은 3일 “성층권에서 영하 50도까지 버텨야 하는데 실험할 방법이 없어 영하 20도 냉동고에 10시간 동안 놔두기도 했다”며 “힘들었지만 성공으로 보상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항공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2학년 김민규 군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실험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각종 센서를 제어하는 아두이노 보드 등 일부 부품은 해외에서 공수했다. 헬륨 가스 업체는 경기도에서 섭외했고 당일 현장에서 도움을 줬다. 100만 원가량의 비용은 학교 측이 지원했다.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 이들은 또 다른 실험을 계획한다. KF-21을 본뜬 무인 항공기가 스스로 이착륙하고 입력한 경로대로 비행하는 프로젝트다. 고체 연료를 이용한 로켓 발사도 준비한다.
한 교사는 “대단한 성과나 알려지기를 바라며 지도 활동을 한 건 아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사고의 폭을 넓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강경수 교장도 “대학생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 기특하다”며 “다양한 체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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