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원주 야행과 잠수교, 초가을 밤여행 5선[함영훈의 멋·맛·쉼]

2023. 9. 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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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디피랑, 순천만, 세종수목원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김수진 여행작가] ‘3곳의 인문학’을 흡입하고 ‘1박’ 하며 밤 정취 즐긴 뒤, ‘4곳의 청정자연’ 속을 탐방하는 ‘3.14 원주율 여행’이 초가을을 맞아 밤의 콘텐츠를 확장했다.

원주 대표 유원지 간현관광지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2018년 높이 100m에 길이 200m 산악 보행교 소금산출렁다리가 개장했고, 고도 약 200m 절벽을 따라 소금잔도가 놓였으며, 주변 절경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들어섰다. 여기에 소금산출렁다리보다 2배 긴 소금산울렁다리가 합세했다. 이 시설을 아울러 소금산그랜드밸리라 한다.

낮에 간현관광지를 찾는다면 소금산출렁다리에서 소금산울렁다리까지 돌아보는 코스가 핵심이다. “그냥 높고 탁 트인 데 한번쯤 와보고 싶었어.”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이곳을 찾은 주인공 문강태(김수현 분)의 대사처럼, 높고 탁 트인 곳에서 아찔한 스릴과 짜릿한 전망을 만끽한다.

밤에 간현관광지가 전하는 매력은 다르다. 낮에 소금산출렁다리와 울렁다리가 주인공이라면, 밤에는 나오라쇼가 주인공이다. 나오라쇼는 나이트 오브 라이트 쇼(Night of Light Show)를 줄인 말로, ‘간현에 나와 빛의 밤을 즐기자’라는 뜻도 있다. 미디어 파사드와 음악 분수, 야간 경관 조명 등이 밤을 수놓는다.

한국관광공사는 낮엔 아직 덥고, 밤에 완연한 가을 정취를 느끼는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로 ‘야간관광’을 정했다.

추천 여행지는 ▷빛의 밤을 즐기러 나와~ 원주 간현관광지 나오라쇼(강원 원주) ▷국립세종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눈부신 야경에 취하다(세종) ▷해가 저물면 벽화가 살아난다, 통영 디피랑(경남 통영) ▷순천의 가을 야경에 빠지고 싶다면 지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전남 순천) ▷이토록 낭만적인 한강의 밤, 서울 반포대교와 잠수교(서울 서초) 등 5곳이다.

원주 소금산은 경기도를 나와 강원도로 진입하자마자 만나는 청정지대이다. 소금산 출렁다리 아래 축구장 2개 크기의 암벽을 스크린삼아 거대 미디어쇼가 펼쳐진다. [원주시 제공]

▶원주 소금산 밸리와 나오라쇼= 원주 간현관광지 소금산그랜드밸리에 밤이 되면 소금산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나이트 오브 라이트’(Night Of Light)의 줄임말인 ‘나오라 쇼’는 소금산 출렁다리 아래 깎아지른 거대 절벽을 스크린으로 삼는다.

폭 250m 높이 70m로 축구장 2개 면적이다. 이 자연 암벽에 고화질 빔프로젝터를 쏘아 원주 대표 설화인 '은혜 갚은 꿩' 등 다양한 미디어 아트 콘텐츠를 구현한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와 음악 분수, 야간 경관 조명 등을 선보인다. 올해는 야간 개장 시 출렁다리도 개방해 재미를 더한다.

간현관광지 야간 개장은 10월 29일까지 매주 금~일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나오라쇼 공연은 8시 30분~9시 20분), 이용권은 13세 이상 5000원, 7~12세 3000원이다.

간현관광지와 함께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오른 뮤지엄 산(SAN)은 자연 속에 건축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 공간이다.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안도 타다오 : 청춘〉이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박경리 작가가 ‘토지’ 집필을 마무리한 옛집을 중심으로 조성한 박경리문학공원, 한지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체험하는 원주한지테마파크도 가을 원주 여행 일정에 넣기 좋다.

밤의 세종수목원[국립 세종수목원 제공]

▶국립세종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눈부신 야경에 취하다= 세종시에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밤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9월 23일까지 금·토요일 야간 개장 ‘특별한 夜행’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계절전시온실 내 열대온실은 밤에 더 신비롭고, 특별전시온실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창덕궁 후원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물 크기로 만든 솔찬루와 도담정이 있는 궁궐정원은 은은한 달빛 아래 한옥과 자연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무료로 대여 가능한 호롱불을 들고 여유롭게 수목원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가지런해진다. 야간 개장 시간은 오후 5시~9시 30분, 입장료는 어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다.

세종시 명소 금강보행교(이응다리)도 밤에 돋보인다. 까만 하늘에 동그란 띠가 걸린 듯한 디자인이 독특하다. 높이 34m의 금강보행교 전망대에서 화려한 다리와 빛나는 도시 경관이 금강에 비친 야경을 볼 수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11시(연중무휴), 이용료는 없다.

