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기록 따라가기 이렇게 어려웠나… 日 투수 시련, “수술 배제 못해” 위기감 지속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일본 무대를 평정한 뒤 2012년 텍사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는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할 만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통산 103승(85패)을 거뒀다. 굴곡은 있었지만 이를 이겨낸 재기의 스토리는 덤이다.
어느덧 박찬호(124승), 노모 히데오(123승)의 아시아 대선배들의 기록에도 다가서고 있는 다르빗슈는 이들보다 더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 투수들은 기교에 의존한다’는 관념을 통쾌하게 부순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 다르빗슈는 리그를 대표하는 탈삼진 머신이다. 메이저리그 266경기에서 1624⅓이닝을 던지며 192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경력 전체에서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10.7개에 이른다.
그러나 파워피처는 항상 부상과 가까운 경우가 많다. 다르빗슈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모두 올스타에 선정되며 승승장구했던 다르빗슈는 2015년 개인 경력에서 첫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다르빗슈의 선수 경력에서 2015년 전체가 비워져 있는 건 이 때문이다. 2016년 복귀했으나 전성기 기량을 찾는 데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한동안 헤매던 다르빗슈는 2019년 후반기부터 정상적인 경기력을 찾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단축된 2020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으며, 2021년부터는 샌디에이고에서 우완 에이스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0경기에서 194⅔이닝을 소화하며 16승8패 평균자책점 3.10, 197탈삼진을 기록해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성적을 거뒀다. 샌디에이고는 그런 다르빗슈에게 6년 총액 1억800만 달러(약 1427억 원)라는 새 계약을 안겼다.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한때 일본 프로야구로 돌아가 은퇴를 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42세가 되는 2028년까지의 계약에 합의한 것이다. 넉넉하게 남은 계약 기간을 고려할 때 노모와 박찬호의 기록을 차례로 넘어 아시아 신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계약의 첫해가 심상치 않다. 성적도 신통치 않을뿐더러, 팔꿈치 이상도 껄끄럽다.
다르빗슈는 3일(한국시간) 현재 올해 24경기에서 136⅓이닝을 던지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4.56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성적에 비하면 평균자책점이 큰 폭으로 뛰어 올랐다. 여기에 최근 팔꿈치 통증을 느껴 정밀 검진을 받기도 했다. 8월 27일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다행히 인대의 손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염증의 출처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르빗슈는 1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유는 우리도 모른다”고 답했다.
다르빗슈는 수술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안도하고 있다. 시즌 내 복귀 의지도 불태운다. 다르빗슈는 “공을 던지기 위해 돈을 받고 있다. 내가 돌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어떤 면에서는 무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염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고 가지 않으면 곤란하다. 다르빗슈는 올해가 끝나도 샌디에이고와 5년의 계약 기간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구단으로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갈 일이다.
일각에서는 웃자란 뼈가 그 염증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다르빗슈는 올해 1월 샌디에이고와 6년 계약을 했다. 당연히 계약 전 철저한 신체 검사를 거쳤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3일 당시에는 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다르빗슈의 안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르빗슈는 수술 여부에 대해 “내 팔꿈치가 코티손 주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달려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했다. 반면 ‘디 애슬레틱’은 토미존 수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웃자란 뼈를 깎아내는 수술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디 애슬레틱’은 ‘단지 다르빗슈의 뼈를 밀어내기 위한 수술이라고 하더라도, 최종적인 수술이 배제되지는 않았다’고 전망했다.
뼈가 인대를 건드려 생기는 염증이라면 뼈를 깎아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염증이 계속 생길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인대에 좋은 영향을 줄 리도 만무하다. 큰 문제로 나아가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미리 칼을 대는 시나리오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이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면 이대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크다.
흔히 뼛조각 제거 수술이나 뼈를 깎는 수술은 토미존 수술보다는 재활 기간이 훨씬 짧다. 토미존의 경우 1년에서 1년 반의 재활 기간을 잡아야 한다. 뼛조각 제거 수술은 4~6개월 후면 정상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 즉, 다르빗슈도 내년 개막전에 정상적으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필요시 지금 수술을 받는 게 낫다. 내년에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낭패다.
더 심각한 사례로 토미존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다르빗슈는 내년 시즌을 모두 날림은 물론, 2025년 상반기까지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두 번째 수술인데다 나이도 30대 후반이기 때문이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토미존을 받은 저스틴 벌랜더(휴스턴)도 결국 복귀까지 1년 반이 넘게 걸렸다.
다르빗슈도 이런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박찬호와 노모의 기록을 뛰어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남은 계약 기간이 3년 반인데, 다시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선발로 꾸준히 뛸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을 40대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건 수술 없이 계약 기간을 완주하는 것이다. 샌디에이고도 이를 바라고 있다. 내년 선발 로테이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샌디에이고 선발진은 다르빗슈, 조 머스그로브, 블레이크 스넬이 핵심 스리펀치다. 그런데 스넬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꽤 비쌀 조짐이라 이미 페이롤이 꽉 찬 샌디에이고가 접근하기는 부담스럽다. 결국 다르빗슈와 머스그로브를 중심으로 선발을 짜야 한다. 다르빗슈의 이탈은, ‘디 애슬레틱’의 표현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