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새만금공항’…전국 10곳 신공항 사업도 도마 오르나[황재성의 황금알]
2: 국내 공항 15곳 가운데 10곳은 만성 적자 신세
3: 만성적인 수요 부족에도 10개 신공항 건설 추진
4: 지역 균형 개발 VS 혈세 먹는 하마 전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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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관련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언론에는 이러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이하 ‘새만금공항’) 관련 예산이 국토교통부 요구액(580억 원)의 11.4%인 66억 원으로 쪼그라든 탓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같은 날 “새만금 기반시설 건설사업이 확실한 경제적 효과를 올리려면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목표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 픽처’를 세우라”고 지시한 사실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토부가 이에 호응해 “기존 새만금 SOC 사업 가운데 새만금공항 사업 등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내년 6월까지 재검토하겠다”며 “결과에 따라 (일부 SOC)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재검토 과정에서 새만금공항이 최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새만금 관련 SOC 가운데 새만금을 관통하는 동서남북 고속도로는 이미 완공됐고, 인근에 위치한 전북 전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나 새만금항(港) 공사는 이미 본격화됐습니다. 반면 새만금공항과 새만금항 인입철도는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새만금공항의 경우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예산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행한 결산보고서(‘2022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예산 200억 원 가운데 집행된 금액은 5.4%(11억 84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올해로 이월된 금액(4억 2000만 원)을 포함해도 집행률은 8.0%(16억 400만 원)입니다. 사용된 예산도 대부분 기본조사설계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용역 선금(11억 5200만 원)이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2021년에도 실시설계 비용을 전액 불용했고, 2023년 예산(75억 원)도 연내 실시설계를 완료할 것을 전제로 편성했지만 차년도(2024년)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사업관리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새만금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방침에 따라 계속 추진 여부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들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기존 공항도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 수요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전국 공항 상황과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을 짚어보고, 이들이 ‘혈세 먹는 하마’ 또는 고추 등 농산물을 말리는 데 사용되는 ‘고추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따져보는 이유입니다.
● 양양 등 일부 공항 영업이익률 –1000% 밑돌아
국토부가 2021년 발표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이하 ‘6차 공항계획’)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공항은 모두 15곳입니다. 교육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설비행장이나 군 비행장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우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추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습니다. 전세계 항공시장을 대상으로 하며, 동북지역의 허브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포, 청주, 김해, 대구, 무안, 제주 등 6개 공항은 각각 권역의 핵심교통시설인 거점공항입니다. 해당 권역을 중심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수요를 처리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관문공항 기능도 맡습니다. 관문공항은 국제선 운항 기준에 따라 한 나라의 첫 도착지나 마지막 출발지가 되는 국제공항을 의미합니다.
나머지 광주, 울산, 여수, 포항·경주, 군산, 사천, 원주, 양양 등 8개 공항은 주변 지역 수요를 책임지는 일반공항입니다. 국제선 기능을 갖고 있는 양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내선 수요만을 담당합니다.
결국 국제선을 탈 수 있는 곳은 모두 8곳이고, 나머지 7곳은 국내선 전용 공항입니다.
소유주체별 분류로 보면 인천-김포-제주-울산-여수-무안-양양 등 7곳은 순수 민간공항입니다. 반면 김해-광주-청주-대구-포항·경주-군산-사천-원주 등 8곳은 민간과 군이 함께 사용하는 민군 겸용 공항입니다. 국토부와 국방부가 사용협정서 등을 맺고 역할 분담을 합니다.
국내 공항의 경영실적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15개 공항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생과 같은 변수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했을 때 흑자를 낼 수 있는 곳은 인천과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등 5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구도 2017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나머지 공항은 상황이 심각합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봤을 때 포항·경주공항의 경우 매출액 9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 영업이익률 –1809.3%였습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양(매출·14억 원/영업이익·–168억 원/영업이익률·–1239.9%) ▲원주(5억 원/-47억 원/-1037.3%) ▲사천(8억 원/-77억 원/-1025%) 등 3곳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1000%를 밑돌았습니다.
