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이겨도 찬사, 매경기가 새롭다···류현진은 1년 간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는가
류현진(36·토론토)이 복귀 이후 매경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쾌투를 잇고 있다. 등판할 때마다 찬사가 쏟아진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콜로라도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1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76개를 던진 채 4-2로 앞선 6회말 물러났다. 이후 토론토의 헤네시스 카브레라가 6회말 역전 3점 홈런을 맞은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류현진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호투했고, 토론토는 결국 13-9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1년 여 동안 재활하고 지난 8월2일 볼티모어전에서 복귀했다. 이후 세번째 경기였던 8월14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첫승을 거뒀고 27일 클리블랜드전까지 3연승을 거뒀다. 6번째 등판이었던 이날은 4연승에 실패했는데도 승리에 버금가는 찬사를 받았다.
경기 뒤 토론토 구단은 SNS를 통해 류현진을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표현했고,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쿠어스필드에서 류현진의 5이닝 2실점은 (다른 구장에서) 7이닝 무실점과 같다”고 호투임을 강조했다.
류현진이 복귀 이후 찬사를 받는 것은 ‘승수’와는 사실 큰 관계가 없다. 경기마다 상대와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투구해 ‘영리하다’는 감탄을 불러내고 있다. 이번에는 복귀 뒤 처음으로 컷패스트볼(커터)을 앞세웠다.
복귀 뒤 2경기 만에 빠르게 안정감을 찾기 시작한 류현진은 주무기 체인지업이 살아나기 시작해 첫승을 거둔 뒤 8월21일 신시내티전에서는 커브로 승부했다. 우타자들이 체인지업에 빠르게 공격적으로 대응하자 중요한 순간마다 커브를 던지면서 때로는 구속을 100㎞대까지 떨어뜨리는 완급조절로 완승했다.
그러나 쿠어스필드는 커브를 던지기 위험한 구장이다. 고지대라 산소가 적어 공이 공기 저항을 덜 받는 쿠어스필드에서는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가고 변화구 각은 작아진다. 2경기 연속 커브로 재미를 봤고 구속을 자유자재로 달리 하는 류현진의 커브 승부는 최근 화제의 중심이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주로 던져온 4개 구종 중 커터를 가장 적게 던졌다. 한 경기에서 10개 미만으로 체인지업, 커브 다음으로 내놓던 구종이다. 그러나 이날은 커터를 17개 던졌다. 전체 투구 수의 22%로 직구(37개) 다음으로 많이 활용했다. 장타를 주의해야 하고 실점을 최소화 해야 하는 쿠어스필드에서 특히 경기 초반 결정구로 커터를 활용했다.
1회 에제키엘 토바와 엘리아스 디아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을 때 결정구가 모두 커터였다. 특히 토바에게는 초구 직구 뒤 3구 연속 커터를 던져 삼진을 잡았다. 3회말 엘리후리스 몬테로에게 2점 홈런을 내준 뒤 1사 2·3루에 몰렸을 때도 커터를 썼다. 디아즈를 바깥쪽 커터로 땅볼을 유도해 직접 처리했고, 왼손 타자 라이언 맥마혼에게는 초구 커터, 2구 직구를 보여준 뒤 3연속 커브로 유인해 헛스윙을 끌어내 삼진을 잡았다.
류현진은 쿠어스필드에서 던진 과거 6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맞았고 평균 7점 이상을 내줬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이번에는 홈런 한 방에 2실점을 했지만 2루타 1개와 홈런 1개로 장타를 최소화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양 팀이 2루타 8개, 3루타 2개, 홈런 5개로 장타를 쏟아냈다.
류현진이 복귀 뒤 호평받고 있는 것은 수술과 긴 재활에서 복귀하자마자 안정된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구 구속이 덜 회복된 상태에서 경기마다 방향을 잡는 판단력과 함께 가진 구종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완전한 제구력을 통해 류현진은 1년 여 동안 얼마나 열심히 준비해왔는지를 등판할 때마다 보여주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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