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야구대표팀이라고? 문동주·노시환이 있다
베테랑 선수들 제외하고 군 미필자 위주로 선발…부상·부진에 허덕이기도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국가대표는 모든 스포츠 선수의 꿈이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더 달고 싶은 태극마크가 있다.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겨루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가 아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올림픽 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병역 혜택이 걸려 있다. 메달을 통해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 FA 대박 등을 노려볼 수 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FA 자격을 따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이후 다시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은 더욱 간절해졌다. WBC에는 병역 혜택이 없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 KBO리그 진행
지난 6월초 발표된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군 미필자로 이뤄져 있다. 김형준(NC), 이정후(키움), 고우석(LG), 박성한(SSG), 최원준(KIA)을 제외하고 24명 대표팀 선수 중 19명이 군 미필자다. 이정후가 부상으로 낙마한 상태여서 군 미필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프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이 가능해진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기간에 KBO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터라 군 미필자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리그 경기 때라서 한 팀에서 너무 많은 선수를 차출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국내 리그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구단별로 최대 3명까지만 뽑았다.
예전과 달리 리그가 중단되지 않는 이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관련이 있다. 당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축하받지는 못했다. 오지환(LG) 등 일부 대표팀 백업 선수들의 발탁을 두고 논란이 일었고,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나가야 했다. 이후 아시안게임 때는 일본프로야구(NPB)와 마찬가지로 리그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최정예 선수 선발이 어려워진 셈이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독립리그 선수들 위주로 내보낸다.
팀 주전급 선수가 나서지 못하면서 포수 포지션이 제일 약해졌다. 10개 구단 주전 포수들이 전부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 김형준, 김동헌(키움) 등 백업 포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됐다. 김동헌의 경우는 올해 프로에 입단한 신인 포수다. 조계현 위원장은 "포수가 가장 고민이 많았다"면서 "25세 미만으로 하다 보니 경험 많은 선수가 많지 않았다. 김형준은 충분한 활약으로 검증됐고, 김동헌은 아직 어리지만 3년 후 WBC까지 본다면 육성 차원에서 키워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동헌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의 류현진 이후 처음으로 신인 선수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주전 포수 마스크는 김형준이 쓰게 된다.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21명과 30세 미만의 와일드카드 3명(롯데 박세웅, NC 구창모, 최원준)으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국제대회 경험치가 부족한 면도 있다. KBO는 도쿄올림픽(4위), 2023 WBC(1라운드 탈락) 부진을 계기로 세대교체와 성적 두 가지를 모두 고민했고, 지금과 같은 대표팀이 꾸려졌다. 박세웅과 구창모의 경우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곧바로 군에 입대해야만 하는 처지다. 최원준은 올해 상무를 제대해 군 복무를 마친 상태다.
가장 나이 어린 마산용마고 우완 투수 장현석은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발탁"됐다. 역대 한국 고교 야구 선수 중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가 된다. 시속 155km 안팎의 강속구를 던지는 장현석은 구위·속도·경기운용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는데, 항저우에서는 중간 계투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는 고심 끝에 올해 KBO 신인 드래프트를 고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구단과 90만 달러에 계약했다. 금메달을 따면 병역 이행 고민 없이 빅리그 데뷔에 도전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야구 대표팀은 역대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팀 중심 타자 역할을 수행했을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이정후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타선이 약해졌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 또한 현재 재활 중이어서 아시안게임 전까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곽빈(두산)이나 나균안(롯데) 또한 시즌 초반과 같은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할 사이드암 정우영(LG)도 안 좋다. 도쿄올림픽과 WBC에서 괜찮은 타격을 보여준 강백호(KT)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그나마 리그 홈런 1위 노시환(한화)이 있고 신인왕에 도전하는 문동주(한화)가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게 다행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대만…美 마이너리거 대거 합류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8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상위 1·2위 팀이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각각 다른 조의 1·2위 팀과 맞붙게 된다. 슈퍼라운드는 조별리그 성적을 그대로 안고 치르는데 최종 1·2위가 금메달 결정전을 하게 된다. 세계랭킹만 놓고 보면 한국(세계 4위)은 일본(세계 1위)보다는 대만(세계 5위)과 같은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이겨야만 1승을 안고 슈퍼라운드에서 유리할 수 있는데 대만의 경우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대거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한국은 2018년 아시안게임 때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패해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올랐고, 다행히 슈퍼라운드에서 일본, 중국을 꺾으면서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은 주전 선수들을 리그 최정예로 꾸리고, 백업 선수들은 병역 혜택이 필요한 선수들로 채웠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은 늘 그렇게 해왔다.
한국 야구는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2006년 도하 대회(동메달) 때를 제외하고 전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이번에 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한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대회이자 2026 WBC를 위해 초석을 다지는 대회가 될 것"이라면서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야구 대표팀은 9월23일께 소집돼 국내 훈련을 마친 후 중국 항저우로 출국할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 펼쳐진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며칠 후 KBO리그는 포스트 시즌에 돌입한다. 대표팀 성적에 따라 가을야구 분위기도 사뭇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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