이밖에 ▲여수(27억 원/-185억 원/-693.8%) ▲울산(32억 원/-162억 원/-506.6%) ▲군산(15억 원/-46억 원/-307.2%) ▲무안(118억 원/-154억 원/-131.3%) ▲광주(88억 원/-77억 원/-88.1%) ▲청주(210억 원/-99억 원/-47.1%) 등 6개 공항도 두 자릿수 이상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공항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핵심 SOC이자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중추시설로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상업시설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영실적은 지나치게 저조한 수준입니다. 지방공항에 ‘혈세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신공항 건설 추진
우선 6차 공항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곳이 8곳입니다. 이번에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새만금공항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제주 2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입니다. 여기에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국제공항과 경기 포천시의 포천공항도 있습니다.
부산에 들어설 가덕도신공항은 추정 총사업비만 1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올해 말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토지보상에 들어가는 등 본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개항시기는 2029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졌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건설보상비 3224억 원, 설계비 1910억 원, 시설부대비 229억 원 등 총 5363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TK신공항은 대구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시내에 자리하게 된 대구국제공항과 대구공군기지를 대체할 용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위치는 대구시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정해졌고, 추정사업비는 12조 8000억 원입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설계비로 100억 원이 편성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심각한 포화상태를 해결할 용도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6조 6700여억 원을 투입해 건설할 계획이지만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제주도민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기본설계비로 173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울릉도(울릉공항)와 흑산도(흑산공항), 백령도(백령공항)에 들어설 신공항은 모두 섬 지역의 불편한 교통난 해소와 관광 활성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모두 50인 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규모로 조성됩니다.
현재 울릉공항은 2026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건설공사가 한창입니다. 역시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흑산공항은 연내 착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백령공항은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2027년 개항 목표입니다. 정부는 내년에 백령공항 설계비로 4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서산공항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과 해미면 일대에 위치한 공군 제20 전투비행단의 활주로를 활용해 민간항공기가 이용할 시설들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사업비 532억 원으로 추정된 이 사업은 지난 5월 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당정 협의를 통해 극적으로 부활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설계비 명목으로 1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 남부지역의 새로운 국제공항입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포천공항은 포천시가 자작동에 위치한 육군비행장에 소형 민간항공기가 사용할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인데, 역시 초기 단계입니다.
● 전후방 경제 효과 기대 vs 수요 부족 문제 해결 어려워
이들 10개 공항 가운데 신공항과 인근 공항이 통폐합이 예정된 곳도 있습니다. TK신공항은 완공되면 대구공항이 폐쇄되고. 새만금공항도 계획대로라면 인근에 위치한 군산공항의 민간항공 기능을 합치게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새로 시설을 짓고, 별개 공항으로서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도는 6차 공항계획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공항이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가 큰 경제활동의 거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항건설 및 운영과정에서 직·간접적인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제작·정비, 공항 운영, 물류, 관광 등 주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국제공항입니다. 2024년까지 4조 8000억 원을 투입하는 4단계 사업(제2터미널 확장+활주로 1개 신설 등)과 공항 운영을 통해 창출될 경제적인 가치(2019년 기준)가 생산유발 56조 원, 부가가치유발 24조 원, 취업유발 45만 명으로 추정됐습니다.
여기에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권은 지역균형 발전의 교두보이자,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상생 매개체로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현존하는 15개 공항 가운데 10곳이 만성적자에 시달릴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신공항이 ‘혈세 먹는 하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항 이용 상황을 보여주는 활주로 활용률이 매우 낮습니다.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수요가 정점이었던 2019년 국내 공항 활주로 이용률(인천국제공항 제외)을 분석한 결과, 제주(102%) 김해(73.2%) 김포(62.1%) 대구(22.3%) 청주(13.3%) 등 5곳만 두 자릿수였고, 나머지는 모두 한 자릿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2019년 1%에 머물렀던 양양국제공항의 경우 수요 부족을 이유로 올해 6월 운영이 중단됐다가 지난달 초 재개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령공항’이라는 별명까지 나돌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방안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 말 3저 호황과 서울올림픽, 해외여행자유화 등에 힘입어 국내 항공수요가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속도로 신설과 확장, KTX 운행 등과 같은 대체 교통수단의 발달로 그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2001년 중앙고속도로 및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영동고속도로 확장, 2004년 및 2010년 KTX 개통입니다. 굳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전국 구석구석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정부가 꾸준히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웁니다. 정부는 ▲2001년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 ▲2013년 지방공항 활성화 협의회 구성 ▲2015년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 ▲2017년 지방공항 활성화 TF 구성 ▲2019년 지방 시범공항 지정·지원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 거의 매년 국토부의 업무계획에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수준을 크게 밑돕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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