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년 9개월 만에 가계대출 최대증가… 50년 만기 주담대 막차 수요↑

김수정 기자 2023. 9.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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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기 주담대 막차 수요에 닷새 만에 주담대 1.6조↑
대출 연체율은 2년 새 두 배
커지는 대출부실 위험에 한은·당국 고심 깊어져
서울 시내 은행 가계대출 관련 현수막. /뉴스1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고 전체 대출 연체율까지 지난해의 약 두 배에 이르렀다. 특히 한은은 그간 이자 부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부작용을 감내하고라도 물가를 억제하고 가계대출 수요를 줄인다며 통화 긴축 기조를 고수해왔지만, 그 효과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를 잡기 위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축소 등 대응에 나섰지만, 규제 도입 과정에서 오히려 가계대출 가(假)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한달 만에 1조5912억원 늘었다. 5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일 뿐 아니라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은 2021년 11월(2조3622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의 경우 8월에만 2조1122억원(512조8875억원→514조9997억원)이나 증가했다. 2조원 대 주담대 월별 증가액은 2022년 12월(2조3782억원) 이래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8월까지 5개월 이어졌을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원, 5조4000억원 불어난 데 이어 8월 증가 폭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은 8월 가계대출 급증은 50년 만기 주담대 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우선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이 7월 말 8657억원에서 지난달 24일 2조8867억원으로 2조원 넘게 불었다. 이례적으로 이들 은행의 주담대가 8월 25∼31일, 단 5영업일 만에 513조3716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1조6281억원 급증했는데 대부분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10일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한 뒤 은행권은 스스로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잠정적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같은 달 하순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에 따른 50년 만기 상품의 실제 한도 축소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주담대 수요까지 몰렸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현수막이 게시돼 있는 모습. /뉴스1

이처럼 가계대출이 빠르게 다시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계속 나빠지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8%·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6월 말의 0.29%(0.26%·0.31%)보다 0.02%포인트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5%에서 0.29%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5대 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갈수록 더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과 NPL 비율은 각 0.18%, 0.23%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3%포인트, 0.06%포인트 낮았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도 7월 말 0.08%로 1년 전(0.04%)보다 0.04%포인트 오른 상태다. 불과 1년 새 지표가 거의 두 배로 뛴 셈이다.

가계대출과 연체율 증가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가계부채가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규제 등 미시적 정책이 먼저고 그다음이 거시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거시정책을 쓸)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지만, 경기 위축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한은으로서는 쉽게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문제 해결 주도권을 금융당국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 등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50년 만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 주담대 영업 등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 결과 50년 만기 상품을 40년 만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 새로운 DSR 산정 방식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모든 은행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50년 만기 상품 관련 억제책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주택을 찾는 수요에 따라 증감을 보인다.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며 늘어난 것이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가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진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8월 가계대출 지표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가계대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50년 만기 DSR 산정 기준 변경 외 다른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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