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차 수요` 몰렸다… 5대 은행, 5일만에 1.6조 급증

이미선 2023. 9. 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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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보다 '2배 가량' 치솟아
가계대출 21개월 만에 최대폭
금융당국 건전성 대응 안간힘
사진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21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까지 지난해의 2배 가량 치솟으면서 부실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50년 주담대) 한도 축소 등 건전성 정책으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8월 마지막 주 5일간 주담대가 1조6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한 달만에 1조5912억원 늘었다

5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일 뿐 아니라,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은 2021년 11월(2조3622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특히 주담대는 8월에만 2조1122억원(512조8875억원→514조9997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월간 증가액이 2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12월(2조3782억원) 이래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달 가계대출 급증 역시 50년 주담대의 영향이 컸다.

5대 은행의 50년 주담대 잔액은 지난 7월 말 8657억원에서 지난달 24일 2조8867억원으로 2조원 넘게 불었다.

50년 주담대 급증은 막차 타기 때문이다. 은행 주담대는 8월 25∼31일, 단 5영업일 만에 513조3716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1조6281억원 급증했는데, 상당 부분이 50년 주담대로 추정된다.

당국은 지난 달 10일 당국이 50년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한 뒤 은행권은 스스로 50년 만기 상품에 '만 34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두거나 아예 잠정적 판매 중단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같은 달 하순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에 따른 50년 만기 상품의 실제 한도 축소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수요까지 몰렸다.

8월말까지만 50년 주담대를 취급하겠다고 예고한 NH농협의 경우 지난달 25∼31일 주담대가 5082억원이나 폭증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계대출이 빠르게 다시 늘어나는 와중에 연체율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작년 7월 대비 0.13%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5%에서 0.29%로 0.04%p 상승했다.지난해 7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과 NPL 비율은 각 0.18%, 0.23%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3%p, 0.06%p 낮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6월말 각 은행은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상·매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털어냈다"면서 "이로 인해 연체률 상승세가 잠시 추춤했으나 다시 오름세가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도 7월 말 0.08%로 1년 전(0.04%)보다 거의 두 배로 뛴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실물경기 둔화로 회복 탄력성을 상실한 한계 기업과 가계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유예 등 지원 정책과 함께 이연된 부실이 시간이 갈수록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은행권 등과 회의를 거쳐 50년 주담대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도록 지도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부터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상품을 40년 만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 새로운 DSR 산정 방식이 시행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8월 가계대출 지표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가계대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50년 만기 DSR 산정 기준 변경 외 다른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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