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번리전 5-2 대승, '해트트릭+MOM' 손흥민이 미친 이유...이게 'EPL 득점왕' 클래스

김대식 기자 2023. 9. 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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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의 3골 모두 아름다웠다.

토트넘은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번리에 위치한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번리에 5-2 대승을 거뒀다. 이로서 토트넘은 리그 3연승을 거두면서 맨체스터 시티에 이은 2위에 자리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부진에 빠진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을 벤치로 내리고, 손흥민을 공격수로 투입하는 변화를 감행했다. 손흥민이 있던 좌측 윙포워드 자리에는 마노르 솔로몬이 배치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변화는 신의 한수가 되어 돌아왔다. 토트넘은 전반 4분 만에 리얄 포스터에게 실점하면서 끌려갔지만 손흥민을 통해 완벽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반 16분이 해트트릭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손흥민은 하프라인에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공간으로 뛰어나갔다. 손흥민의 움직임을 파악한 페드로 포로가 단번에 손흥민에게 패스를 넘겨줬다. 중앙에서 어려운 공을 받아낸 손흥민은 무리하지 않고, 솔로몬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솔로몬은 손흥민이 움직임으로 득점 공간을 잡자 패스를 다시 넘겨줬다.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역시 클래스가 남달랐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동시에 달려들자 침착하게 칩슛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첫 골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으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꾼 토트넘은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승기를 내준 번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반 9분 토트넘은 맹렬한 압박으로 번리의 빌드업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차단한 공이 제임스 메디슨에게 배달됐다.

슈팅 공간이 생기자 메디슨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3-1을 만들었다. 경기를 끝내버린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18분 미키 판 더 펜이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면서 시작된 공격이 솔로몬까지 물 흐르듯이 연결됐다. 솔로몬은 중앙으로 뛰어들어오고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손흥민은 논스톱 슈팅으로 2번째 골을 터트렸다.

골맛을 보기 시작한 손흥민은 결국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시간은 3분이면 충분했다. 이번에도 포로의 발끝부터 시작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잡은 포로는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완벽한 패스를 밀어줬다.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수비수와 골키퍼가 견제할 수 없는 각도로 완벽한 피니쉬를 보여줬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으로 5-1이 되면서 경기는 완벽하게 기울었다.

손흥민은 후반 27분 히샬리송과 교체되면서 체력 안배를 받았다. 토트넘은 경기 막판 추가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승점 3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이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득점하기가 절대로 쉬운 장면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번 경기 손흥민의 기대득점값(Xg)은 1.13골밖에 되지 않았다. 기대득점값은 슈팅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 일반적인 경우에는 손흥민의 잡았던 득점 기회에서 1.13골밖에 터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손흥민은 무려 3골을 터트렸다. 더 놀라운 건 상대 육탄 방어에 막혔던 2번의 슈팅 기회를 제외하면 Xg값이 0.99골에 불과하다. 남들은 1골도 터트리는 걸 어려워하는 3번의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한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골 결정력 수준이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세 골 모두 손흥민의 클래스를 입증할 수 있는 득점이었다. 첫 골은 포로의 패스를 받기 전부터 오프 더 볼 움직임이 굉장히 뛰어났다. 루이스 베이어가 자신을 밀착마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 손흥민은 밑으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통해서 베이어를 더 높은 위치까지 끌어들였다.

베이어를 끌어당겨서 더 넓은 공간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베이어를 속도로 흔들겠다는 계산 속에 이뤄진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손흥민의 움직임에 정확히 맞춰서 포로의 패스가 전개됐고, 손흥민은 공을 받을 때 여유롭게 받을 수 있었다. 솔로몬에게 패스를 넘겨준 뒤에도 손흥민은 베이어와 멀찍이 떨어져서 마크를 떨쳐낸 뒤에 다시 슈팅하기 좋은 공간으로 이동했다.

 

손흥민의 영리한 움직임 덕분에 슈팅 각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슈팅 각도가 넓어지자 번리 골키퍼인 제임스 트래포드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아져버렸다. 이에 손흥민은 골키퍼까지 속이는 칩슛을 통해 골키퍼와의 심리싸움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움직임부터 동료에게 준 정확한 패스, 다시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 환상적인 마무리까지 모든 요소가 아름다웠다. 이 골의 XG값은 0.41골이었다. 슈팅 10번을 날리면 골로 이어지는 횟수가 4번에 불과한 것이다.

