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의 돌파구는?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초유의 재생에너지 전면 중단 사태
2023년 7월 3일, 윤석열 정부 국무조정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2차 점검결과 총 5359건, 5824억 원 규모의 위법·부적정 집행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404억 원은 환수 요구하고, 626건은 수사 의뢰, 85건은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검찰은 7월 26일, 새만금 태양광 발전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군산시청을, 7월 28일에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태안군청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전기요금의 3.7%를 따로 떼어 말 그대로 미래의 전력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금을 말합니다. 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발전소 주변지역을 지원하는 사업에 쓰입니다.
위법과 비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고 잘한 일입니다. 사실 버섯재배사라고 지어놓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 높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면서 실제 버섯은 재배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에너지공단의 금융지원 사업으로 태양광을 건설하면서 10%의 자부담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허위로 시공 단가를 더 부풀려 대출을 받는 것도 거의 관행처럼 굳어져 일반화되어 있었습니다. 태양광 떳다방 업체들의 전화를 안받아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부 사기성 태양광 업체들도 극성을 부렸습니다. 오죽하면 에너지공단에서 태양광 사기 피해 주의보까지 발령할 지경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리 수사와 처벌과는 별도로 윤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22년 10월, 금감원이 문재인정부정부 때의 민간 금융기관 태양광 대출‧펀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한국의 태양광 PF는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설비투자비의 금융 지원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민간 은행의 태양광 대출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나서서 전수 조사하는 마당에 어떤 금융기관이 태양광 PF를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태양광을 비롯한 한국의 재생에너지 신규 사업 전체가 모두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윤석열정부 아래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굳이 영어로 표현하면 올스톱입니다.
2022년의 태양광 신규 설비용량 3003MW는 이미 윤정부 이전에 허가를 받아 건설된 태양광 설비용량입니다. 윤정부 들어서 메가와트 단위의 태양광 신규 허가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비상 걸린 기후재난, 비상걸린 미래
태양광 전면 중단 사태로 당장 비상이 걸린 건 수출 대기업들입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한자리 수인 7.15%(2021년)로 최하위입니다. 글로벌 RE100 기업들이 제품의 납품 조건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이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RE100 실행 글로벌 기업 가운데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미국이나 유럽 등의 공장에서 비율을 맞춰 납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 또한 해외로 날아갑니다.
윤석열 정부가 삼성, 현대, 엘지, SK 등 재벌대기업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공장의 신규 건설에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는데도 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재생에너지 때문입니다.
이율배반의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옥 문을 열었다가 금방 다시 닫았다가 또 열었다 닫았다 하니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는 답답한 곤경에 처하고 만 것입니다.
오죽하면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이 2022년 11월 25일 대표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강력히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을 정도입니다. 서한 내용을 보면 에너지전환의 시대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일종의 조롱에 가깝습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의 대기업들이 클라이밋그룹을 통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축소와 중단 정책으로 심각한 수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감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중 등 전세계가 지금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체제 전환에 사활을 걸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과속스캔들이 일어날 지경입니다.
2022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보고서는 재생에너지가 성장의 ‘터보엔진’을 달고 있다고까지 표현했습니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 5년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2400기가와트(GW)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설치한 재생에너지 용량과 같습니다. 태양광은 현재 용량의 거의 3배인 1500GW나 증가해 석탄을 제치고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1GW는 원전 1기의 용량입니다.
더구나 미국 유럽에서는 벌써 전기 1kWh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석탄은 물론 원전보다 태양광이 훨씬 낮습니다.
비상이 걸린 건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생에너지 전면 중단은 온실가스 배출로 급속하게 대형화되고 있는 기후재난에 대응은커녕 오히려 재난을 더 키우기 때문입니다. 재난의 피해는 고스란히 온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없애고 있는 중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지우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일자리도 수출 대기업의 미래도 지우고 있는 중입니다.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난 2월 1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우연히 택시 안에서 생중계 방송을 듣게 된 저는 처음에는 어느 환경단체 활동가의 발언인 줄 알았습니다. 꽤 긴 시간을 할애해 생태주의자의 발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주 의원의 이런 발언 내용을 기사로 보도한 언론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오직 야당 비판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 제목 일색이었습니다. 적대적 공존의 빅데이터 선거산업 미디어 실상이 이렇습니다.
"방탄국회 내로남불 야 비판"(연합뉴스)
"국회불신? 민주당 내로남불 탓... 문정부 비판 집중"(한겨레)
"K컬처 세계 선도하는데 정치는 여전히 4류"(조선일보)
지난 4월 20일 윤 대통령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에너지와 기후에 관한 주요경제국포럼(MEF)' 정상회의에 영상으로 참석해 "기후위기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며 즉각적으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과 주 의원의 이같은 기후행동 발언과 입장이 꽉 막힌 재생에너지 전면 중단 사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돌리는 적대적 공존의 여의도 권력정치와 선거정치 틀 속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민주당은 과반수의 의석임에도 기후위기와 재생에너지 관련 입법 추진에 그렇게 적극 나서지 않고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윤석열정부의 실패와 실수, 무능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돌파구, 소형 영농형 태양광
2023년 4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의결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부문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대책의 하나로 농촌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식량안보에 역행하지 않고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농업인이 주도하면서 농촌 경관을 고려한 방식의"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REC(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가중치 부여, 한국형 FIT(발전차액지원제도) 적용 및 융자제도 신설 검토(관계부처 협의) 등 자세한 실행 방안까지 세세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3일에는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보고를 통해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확대 의지를 명확하게 천명한 바 있습니다.
"농업 농촌에서 영농형 태양광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RE100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여야 의원들에게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을 조속히 입법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100kW 미만의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의 조속한 입법이 재생에너지 전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주권자인 국민이 에너지전환의 실행 주체
사실 문재인 정부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그저 빈껍데기 말잔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린뉴딜의 그린이라는 말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문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한국판 뉴딜’이라는 급조어 아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나누어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도 정부 각 부처의 대책을 재탕삼탕에서 말만 바꾼 한심하기 짝이 없는 부실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는 'P4G'인지 뭔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전시성 행사에 예산만 잔뜩 낭비했습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정착시킬 수 있는 확고한 법과 제도의 신설과 정비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태양광' 하면 '문재인 정부 비리', '이권 카르텔'을 떠올리게 만드는 윤석열 정부의 낙인 효과와 재생에너지 전면 중단 사태입니다.
에너지 주권자는 국민입니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주권자들이 스스로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짓고 도로와 제방, 철도 등에 햇빛발전소를 짓자고 지자체가 나설 수 있도록 국민이 직접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한 사람의 권력자에 의해 에너지 정책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RE100 기업들의 수출길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햇빛에는 보수 햇빛 진보 햇빛이 따로 없습니다. 국힘당 햇빛, 민주당 햇빛도 없습니다. 바람도 물도 보수니 진보니 여니 야니 하는 딱지가 붙을 여지는 단 한 치도 없습니다.
소형 영농형 태양광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해 돌파구가 열릴 수 있게끔 주권자의 뒷짐지지 않는 기후행동을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끝.
(* 이 글은 <공동선> 2023년 9/10월호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했음을 밝힙니다.)
* 이 글은 웹진 <나비>의 '기후@나비'에 동시 게재됩니다.(☞ 바로 가기)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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