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전북 군산 교사 숨져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30개교 임시휴교 계획 교사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후 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얼마나 앞이 안보였으면 또 두명의 교사가 떠났겠나요.”
16년차 초등학교 교사 김모(42)씨는 최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에서 2명의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외침에도 교육계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또 삶의 끈을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결집하는 분위기다. 교사커뮤니티에서도 연가·병가·재량휴업을 통해 ‘우회 파업’을 진행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내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교사들은 ‘공교육 정상화까지 함께한다’고 외치고 있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학부모·교육당국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교육 관련 법안·정책 추진 과정 교사 참여 의무화 등 8가지다.
특히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5의 법안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행위의 범위와 해석이 모호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추모일 임시휴업을 계획한 학교는 1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30곳에 달한다.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휴업계획을 취소한 교원들은 4일 오후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모임은 당일 오전에 숨진 교사가 소속된 학교 앞에서 개별 추모활동을 하고 오후 4시30분부터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갖는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세종시교육청은 교육청사 내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세종교육 공동체 다짐 선언을 한다. 강원도교육청도 청사내 순직교직원상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헌화용 국화꽃을 비치한다.
전남도교육청은 오후 5시부터 추모 집회를 열기로 하고, 추모 집회 참석 교사를 위한 차량도 지원할 예정이다. 경북도교육청 역시 오후 6시30분부터 ‘공교육 회복의 날’ 다짐식을 열고 자체적으로 추모식을 연다. 일부 교육청은 집회 참석 교사들에게 출장처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역에서 근무 중인 7년차 초등교사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과연 누구냐”고 반문한 뒤 “선생님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공교육을 멈추게 만드는 사람들을 벌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를 보호하는 게 진정한 법과 원칙”이라며 교사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3일 오전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지난달 31일 숨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38)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6학년 담임을 맡은 A씨는 지난 3월부터는 연가와 병가를 써오다 질병휴직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났다. 담임을 맡은 후 업무에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동료교사들은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발인식에 참석, 유족에게 “선생님이 고통받은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마시라”고 약속했다.
전북 군산에서도 지난 1일 교사 B씨가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산해양경찰서는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 측은 고인이 ‘업무과다’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황과 동기는 조사 중인 사안으로,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