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찬스 3억, '응애' 소리도 다시 들릴까…결혼 앞둔 2030 반응은
[편집자주]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약 12억원에 달하는 시대다. 청년층이 결혼해도 부모의 도움없인 전세조차 얻기 어렵다. 정부가 증여세 면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부부 기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려는 이유다. 9월1일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그러나 계층간 불평등을 키운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이 감세안의 실효성과 공정성을 짚어본다.
정부가 1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담긴 '결혼시 증여세 최대 3억원 공제' 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 내년부터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1억원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간 5000만원(성인 기준)까지 세금이 없는데, 법안대로면 결혼시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 양가를 합치면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내세운 '결혼·출산·양육 지원'이란 명분에 야당도 반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야당에서 결혼이 아닌 출산에 대해 증여세 면제 한도를 높이자는 주장 등도 나오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올 정기국회 때 내년도 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부안대로 증여세 혼인공제 1억원을 도입하는 대신 출산시 증여세 면제 한도를 1억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검토안 가운데 한 가지"라며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여야는 세법개정안을 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통해 합의안 도출을 시도한다. 국가적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 심각한 수준이며 늦은 결혼이 저출산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결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가 인식을 함께 한다. 따라서 결혼이든, 출산이든 증여세 공제 확대 등 세금 감면을 통한 지원책이 입법화될 공산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출생아 수는 12만343명으로,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0.7명이었다. 혼인 건수는 지난해 총 19만1700건으로 2000년(31만400건) 대비 39.8% 감소했다.
한 민주당 소속 기재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2030 세대의 결혼을 돕는다는 취지를 감안하면 민주당도 결혼 증여세 공제에 반대할 명분을 찾긴 어렵다"며 "오히려 혜택을 주는 김에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증여 기본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원 대신 7000만원으로 늘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혜택을 줄 때 확실히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무조건 정부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려하는 것은 세수 결손의 문제"라며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세수 결손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공제안의 정책 효과 분석을 따로 하지 않았지만 민주연구원은 혼인증여공제 도입시 고액수증자 약 2만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기획재정부·국회예산정책처·한국은행·국세청 자료를 참고해 2024년 2675억원 등 2024~2028년 5년간 총 1조3377억원의 세수감소 효과를 추산해냈다. 2만명이 1인당 평균 약 13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나온 직후 '초부자 특권 감세'라 비판했다는 점, 민주당이 자체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9월 말~10월 초 민주당표 세제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점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위 관계자는 "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법개정안 관련 당론을 예측하긴 어렵다"며 "이르면 9월 만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기재위엔 혼인소득공제를 도입, 혼인비용을 최대 500만원까지 소득공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각하기 전 2020년 국민의힘 의원 자격으로 발의했다.
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냈다. 가족 수가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프랑스식 조세 제도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 법안 역시 국회 기재위에 계류 중이다.
"자식들을 더 도와줄 수 있게 되는 건데 부모로서는 당연히 좋다. 요즘 1억5000만원은 집 구하는 데 일부 보태는 정도인데 그것마저 세금으로 얼마씩 토막 나면 되겠나."(자식이 결혼을 앞둔 60대 A씨)
"솔직히 증여세 면제 받을 만큼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그냥 (증여세) 내도 상관 없지 않을까."(내년 2월 결혼 예정인 20대 B씨)
정부가 1일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예비 신혼부부가 결혼할 때 직계존속(부모 등)로부터 부부합산 3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결혼을 앞둔 20∼30대는 결혼준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하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획기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예비 부부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모세대들은 대체로 결혼자금 증여재산 세액공제 신설 방안을 반겼다. 어려운 살림에도 자녀 결혼에 도움이 되고자 결혼자금을 증여하는데 세금으로 적지 않은 돈을 떼이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한 20대 직장인 C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직접 결혼을 준비해보니 부모님 지원 없인 어려운 점이 많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부모님들은 자식 잘 되라고 물려줄 것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으려고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결혼할 때) 증여세를 떼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반면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다른 20대 직장인 B씨는 "이게 누구에게나 필요한 제도는 아닌 것 같다"며 "(증여세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넓은 계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 30대 D씨는 "증여세 자체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결혼하는 사람에게 세금을 깎아준다는 건 나쁘진 않다고 본다"면서도 "(세법 개정시 추가 공제되는) 2000만원 정도 세금을 깎아준다고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날까.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액공제 적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30대 E씨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신혼부부만의 힘으로 주택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적용기간이 혼인신고일 전후 2년으로 짧아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며 "실질적으로 부모님들의 증여가 주택구입시에 많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적용기간을)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인 7년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녀가 결혼을 앞둔 부모 세대는 대체로 호평했다. 30대 자녀를 둔 60대 F씨는 "내가 1억5000만원까지 증여를 해줄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지만 조금이라도 세부담을 줄여준다는 건데 좋다고 생각한다. 꼭 부잣집 아니라도 현실적으로 자녀들 결혼할 때 얼마씩은 보태주지 않나"라고 했다.
자녀가 내년초 결혼하는 다른 60대 G씨 역시 "나는 못해주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식 결혼하는데 도와주겠다는데 그걸(세액공제) 배아프다고 (도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대기업 임원 출신 50대 H씨는 "그거 증여해 줄 사람 몇이나 될까. 나는 못해줄 것 같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현재 미혼인 30대 머니투데이 더300 기자 4명에게 이에 대해 물은 결과 "출산율을 생각하면 어떤 정책이라도 필요하다" "출산했을 때 증여세를 감면하는 게 실익이 있는 것 같다" "그간 증여세를 내지 않고 차용증을 쓰는 등 탈법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데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효과가 있다" "혼인신고 하지 않고 사는 부부가 신고를 하게 해 출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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