국립세종수목원 근처에 세종호수공원이 있다. 밤이면 보석처럼 빛나는 수상무대섬을 놓치지 말자.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한자리에 모은 대통령기록관이 세종호수공원 가까이 있다. 밀마루전망대에서는 세종시의 개성 넘치는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디피랑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정흠 작가]

▶해가 저물면 벽화가 살아난다, 통영 디피랑= 2022년 제1호 야간관광특화도시(성장지원형)로 선정된 통영에서는 다양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디피랑은 강구안 인근에 자리한 남망산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조성한 야간 경관 전시 공간이다. 통영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곳은 동피랑과 서피랑에서 사라진 벽화를 주요 주제로 다룬다.

통영시는 2년에 한 번씩 공모전을 열어 벽화를 교체하는데, 이때 사라지는 그림을 미디어 아트로 되살린 것이다. 15개 테마로 운영하는 디피랑에서는 인공조명과 인터랙티브 콘텐츠, 거대한 화면에 상영하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추억이 담긴 벽화를 만날 수 있다.

디피랑 운영 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9월 기준, 입장 마감 10시 30분),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당일 휴장한다. 관람료는 어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2000원, 어린이 1만 원이다.

통영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 강구안도 함께 둘러보자. 최근 완공된 보도교가 강구안의 밤을 더욱더 아름답게 장식한다. 루프톱 카페와 식당이 많은 동피랑벽화마을에서 강구안의 밤 풍경을 감상해도 멋지다. 미륵도에 있는 스카이라인루지 통영은 주말과 공휴일마다 오후 9시까지 코스에 조명을 밝히고 연장 운영한다.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제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난 4월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선선해진 가을 날씨와 순천만국가정원의 밤 풍경을 즐기기 좋다. 작년 말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곳이다.

순천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동천테라스나루터에서 박람회 행사장 내 호수정원나루터까지 12인승 보트와 20인승 선박이 운항한다. 늦은 오후에 배를 타면 노을이 지는 순천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박람회장의 풍경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행사장은 순천만국가정원권역과 순천만습지권역, 도심권역으로 나뉜다. 순천만국가정원권역에서 꼭 방문할 장소로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을 꼽는다. 국가정원식물원으로 입장해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크릿가든으로 넘어간다. 두 곳을 구경하고 나오면 순천호수정원 주변 야경이 눈에 담긴다.

도심권역에 있는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물위의정원도 순천호수정원 못지않게 밤 풍경이 멋지다. 9~10월 순천만국가정원권역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9시, 오후 5시부터 입장하는 야간권 입장료는 어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이다.

순천시 행동 문화의거리에 그림책 원화와 관련 전문자료 등을 전시하는 그림책 전문 도서관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자리한다. 주변에 있는 옥천서원(전남문화재자료)도 함께 구경할 만한 여행지다.

“이건 찍어야해” 잠수교의 밤 [박산하 작가]

▶이토록 낭만적인 한강의 밤, 서울 반포대교와 잠수교= 창 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이 영화와 노래가 히트를 치던 시절보다 30여년 지난 지금 반포대교와 잠수교의 밤은 확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2023년 9월, 창 밖의 잠수교로 직접 간다.

반포한강공원은 서울 대표 야경 명소다. 일몰이 고운 서래섬, 도시의 어둠을 찬연하게 밝히는 세빛섬과 반포대교가 자리한다.

가을이면 꽃이 만발하는 서래섬에서 저녁 산책을 하고, 밤에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세빛섬에서 선셋 카약과 튜브스터(물 위에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원형 보트) 등 수상 레저 어트랙션에 도전해보자.

반포대교에 있는 달빛무지개분수는 상류 쪽과 하류 쪽 길이가 총 1140m에 이르러, 2008년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4월부터 10월까지 하루 5~6회 분수를 가동한다.

음악에 맞춰 조명이 시시각각 변하고, 스윙 노즐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너울져 한강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지난봄 반포대교 아래 잠수교에서 열린 2023차없는잠수교뚜벅뚜벅축제가 가을에도 이어진다.

9월 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일요일(9월 기준, 정오~오후 9시)마다 차량을 통제해 잠수교를 자유롭게 거닐며 야외 공연과 플리 마켓 쇼핑, 빈백에 누워 책 읽기 등을 즐길 수 있다(추석 연휴 제외, 10월 이후 일정 미정).

반포한강공원은 수도권전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다. 고속터미널역과 이어진 지하상가 고투몰은 의류부터 신발, 가방, 인테리어 소품, 침구, 꽃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값에 판매한다. 음악과 미술, 서예 등 폭넓은 예술을 접하는 예술의전당, 지난 6월 개관한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도 반포한강공원 주변 여행지로 둘러볼 만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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