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청년' 유승준의 한국행 21년史 "저를 기억하시나요?"[★창간19]

윤상근 기자 2023. 9.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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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9★]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유승준 이야기
[편집자주] 스타뉴스가 창간 19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지금은 연예계에서 톱을 찍었고, 너무나도 흔하게, 당연하게 마주하고 있고 여러 콘텐츠들로 소비되고 있는 스타들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를 조심스럽게, 또는 재미있고 유쾌하게 꺼내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소화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이제는 대세가 된 스타들의 현재 모습을 재확인하고 앞으로의 모습들을 기대해보는 조명도 해본다.

[스타뉴스 | 윤상근 기자]
/사진=스타뉴스

1. 3승 2패, 그리고 1승 1패.

유승준이 한국에 오기 위해 정부와 재판으로 다퉈 얻은 전적이다.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의 과거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반전은 2번 있었다. 한국행 포기 직전 법원이 손을 들어줬지만 법무부와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막았다. 2023년 9월 현재. 유승준에게 다시 한번 한국행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온 상황이다.

2. 유승준의 연예인 데뷔 이전 한국인 + 미국인 시절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유승준은 이른바 '아름다운 청년'의 대명사였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열정 이미지, 우락부락한 근육이 주는 파워풀한 몸매, 여기에 웨스트 코스트를 외치는 해외파 느낌이 얹어져 토종 한국인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매력도 갖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해병대 가야죠"라고 말하니. 당시만 하더라도 탄탄대로 유승준에게는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사진=유승준 '사랑해 누나' 뮤직비디오

가요계 남자 솔로 가수 계보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유승준이었다. 대한민국 대중가요 장르의 두 축을 댄스와 발라드로 놓고 봤을 때 발라드 가수는 스테디 셀러나 국민가수는 될수 있었지만 트렌드 세터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댄스 가수가 눈에 더 확 띌 수밖에 없었다. 빠른 템포에 맞춰 선사하는 퍼포먼스와 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여기에 미소년 외모와 호감 멘트로 반전을 더해 인기스타로서 존재감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효리가 핑클에서 벗어나 솔로로 대히트를 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처럼, 유승준도 그러한 역할을 했었다.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의 과거 모습. /사진=유튜브 캡쳐

더욱이 요즘처럼 해외 활동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했던 분위기에서 팬들의 시선은 국내 방송가요 활동을 종횡무진한 만능 엔터테이너에 대한 관심도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유승준을 비롯해 임창정 김민종 등 음악 연기 예능이 모두 소화 가능한 스타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남자 댄스가수 계보를 시대로 따져본다면 유승준에 앞서 박진영이 있었고 유승준 이후 (보이그룹 홍수 속에) 비 정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볼수 있겠다.

1976년 12월 15일 서울 잠실 출생인 유승준은 중1 때인 1989년 가족 모두 미국 LA로 이민을 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유승준은 다시 한국에 돌아와야 할 운명이었다. 미국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며 한 가수를 질투하며 가수의 꿈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처절한 준비 기간을 거쳐 1997년 데뷔곡 '가위'를 발표했다.

/사진=유승준 데뷔 전 모습

1990년대 인기 장르로 떠올랐던 뉴잭스윙을 기반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90~100RPM 정도의 비트에 바비 브라운으로 대표되는 토끼춤에 자신의 느낌을 살린 댄스 퍼포먼스가 유승준 스타일로 규정됐다.

남자 톱스타로서 유승준은 많은 재능을 갖고 있었다. 댄스 실력은 물론 가수로서 필수 요소인 가창력도 (립싱크 시대에) 라이브가 가능할 정도였으며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귀여운 느낌의 외모도 가졌고, 무엇보다 그때 당시 몸을 쓰는 예능이 한창 인기있던 시절 이미 몸짱 수준에 도달했던 유승준은 김종국과 팔굽혀펴기를 벌일 정도의 파워도 갖췄다.

3. 이미지 나락은 한순간

/사진=유튜브 캡쳐

"해병대도 좋죠."

