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누가 윤 대통령에게 ‘망토 안 입었다’ 말해줘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발 ‘이념 전쟁’ 논란으로 치달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해 “누군가는 (윤 대통령에게) ‘지금 망토 안 입고 계세요’라고 계속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윤 대통령과 주변인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치맥(치킨+맥주) 페스티벌에서 이같이 말하며 “근데 지금 본인(윤 대통령)은 망토 좋은 거 입었다고 착각하고 계신다. 왜냐하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런 망토 처음 본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데르센 동화 속 임금님은 ‘특정인의 눈에만 보이는 망토를 입혀드렸다’는 재단사들 주장에 속아 망토를 입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해 우스갯거리가 된다.
이 전 대표는 “김좌진 장군 손주이자 완전 보수 인사인 김을동 (전) 의원마저 반대할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 온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역사 전쟁을 벌인다는 생각이 안 들고 어디선가 그냥 누가 듣고 질러봤는데 수습이 안 되니 계속 밀고 나가는 것 같다”며 “전쟁을 벌이려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하는데, 뭘 하자는 건지를 제가 몰라서 황당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정부·여당의 대응도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계속 과학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치킨을 집어서 바닥에 문대고 진흙을 바른 뒤 ‘여러분 드셔도 안전합니다’ (한다면) 먹고 돌아가실 리는 없다. 그런데 이걸 먹고 싶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기분이 좋냐는 건 별개인데 문제를 굉장히 혼동해서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가라앉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당내 주류를 향해선 “윤핵관을 보면 열 받아서 보수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요즘 정치하는 분들 참 말들이 없다. 공천받겠다고 맹종 모드로 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나올 것”이라며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은 그런 분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장예찬 최고위원을 거명하며 “젊은 사람이 정치적으로 윤석열 정부 내에서 뜨려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살면 잘된다는 본보기가 서게 되면 보수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누구도 대통령한테 다른 소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자신의 대구 동구을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만약 대구에 가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 해도 왜 동구을이겠나. 가장 나쁜 분을 골라서 붙어야 하지 않겠나”며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 노원병에 안 나가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제가 하나의 목표를 삼고 거기에 대해 노력하면 윤핵관들은 그걸 막겠다고 달려드는 분들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선 “젊은 사람들과 감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자기에게 공천을 줄 수 있는, 나이 든 당원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연령 조정) (이슈를) 건드린다거나, 여기저기 관변단체에 나가는 돈을 줄인다고 한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홍준표계’는 전부 배신해서 윤핵관이 됐다. 지난 대선 때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홍 대표에게 ‘왜 저런답니까’ 그랬더니 ‘이 대표, 배현진이는 연락 안된다 이제’(라고 말하더라)”며 “홍 대표는 야인시대 스라소니 같이 살아오신 분이다. 각자 위치에서 아주 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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