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회원 먹튀’ 간큰 남매…머지포인트 집단손해배상 시동걸렸다 [법조인싸]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9. 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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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피해자 집단손배소 첫 승소
143명에게 위자료 2억2500만원 지급
1인당 피해액에 더해 20만원씩 더 줘
앞으로 100만명 회원 소송 줄이을듯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전경
“쓸 수록 중독되는 할인의 맛”

자극적인 문구와 20%라는 파격적인 할인을 내세워 한때 이용객을 끌어모았던 서비스가 있습니다. 2017년 출범한 선불 결제 서비스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팔아 회원을 100만명 가까이 모았죠.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전자금융업 등록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돌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축소하면서 ‘환불 대란’이 불거졌습니다. 사실상 폰지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습니다. 폰지사기(Ponzi scheme)는 실제로는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수익을 기대하는 신규 투자자를 모은 뒤,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거듭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 수법입니다.

급기야 수백명의 이용자가 서울 영등포구 본사로 몰려들어 직원을 인질 삼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대표 등 핵심 인물들은 사기 등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고요. 형사소송과 별개로 피해자가 된 이용자들은 단체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소송 2년여 만인 지난 1일에서야 선고됐습니다.

이번 주 법조인싸는 2021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머지포인트 사건의 전모와 사건에 엮인 재판을 톺아봅니다.

머지포인트, 무엇이 문제인가
머지(Merge), ‘합병하다’, ‘융합하다’, ‘어우러지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죠. 우리에게는 기업의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중 합병을 뜻하는 단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포인트 모음’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는 머지포인트는 다양한 구매처에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가증권상품을 판매한 멤버십이었습니다.

머지포인트 앱은 지난 2017년 10월 처음 등록됐습니다. 업체별로 나뉜 음료 적립 쿠폰이나 적립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제휴업체는 적립 포인트 관리를 직접 안 해도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의 적립 포인트가 한 곳으로 모이니 서로 편하다는 점이 부각됐습니다.

초기에는 가맹점에서 결제시 적립되는 포인트로만 쌓을 수 있었고, 초기에는 바우처 판매량도 극히 적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0년 3월, 머지포인트는 8만 원을 결제하면 가맹점에서 상품권처럼 쓸 수 있는 10만 ‘머지머니’를 충전해 주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포인트 바우처 판매를 시작하고 급성장합니다.

누적 회원 100만 명, 일일 평균 접속자 수 20만 명을 기록하는 등 한없이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머지포인트 서비스는, 2021년 8월 운영사가 ‘법률상의 문제’를 이유로 축소 운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주요 사용처였던 편의점, 대형마트의 결제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고, 가맹점조차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납니다.

지난 2021년 8월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머지포인트…사기인가, 아닌가
그런데 단순히 이용자의 혜택만 줄어든 게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운영주체인 머지플러스의 2020년말 기준 부채가 312억여원에 달하는 게 알려지면서 머지포인트는 시장의 신뢰를 잃고 뱅크런까지 발생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312억여원 중 포인트 부채(포인트 선결제) 등 미지급금만 307억원에 이르렀다고 하죠.

결국 2021년 8월18일 금감원은 경찰에 머지포인트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기관은 대표와 핵심 인물 등을 구속합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기, 횡령, 불법 영업 등입니다.(증거위조교사 혐의는 나중에 추가됐습니다.) 핵심 인물이자 회사의 대표와 최고전략책임자를 담당했던 권씨 삼남매는 이듬해 열린 1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합니다. 검찰이 피해금액으로 제시한 2500억원 역시 700억원이라고 주장하죠.

같은 해 11월10일, 결국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성보기)는 권씨 삼남매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4년형,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합니다. 머지포인트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원이 선고했고요. 재판부는 “구체적인 수익 실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사업 규모를 키웠으며 회삿돈을 무분별하게 소비해 다수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머지포인트의 수익구조가 불명확하고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영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사실상의 폰지사기였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아울러 머지포인트 판매금을 권씨 남매의 고급 승용차 리스, 주식거래, 생활비 등으로 본인들의 사치를 위해 사용된 점도 인정했습니다.

지난 2021년 9월17일,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대리인단이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소심서도 1심 유지…사건은 대법원으로
그러나 검찰과 권씨 남매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검찰은 형벌이 너무 가볍다는 논리를, 권씨 남매는 너무 무겁다는 논리를 댔습니다.

올해 6월14일, 심리를 지속해온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고법판사)는 검찰과 권씨 남매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습니다. 머지플러스 법인에 선고된 벌금 1000만 원도 유지됐고요. 다만 남매 중 한명이자, 회삿돈 횡령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권모 씨는 항소심 도중 사망해 지난 4월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죠.

이들은 항소심의 판결 역시 받아들이지 못했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사건을 접수했고, 1달여 만인 지난 달 16일 사건이 재판부에 배당됐습니다. 현재는 대법원에서 상고 이유 등의 법리 검토가 개시된 상황입니다.

대법원 법리 검토까지 개시된 형사소송과 달리 지난 1일 선고된 재판은 피해자들이 이들과 머지포인트측을 상대로 손해 본 금액을 변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민사) 소송 입니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발생 후 2년 만에 처음 내려진 손배소 판결인 셈이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이날 A씨 등 피해자 143명이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법인과 경영진, 관계사와 중개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머지플러스·머지서포터 법인은 공동해 원고들에게 모두 2억25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게 요지인데요. 배상 액수는 각 이용자가 머지플러스 측에 지불한 금액에 위자료 20만원을 더해 산정됐습니다.

다만, 법원은 롯데쇼핑 등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 6곳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이 소비자에게 판매자 신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판매자의 신용, 업태 등을 조사할 법령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가 손배소 줄 이을까? 대법원 판단은?
법조계에서는 이번 민사소송 판결을 계기로 머지포인트와 권씨 남매에 대한 손배소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머지포인트가 한때 1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모았던 만큼, 피해자의 수와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법률사무소 오율의 전경석 변호사는 “불법행위를 당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권리는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까지 인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머지포인트로부터 손해를 입으신 피해자분들은 2031년까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이번 판결로 머지포인트의 불법행위가 인정됐기 때문에 피해자분들이 적극적으로 권리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머지포인트 관련 민사소송은 총 6건 입니다. 이 중에는 올해 3월 접수된 소가 2억9000여만원, 원고 798명의 집단손배소 사건과 소가 3억4000여만원, 원고 280명의 집단손배소 사건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피해자와 예상피해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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