유승준이 1999년 갑작스럽게 받은 군대 관련 질문에 답한 말 중 하나다. 기습 인터뷰라고 하기에는 파파라치마냥 유승준 집에서 뻗치기 하다가 붙잡아 건넨 유도심문 미끼를 물어버리면서 시작된 비극일 수도 있겠다만 사실 이 말 자체로 유승준을 향한 호감도와 (특히 남성 팬들이 바라보는) 이미지는 급상승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나비효과는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이킬 수 없는 빼박 박제 발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유승준 본인의 발언에 소속사가 정정을 한들 대중의 기억에는 자원입대만 남았고, 그때만 하더라도 병역의무 부과 대상자가 아니었던 유승준의 이 발언은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병역기피자로 낙인을 찍는 자충수가 돼버렸다.

/사진=유튜브 캡쳐

여러모로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당시만 해도 해외파 출신 연예인들의 병역과 관련한 문제가 보이지는 않은 채 (어찌 보면) 심각한 문제였다. 한국에서의 인기로 명예와 돈을 모두 갖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진 않고, 그렇다고 한국 남성의 필수였던 병역의 의무를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한다는 건 연예인 커리어에 있어서 치명타가 될수도 있는 공백이었기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유승준은 심지어 이러한 자신의 입장을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해외파 출신 연예인에게 혜택으로 준다는 건 더더욱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국방의 의무는 어떻게든 안 가고 싶고 짧게 갔다오고 싶고 빨리 해결하고 싶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던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당시 연예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유승준의 군 입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욱이 (한국 태생이지만) 미국 이민가정 출신의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승준이 "설마 군대를 안가려고 할까?" 라는 당시 궁금증에 대한 첫 대답이 바로 "네, 해병대도 좋죠"였고 이 대답이 완전히 뒤집혔으니 모두가 발칵 뒤집혔을 수밖에 없었다.

저 해병대 발언이 박제가 된 상태에서 "군대를 안간다"로 들리는 듯한 이후의 발언들은 밑밥을 까는 것으로 슬슬 비쳐졌고 열정으로 가득했던 바른생활 사나이, 아름다운 청년 이미지의 유승준은 결국 연예계에서 나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내 입국 불가까지 과정은 채 3년이 걸리지 않았다.

2001년 공익근무요원 판정으로 유승준은 거센 비난을 받게 된다. 근육질 몸매의 가수가 무슨 공익이냐고. 유승준은 허리디스크 수술 이력을 근거로 댔지만 소용이 없었다.(김종국 역시 비슷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그해 말 입영 3개월 연기 선언에 이어 미국 일본 공연을 이유로 출국, 그리고 2002년 1월 LA에서 한국 국적 포기와 미국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는다. 당연히 "군대는 가지 않는다"가 최종 결론이었다.

입국을 거부당한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고도 유승준은 되려 다시는 한국을 안올 것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의 들끓은 여론을 무시한건지 모르는 척을 했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담대하게 대처하겠다"라는 말로 당시의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이 톱스타를 더이상 볼 수 없었다.

4. 무릎꿇고 사죄 "저를 기억하시나요?"

/사진=유승준 아프리카TV 사죄 장면

2015년 첫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무수한 소문들로 가득했다. 2003년 예비장인상으로 잠시 한국에 온 이후 2004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2006년 득남 소식만 알려진 가운데 번번이 입국 시도는 실패. 중국에서의 연예 활동 근황 정도만 들려오면서 슬슬 한국행에 대한 의지가 내비쳐지기 시작한 정도였다.

웨이보로 "저를 아직 기억하시는지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2015년 5월, 아프리카TV에 등장한 유승준은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변명의 자리나 이런 것도 아니고, 해명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병무청과 출입국관리국, 그리고 병역을 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허탈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 사죄하려 나왔습니다. 5년 동안 중국에서 영화 14편과 60부작 드라마도 찍었습니다. 돈이 많다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돈 때문에 입국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시 1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군대에 갔을 것입니다. 지난해(2014년)까지만 해도 용기도 없었고, 제가 잘못한 건데 억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14년 7월 생각이 바뀐 후 국적 회복을 위해 군 입대를 알아봤지만 무산됐습니다. 제가 한국 얘길 꺼낼 때마다 아이가 울려 해서 마음이 아파서 군대에 가기로 마음먹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알렸습니다. 아이들과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습니다."