두 번째 골도 손흥민다웠다. 데스티니 우도지가 전진하면서 패스플레이가 이어지자 손흥민은 원래 측면으로 이동해 도와주려고 했다. 하지만 솔로몬이 공을 잡자 손흥민은 중앙으로 향해 뛰어들어갔다. 번리 수비진이 메디슨에게 쏠리자 손흥민은 수비진이 없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번리 수비진은 손흥민을 이번에도 완벽히 놓쳤고, 손흥민은 깔끔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워낙 손흥민이 쉽게 넣은 탓에 어렵지 않은 득점 장면처럼 보이지만 두 번째 골의 Xg값은 무려 0.13골로 매우 어려운 득점 상황이었다.

후반 21분 해트트릭 달성 장면도 손흥민의 오프 더 볼 움직임부터 출발했다. 상대 수비수 뒤에서 어슬렁거리던 손흥민은 번리 수비라인이 순간적으로 무너지자 곧바로 공간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포로가 손흥민과 딱 눈이 맞아 환상적인 패스를 넣어줬다.

후반 17분에도 손흥민은 포로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는데 이때 손흥민의 가슴 트래핑이 불안정해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그러자 손흥민은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여기서 손흥민의 퍼스트터치가 환상적이었다. 오른발로 패스를 잡아둔 손흥민은 골키퍼가 어려워하는 가까운 쪽 골대를 향해 왼발 슈팅을 밀어 넣었다. 세 번째 득점이 오늘 넣은 골 중에서는 Xg값이 0.45골로 가장 높다. 손흥민은 득점 기회의 난이도를 떠나서 완벽한 득점력을 보여줬다. 같은 경기 안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오자 또 다시 실수하지 않는 손흥민의 멘털리티 또한 칭찬할 수 있는 장면이다.

Xg에 비해 더 많은 골을 넣는 건 손흥민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손흥민의 득점력이 한 단계 진화하기 시작한 2020-21시즌을 보면 손흥민의 Xg값은 11.02에 불과했다. 11골을 넣어도 대단한 실력인데 손흥민은 17골이나 집어넣었다. 득점왕에 올랐던 2021-22시즌 또한 Xg값보다 6골을 더 넣었다. 공동 득점왕인 모하메드 살라는 Xg값보다 골이 적었다.

부진했다고 평가받는 2022-23시즌에는 Xg값이 9.6골이었다. 부상과 전술 문제가 해결되자 손흥민은 다시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이었다. EPL 사무국은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손흥민은 슈팅 5회를 날렸는데 이 중 3회를 유효슈팅으로 만들었다. 유효슈팅 3회는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키패스 1회, 드리블 성공 1회, 크로스 성공 1회(1회 시도)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손흥민을 팀의 득점원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증명한 완벽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주며 "첫 골은 솔로몬과 패스를 주고 받은 후에 골키퍼를 제치고 넣었다. 아름다웠다. 그런 다음에 포로의 패스를 통해 2번째 골을 넣었고 해트트릭까지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전과 다른 역할을 부여 받았음에도 중심에서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 축구에 완벽히 녹아 든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은 EPL 역사 속 한 인물로 장식됐다. 3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EPL 9년차 만에 무려 106골을 터트렸다. 1시즌에 12골 이상씩을 꾸준하게 기록해야 근접할 수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EPL 데뷔 시즌이었던 2015-16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리그에서 두 자릿수 이상 득점에 성공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23-24시즌도 공격수로 부상 없이 꾸준하게 나선다면 충분히 10골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EPL 역대 최다골 순위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30위까지 치솟았다. 손흥민의 우상이자 EPL 역사상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넘어섰다. 호날두만 넘어선 게 아니다. EPL 득점왕 2회 수상에 빛나는 첼시의 레전드인 디디에 드록바의 통산 기록도 손흥민보다 아래다. 드록바는 EPL에서 104골을 터트렸다.

앞으로 손흥민의 기록에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 아시아인이 등장할 수 있을지조차도 미지수다. 현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선수 중에는 100위권에 근접한 선수조차 없다.

경기 후 손흥민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난입(?)했다. 손흥민도 활짝 웃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어깨동무를 한 뒤에 등을 탁탁 두드려줬다. 주장으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데 경기장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까지 보여주는 선수를 싫어할 감독은 없을 것이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존재가 스트라이커 영입을 하지 않은 이유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이유는 아니지만 그 중에 하나다. 구단에는 정말 좋은 축구선수들이 몇 명 있다. 내 생각에 그들은 팀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손흥민은 중앙에서 뛰든, 측면에서 뛰든 그는 모든 특징을 다 보여준다. 어떤 시스템에서든 플레이할 수 있다. 우리의 플레이방식에서도 이상적이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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