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인 누가 배 타겠나"…숙련된 외국인 고용 못 하는 속사정
[편집자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강원 고성군의 통발어선 선주 최종호씨(가명)은 한국인 직원을 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E-7-4(숙련기능인력) 비자 외국인을 고용하는 농축어업 업체는 국민 고용자의 30% 범위 내에서만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배에 많이 태워야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한국인 직원이 없으면 외국인을 배에 태울 수가 없다.
최씨는 "처음에 단순근로직 E-9(비전문취업)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은 4~5년만 지나면 E-7-4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며 "E-7-4 비자 외국인을 배에 태울 때 한국 사람과 비율을 맞춰야 해서 숙련된 외국인들을 강제로 해산시켜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일하는 한국 사람 중 가장 젊은 사람이 환갑"이라며 "젊은 사람 중에 이 일 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현실은 고려 안하고 한국 사람과 비율 맞추라는 건 탁상행정 아니냐"고 했다.
최근 농어촌 지역에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가운데 농어촌업 종사자들은 경직된 외국인 근로자 제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입을 모았다.
농축어업 고용주가 E-7-4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국민 고용인원의 30% 범위 내에서 고용해야 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E-7-4 외국인 근로자를 한국인 없이도 2명까지 채용 가능하지만 3명 이상부터는 한국인이 9명은 있어야 한다.
E-7-4는 4년 이상 E-9, H-2(방문취업 비자) 등의 자격으로 국내 취업 활동 중인 외국인 중에 숙련성이 검증된 자에게 주는 비자다. 소득, 자격증, 연령, 한국어 능력, 자산, 경력 등을 점수화해서 고득점자순으로 선발한다.
E-9 비자는 총 9년8개월 근무를 마치면 한국으로 들어올 수 없지만 E-7-4 비자로 변경하면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E-7-4 비자 상태로 5년 이상 합법 체류하고 일정 소득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 비자도 신청할 수 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비닐하우스를 30년 넘게 운영한 강민석 사장(가명)은 E-7-4 비자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실력과 경험이 검증된 만큼 신뢰가 가지만 사실상 함께 일하긴 어렵다고 했다. 현재 그는 E-7 비자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는 2명만 채용하고 있다. 나머지 3명은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며 한국인은 없다.
강 사장은 "한국인이 없는데 어떻게 E-7-4 비자를 가진 친구들을 3명 이상 고용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E-7-4 비자 친구들을 고용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일 잘하는 친구들 뽑는 거니까 당연히 좋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인원수 제한이 있다 보니 E-9 비자 자격을 가진 외국인들을 많이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E-9 비자 체류 자격을 가진 외국인들과 일하다 보면 다들 몇 개월 뒤 이직하려고 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근무 환경을 바꾸기 쉬운 탓이다. 그는 "한국 온 지 3개월 뒤에는 신분증같이 외국인 등록증이 나온다"며 "그 때 되면 좀 더 큰 농장이나 편한 곳으로 가려고 한다. '나가게 해달라' '사인해달라' 그러는데 우리 입장에선 새로운 사람 뽑으려고 고용노동부에 30만원씩 수수료 내야 하고 몇 달 기다려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만익 비자 행정사는 "우리나라 E-7-4는 자국민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채용 기준을 엄격히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구 감소가 되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 텐데 그렇게 되면 가장 타격받는 곳은 기업이다. 수십 년 동안 일해서 E-7-4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근로자들도 농축어업 쪽에서 계속 일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뿌리산업, 농어촌 쪽은 전부 다 초고령 사회"라며 "노동력이 지금 국내 인구로는 충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과거에 만든 규제 때문에 이 산업을 내버려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탄력적으로 시대 상황에 맞게끔 그것을 구조화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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