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각, 혁신위 제안에 '의견 분분'
윤상현 "이재명 없는 민주당 대비 혁신위 구성"
정치권 '혁신위' 부정 평가…"오히려 부담 가중"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책으로 나온 '혁신위원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에서 혁신위 단어 하나로 당내 이견이 촉발된 건 지난해 6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일부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이재명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대비하기 위한 혁신위 구성을 주창하지만,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주류는 '인재 영입'으로 총선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안에서는 지난달 28~29일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당 지도부가 꺼낸 '인재 영입론'과 윤상현 의원의 '혁신위 구성' 제안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연찬회 1일차인 지난달 28일 "수도권 선거를 두고 '어렵다', '아니다'라며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매우 건강한 논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위기론의 근본 원인으로 '인재 부족'을 꼽았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전국 선거를 주도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인물이 앞에 나서도록 하고, 그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개혁을 주도한다면 취약 지역인 수도권에서 압승을 이룰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천하 인재', '십고초려'를 써가며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윤상현 의원은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해야 한다. 2030, 중도, 수도권에 어울리는 전략과 정책, 메시지, 공약 등을 발굴해야 한다"며 "이재명 없는 민주당을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물 영입만으로는 수도권 선거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수도권 위기론을 꺼낸 안철수 의원도 최근 벌어지는 이념 공세 등을 우려하며 중도층 지지를 얻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가 인물영입론을 꺼낸 날 오후에 열린 수도권 의원들 간 간담회는 타 지역 의원 간담회와 달리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인재 영입만으로 불리한 수도권 선거 구도를 바꿀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이 보수당에 불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좋은 인재를 섭외해 지지율이 오를 수 있어도 유지하거나 더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에서 혁신위를 반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근 1년여간 각 당에서 발족했던 혁신위가 당내 역학 구도로 흐지부지됐거나 오히려 지탄을 받는 등 정치권의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당 개혁을 위한 혁신위 구성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그 와중에 지도부가 바뀌는 등 혼란으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 들어선 김기현 지도부는 혁신위가 내놓은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확대,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 굵직한 혁신안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 활동한 민주당 혁신위는 김은경 위원장의 사생활 논란과 노인 폄하 발언 등 잇단 설화에 논란만 남기고 불명예 퇴장했다. 당 지지율 제고 대책을 만드는 혁신위가 오히려 지지율을 까먹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 배제'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이 당내 반발만 사고 계파 간 갈등만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전례들을 고려해 혁신위와 같은 위험 부담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로서는 총선을 7개월 앞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굳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작업을 벌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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