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토트넘 주장' 손흥민이 지킨 2가지 약속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은 약속한 걸 증명해내는 선수였다.
2022-23시즌은 손흥민에게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2021-22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손흥민에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혔다. 이반 페리시치를 공격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술 변화 속 희생양이 된 손흥민이었다.
시즌 후에서야 스스로 밝혔지만 손흥민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소화하면서 탈장 부상까지 겪고 있었다. 탈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는 안와골절이라는 심각한 부상까지 당했다. 선수 생명을 갉아먹을 수 있는 대형 부상이었지만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대한민국 주장으로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공헌했다.
토트넘으로 복귀해서는 어렵게 시즌을 마무리한 손흥민은 시즌 말미에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터져 나왔다. 당시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알 이티하드는 이적료 6000만 유로(약 854억 원)와 보너스를 포함한 오프닝 비드를 통해 토트넘의 손흥민을 영입할 준비가 됐다. 사우디의 최고 클럽들은 이번 여름 많은 EPL 스타에게 관심이 있다. 손흥민은 가장 최근에 눈에 띄는 이름으로 부상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손흥민은 "EPL이 좋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기)성용이 형이 한번 이야기했었지 않냐. '대한민국의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라고. 저한테 지금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한다는 자부심과 좋아하는 리그에서 한다는 게 중요하다. EPL에서 아직도 해야 할 숙제도 많다. 소속팀 팬들은 좋아할 것 같다. 잘 돌아가서 준비하겠다"며 단칼에 이적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같은 대형 슈퍼스타들도 사우디로 향하는 와중에 손흥민은 돈보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선택한 것이다. EPL에서 할 일이 남았다고 말한 손흥민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주장으로 임명됐다. 토트넘 역사상 비유럽인 주장은 손흥민이 최초였다.
주장으로서 팀에 완벽하게 녹아든 손흥민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어떠한 역할을 맡겨도 100%로 보답했다. 좌측 윙포워드에서는 상대 수비수를 끌어당기면서 동료들을 돕는데 집중해줬고, 스트라이커로 기용하자 해트트릭을 터트리면서 득점원으로서의 역할까지 해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중앙에서 뛰든, 측면에서 뛰든 그는 모든 특징을 다 보여준다. 어떤 시스템에서든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의 플레이방식에서도 이상적이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이제 EPL 역대 최다골 순위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30위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손흥민의 기록에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 아시아인이 등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PL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던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손흥민은 한 가지 더 약속했었다. 그는 "저는 이제 자유의 몸이니까 몇 주 동안 잘 쉬면서 이걸 회복하면 분명히 내년 시즌에 100% 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 회복해서 작년에 제가 다 보여주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다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독기를 품은 모습이었다.
프리시즌 도중에도 "지난 시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손흥민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6시즌 연속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운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은 분명 최고는 아니었지만 30살이 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모두가 알고 있는 손흥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2023-24시즌에 좋은 활약을 보여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첫 4경기에서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손흥민은 빠르게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스템에 녹아들었다. 히샬리송이 부진하면서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고민이 많아지던 와중에 손흥민은 공격수 자리에 선발로 나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손흥민다운 모습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손흥민은 EPL 최고 수준의 선수라는 걸 입증하는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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