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장자 승계 원칙 어떻게 지켜왔나?

서울문화사 2023. 9.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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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LG그룹 명예회장과 장남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

LG그룹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가 1931년 진주에서 포목점 구인회상점을 연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구인회 창업주 장인의 6촌이자 만석꾼이었던 허만정이 자신의 아들인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을 데려와 경영 수업을 맡기면서 투자해준 돈으로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LG그룹은 창업 1~2대에 자손이 많기로 유명하다. 구인회 창업주는 6형제 중 맏이였고 고 허을수 씨와 슬하에 6남 4녀(자숙-자경-자승-자학-자두-자일-자혜-자영-순자-자극)를 두었다.

창업주의 장남이자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 역시 고 하정임 씨와 사이에서 4남 2녀(본무-훤미-본능-본준-미정-본식)를 낳았다. 창업주의 장손이자 3대 회장인 구본무 선대 회장은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 장관의 딸 김영식 씨 사이에서 1남 2녀(원모-연경-연수)를 낳았지만 장남 구원모 씨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서 조카 구광모를 양자로 입적했다.

유교에 기반한 LG그룹은 설립 이래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구인회 창업주가 1969년 12월 별세하자 구자경 명예회장이 45살이던 1970년 회사를 물려받았고, 구 명예회장은 70살이던 1995년 사명을 럭키금성그룹에서 LG그룹으로 바꾸며 50살이 된 장남 구본무 선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그리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2018년 6월 별세하자 장남 구광모가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올랐다.

LG그룹은 후대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기존 회장의 형제들, 즉 후계자의 삼촌들은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재빨리 물러났다. 1969년 12월 구인회 창업주가 별세하자 이듬해 1월 첫째 동생이자 LG그룹 창업 멤버인 구철회 사장은 스스로 경영 퇴진을 선언했다. 1995년 2월 구자경 명예회장이 구본무 선대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당시에도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유통 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 구 명예회장의 동생들은 곧바로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에도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이었던 구본준 부회장은 그 즉시 물러났다.

물러난 삼촌들과 일가는 LG그룹에서 계열사를 들고 나가 독립했다. 특히 1995년 구본무 선대 회장으로의 경영 승계와 2001년 LG그룹의 지주사 전환, 2005년 허 씨 일가의 GS그룹 분리 등과 맞물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중반까지 LG그룹 분화는 가속화됐다.

구인회 창업주 동생인 구철회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와 LG정밀을 나눠 받아 LIG그룹을 설립해 나갔다. 2003년에는 구인회의 나머지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가 LG전선(현 LS전선)을 비롯한 전선 관련 기업들을 가지고 독립했다.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들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했다. 2남 구자승 일가는 2006년 LG상사의 패션 사업 부문을 떼어내 LG패션(현 LF)으로 분가했고, 3남 구자학은 2000년 9월 LG유통의 식품 서비스 부문을 떼어내 아워홈을 설립했다. 4남 구자두는 2000년 4월 LG벤처투자(현 LB인베스트먼트)를 들고 나가 LB그룹을 만들었다. 5남 구자일은 일찍 독립했다. 구자일은 LG그룹 부회장을 지내다 1987년 3월 화학업체 일양안티몬(현 일양화학)을 설립했다. 6남 구자극은 LG상사 미주법인 회장을 맡다가 전자부품업체 이림테크(현 엑사이엔씨)를 인수해 독립했다. 3대인 구본무 선대 회장의 동생들도 현재 모두 LG그룹에서 독립한 상태다. 2남 구본능은 1992년 막내인 4남 구본식과 함께 희성화학을 가지고 나갔고, 구본식은 2019년 희성전자로부터 LT삼보(옛 삼보이엔씨)를 사들이며 희성그룹에서 나와 LT그룹 회장에 올랐다. 다만 3남인 구본준은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병석에 있을 당시 총수 대행 역할을 맡아 경영을 이끌었다. 그는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하자 업무 중단을 선언했고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르자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와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 등을 가지고 나가 2021년 LX그룹을 출범했다.

LG그룹 장자 승계 원칙은 계열 분리로 독립한 범LG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IG그룹은 구철회의 장남 구자원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삼았고, 구자원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역시 LIG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구자원 회장의 형제들 가운데 넷째인 구자준은 LIG인베니아를 가져가 LK투자자문(현 LK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꾸고 독립했다.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분리한 LS그룹은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일가의 장남들이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 LS그룹 초대 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고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맡았고, 2대 회장은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현 한국무역협회 회장, 현 3대 회장은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 회장이 맡고 있다.

LF그룹 역시 구자승 LG상사 사장의 장남인 구본걸이 LF 초대 회장에 올랐다.

범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이 지금까지는 잘 지켜 지고 있다. 하지만 분화가 계속되면서 살림 규모가 줄어들고 여성의 경영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시간을 두고 조금씩 허물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취재 : 이승용(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LG,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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