5. 궤변, 혹은 항변

/사진=유승준 유튜브 채널

하지만 이 호소가 먹힐 리 만무했다. "그때 안 가놓고 이제 와서 무슨" 이라는 반응이 가득했고, 병무청이 대놓고 "스티브 유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본인 스스로 국적을 버린 외국인"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릴 정도였다. 유승준 입장에서야 이렇게 무릎을 꿇기까지의 과정이 물리적으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 그때 군대를 가든가"라는 논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 인터뷰 이후 유승준은 다시 대중의 시선에서 한동안 사라진 채 소송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2019년. SBS '본격 연예 한밤'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유승준의 궤변 혹은 항변이 나타났다.

"저는 처음에 군대를 가겠다고 제 입으로 솔직히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방송일이 끝나고 집 앞에서 아는 기자분이 오셔서 승준아, 이러더라고요. 꾸벅 인사를 했는데 '너 이제 나이도 찼는데 군대 가야지'라고 하셨어요. 저도 '네. 가게 되면 가야죠' 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거죠. 저보고 '해병대 가면 넌 몸도 체격도 좋으니까 좋겠다'라고 해서 전 '아무거나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런 뒤에 헤어졌는데 바로 다음날 스포츠 신문 1면에 '유승준 자원입대 하겠다'라는 기사가 나온 거예요."

유승준은 그 이후에도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결과적으로 노이즈 마케팅 못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전 국민적인 분노가 다시 쌓여갔으며, 유승준의 발언의 수위는 점점 세졌다. 유튜브에 등장해 했던 발언들만 보면 '극우 유튜버' 못지않은 어그로 느낌이 물씬 풍길 정도였다. "내가 무슨 강간을 했습니까? 아동 성범죄자냐고요"라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어서 입국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 되풀이됐다.

6. 검은머리의 해외파 연예인들

2021년 11월 18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속행됐던 여권 및 사증발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 3번째 변론기일. 2020년 첫 소송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비자발급 재거부에 불복해 소송이 제기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당시 유승준 변호인은 유승준이 주 LA 총영사의 비자발급 거부는 비례와 평등 원칙에 반한다며 유승준 말고도 미국 시민권 취득 이후 병역을 면제받은 연예인이 많다고 주장하며 직접 실명을 거론,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누션 션 : 본명 로션 킴. 재미교포 1.5세. 미국 영주권자. 2001년 미국 시민권 취득 이후 병역 의무 대상 해제.
터보 마이키 : 본명 조명익. 동작구 출생 이후 부모님과 함께 이민.
god 데니안 : 본명 안신원. 미국 시애틀 출생. 6세 때 부모님과 한국행. 아버지가 한국인. 1999년 god 데뷔 당시 이중국적. 2000년 한국국적 포기. (손호영 박준형 역시 토종 한국인이 아님)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 : 본명 주민규. 미국 뉴저지 출생. 부모님은 한국계와 미국 이민자. 20년 정도 미국에서 자랐으나 한국계 미국인 또는 재미교포로 분류. 이후 고등학교 때 한국행 결심.

공교롭게도, 이들의 사례는 유승준의 병역기피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 시점으로 짐작되며 사회적으로도 공론화가 되기 전이었다. (유승준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으로서 재판에서도 이 논리를 근거로 변호인은 "유승준만 유일한 사례"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7. 그리고, 한국행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지며 비자 발급이 거부됐던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유·43)가 17년만에 한국 입국 길이 열리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15일 유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을 마친 김형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취재진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1.15/뉴스1

2번째 소송은 다시 대법원으로 향했다. 첫 소송은 2연패 이후 역스윕이었고, 2번째 소송은 장군멍군이다.

대개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을 이기면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적다"라는 말들이 있다. 그런데 유승준은, 그렇게 심한 욕을 먹고도 역스윕이라는 말도 안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유승준의 (본인이 원하는 방식의) 한국행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번 소송에서도 이겨도, 비자발급을 안해주면 한국에 올수 없다. 다만 처음이 아니라면 외교부도 법무부도 국방부도 눈치는 보일수도 있다.

유승준의 한국행 의지는 여전해 보였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송 기사를 공유하고, 진실과 정의를 계속 외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덤덤하게 살고 있다.

윤상근 기자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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