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기도실 앞 '돼지머리'…"사원 건립 안 돼" 긴 싸움 이유는

대구=최지은 기자 2023. 9.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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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방인들이 온다] ①[르포]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두고 갈등 폭발…당사자들이 말한 해법은
[편집자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인구 감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인력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외국인을 단순한 이방인이 아닌 정을 나눌 이웃사촌으로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한다.
경북대 캠퍼스 서문과 불과 도보 5분 떨어진 이슬람 기도실 인근에는 경북대로 유학하러 온 외국인 학생이 150명가량 거주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2014년 경북대 캠퍼스 서문 부근에 먼저 정착한 무슬림 유학생들이 현재 기도실로 사용 중인 주택을 매입해 7년간 사용했다. 이 기도실 바로 옆에 모스크를 올린 이슬람 사원이 지어질 예정이다. 기도 시간에 모여 기도하는 이슬람교도들./사진=최지은 기자


#. 남성의 짧은 헛기침 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이슬람 전통 모자 '쿠피'를 쓴 남성들은 한 방향으로 나란히 선 뒤 인도자의 소리에 따라 기도 자세를 바꿨다.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 기도실의 모습이다.

기도실 안 전자 시계에는 새벽 5시, 오후 12시45분, 오후 6시10분, 오후 7시32분, 오후 9시15분이 표시돼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의 하루 5번 기도 시간이다. 기도 시간은 해의 움직임에 따라 매일 조금씩 바뀐다. 기도실의 분위기는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경북대 캠퍼스 서문과에서 도보 5분 떨어진 기도실 인근에는 경북대로 유학하러 온 외국인 학생이 150명가량 거주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2014년 경북대 캠퍼스 서문 부근에 먼저 정착한 무슬림 유학생들이 현재 기도실로 사용 중인 주택을 매입해 7년간 사용했다. 이 기도실 바로 옆에 모스크를 올린 이슬람 사원이 지어질 예정이다.

기도실을 나오자 밖에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에 돼지 대가리 3개가 놓여있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들에게 항의하려 주민들이 마련해 둔 것이다. 골목을 따라 "돈보다 양심! 법 이전에 양심! 종교시설보다 양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부지는 주택 11곳으로 둘러싸여 있다. 숫자로 표시된 주택 위치./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은 213만4569명에 달한다. 국내 총인구의 4.1%에 이른다. 2017년 176만여명에서 37만여명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서 증가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늘어나면서 원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불거지고 있다. 이슬람사원 건립으로 마찰을 빚는 대현동이 대표적이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부지는 주택 11곳으로 둘러싸여 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대문 5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골목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90)는 사원 건립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을 우려했다. 김씨는 "집에서 보면 30명 정도 기도실에 모여 있는 게 보인다"며 "사원이 지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일 텐데 그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인근에 사는 다른 주민 역시 "개인적으로 주택 한복판에 지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좁은 골목에 여러 대문이 몰려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 많은데 사원 건립으로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특히나 그 사람들이 외국인이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걱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 기자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현장을 찾았다.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돼지고기를 금기시 하는 이슬람교도들의 특성에 빗대 돼지머리 냉장고를 설치했다./사진=최지은 기자


주택 밀집 지역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종교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탄원서를 내고 대법원까지 법정 공방을 벌였다. 법원이 이슬람교도들의 손을 들어주며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재개됐지만 공사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발에 일할 인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기도를 마치고 나온 한 무슬림은 "2014년부터 계속 이곳에서 기도를 해왔지만 그동안은 별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공사 자재를 들여올 때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다. 공사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도 이슬람사원 건립 현장의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출입문 앞에는 건물 증축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법원의 공시문이 붙어있었다.

이 골목에서 만난 파키스탄 국적의 말릭씨 역시 기도실 인근에 거주하는 무슬림이다. 앞서 한국에 정착한 같은 국적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는 "미국에서 보면 같은 인종끼리 마을을 형성하고 살곤 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라며 우리에게 이슬람 사원은 일종의 커뮤니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말릭씨는 "다섯 손가락이 다 같을 수 없듯이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이 한국인처럼 될 수 없다"면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그는 "집주인 아주머니가 한국인인데 항상 우리의 안부를 묻고 할랄 음식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며 "이 인근의 몇몇 식당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을 위한 요리를 해준다. 이렇게 서로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의 의견도 같았다. 한 주민은 "실제로 경험해본 외국인 유학생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며 "서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기회가 있다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대구=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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