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놈이랑 못 자”…수컷동물이 암컷 생식기에 벌인 황당한 짓 [생색(生色)]
[생색-11] 불안하기 그지없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전쟁의 장기 출정을 앞두고서였습니다. 미모의 아내를 혼자 두고 가자 하니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지요. 홀로 사는 아름다운 여성. 세상의 모든 짐승이 군침을 흘릴 것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부인도 품행이 방정하지 않았기에 걱정은 더욱 컸습니다. 뭇 남성들의 시선을 즐겼고, 때론 헤프게 웃고 다녔지요. 출정 날이 다가올수록, 어찌 된 일이지 아내의 표정도 좋아 보였습니다.
아내가 딴 놈과 놀아난다는 생각 없이 전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모름지기 인생은 가화만사성 아니겠습니까.
정조대의 첫 등장은 십자군이 활동한 11세기 유럽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기록과 증거로 증명된 첫 등장은 14세기 르네상스 시기입니다.
기니피그는 생후 4주 정도부터 짝짓기를 시작합니다. 수컷과 암컷은 열심히 사랑을 나누지요. 그런데 어쩐지 암컷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암컷의 생식기가 젤라틴 같은 것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방금 열심히 교미하던 녀석이었는데!
범인은 수컷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관계할 때 특이한 물질을 배출합니다. ‘메이팅 플러그’(Mating Plug)라고 하는 액체입니다. 이 액이 파트너의 질 속에 들어가면 끈끈해집니다. 점도가 높은 탓에 나중에는 마개처럼 상대의 질을 막아버릴 정도입니다.
설사 암컷이 다른 놈과 바로 관계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놈의 정자는 여전히 방해받습니다. 그녀의 속 안에는 여전히 전임자가 남기고 간 흔적이 버젓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놈의 정자가 메이팅 플러그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앞선 놈의 씨앗은 자유로이 유영하며 그녀의 난자와 만나게 됩니다. 자기 새끼를 남기기 위한 수컷 기니피그의 눈물겨운 투쟁인 셈이지요.
암컷의 몸에 들어 간 정자낭이 부풀어 오르더니, 입구를 닫은 것이었지요. 마치 문지기처럼요. 그 정자낭은 최대 다섯시간 동안 버티면서 정자가 수정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연구자들은 전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다른 놈과의 교미도 막고, 설사 그녀가 바람이 나더라도 수정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메이팅 플러그’를 진화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마치 인간의 정조대처럼요.
그 중 ‘메이팅 플러그’로 유명한 곤충은 ‘나비’입니다.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평화의 상징처럼 보이는 나비들도 짝짓기에 있어서는 아주 냉철한 동물입니다. 특히 헬리코니우스 종은 메이팅 플러그를 확실히 전달하는 놈들로 이름 나 있습니다.
새로운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다가 갑자기 ‘현자’가 되어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앞선 수컷 나비의 메이팅 플러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방향으로 암컷의 새로운 교미를 막고 있는 셈입니다. 나비들이 그만큼이나 생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지요.
함께 만든 ‘정조대’에 관한 해석은 아직 불충분합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몸집이 훨씬 더 큰 암컷 거미들이 수컷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환경에 주목합니다. 자신이 고른 이성인 만큼 그의 새끼를 낳는 데 협력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종들의 교미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세줄 요약>
ㅇ일부 동물들은 교미과정에서 ‘메이팅 플러그’를 만든다. 암컷 생식기를 막는 일종의 젤라틴으로 동물계의 ‘정조대’라고도 불린다.
ㅇ기니피그, 오징어, 나비 등 동물 수컷들은 암컷이 다른 수컷과의 추가 교미를 막아 자신의 번식율을 높인다.
ㅇ동물의 생식본능은 ‘끈적끈적’할 정도로 대단하다.
<참고문헌>
ㅇ안드레아스 서터 외, 집쥐의 메이팅 플러그의 기능,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 27권 1호, 2016년
ㅇ카탈리나 에스트라다 외, 나비의 항최음성 페르몬 진화를 이끄는 성 선택, 진화(Evolution) 65권 10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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