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복군가 작곡한 한유한교수 제쳐놓고 왜 ‘인민해방군가’ 정율성을 기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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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드세다.
초기 북한 군가 상당수가 일본 군가를 가사만 바꾸어 부를 정도로 작곡가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압록강 행진곡', '조국행진곡' 등 10곡 가량의 광복군가를 작곡한 한유한 교수다.
그렇지만, 전쟁기념관과 전국의 군사박물관 어느 곳도 우리 군가를 기념하고, 작사, 작곡자들을 기억하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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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정율성 기념공원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드세다. 지역에서 정율성에 대한 추앙 분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작금의 논란을 혹자는 이념논쟁일 뿐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예술적인 면만 보자고도 한다. 음악인으로서 정율성이 지은 곡은 무슨 곡이며 동시대의 음악인 중 가장 훌륭한 음악인이었을까? 동시대에 태어나 각기 다르면서 유사한 행적을 지닌 작곡가 2명을 함께 소개한다.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나 19세에 중국으로 갔다. 남경에 있던 공산주의 계열의 ‘조선혁명정치군사학교’에 입학하여 음악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그가 지은 몇 개의 단선율 곡 중 “연안송”과 함께 “팔로군 행진곡”을 중국 공산당군이 채택함으로써 일약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다. 정율성은 1945년 12월 북한으로 들어가 1947년부터 인민군 소좌 계급으로 인민군 합주단을 이끌며 200여회의 공연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북한 군가 여러 곡을 지은 인물이다. 초기 북한 군가 상당수가 일본 군가를 가사만 바꾸어 부를 정도로 작곡가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934년 김일성이 만든 불세출의 명작이라고 자랑하는 “조선인민혁명군가” 역시 “일본해군”의 선율을 차용한 곡이다.
동시대의 작곡가로 1913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나 숭실전문학교를 나오고 일본고등음악학교에 진학해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했던 김동진 교수가 있다. 광복 후 평양음악대학 교수가 되었으나 음악을 이념의 도구로 삼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6·25 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하였다. 해군 정훈음악대에 들어가 창작부장을 했고 군가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육군가’, ‘용진가’, ‘행군의 아침’ 등 모두 17곡의 군가를 지었고, ‘가고파’,‘수선화’, ‘봄이 오면’ 등 수많은 예술가곡도 남겼다. 오랜 기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를 지냈다. 이뿐만 아니다. 6·25 전쟁 때 서해 용매도 유격대원 출신으로 군가 12곡을 지은 전석환 선생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우리 군(軍)의 뿌리라고 했던 광복군에도 훌륭한 작곡가가 있었다. ‘압록강 행진곡’, ‘조국행진곡’ 등 10곡 가량의 광복군가를 작곡한 한유한 교수다. 광복군의 주력 부대였던 2지대 이범석 장군 휘하에 있었던 한유한 선생은 1910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다. 부친 한흥교 선생도 독립운동가다. 1917년 중국 상하이(上海)로 가 초중고와 신화예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중국 국적을 취득했으나 1934년경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가 창작한 항일 오페라인 “아리랑”을 서안에서 공연할 때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전해진다. 해방 후 귀국하여 부산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자랑스러운 우리 군가와 광복 군가를 지은 분은 기억에도 없는데, 북한군 장교로 중국 군가와 북한 군가를 지은 이를 추앙하고 기념사업까지 펼친다는 건 할 말을 잊게 한다. 북한과 달리 400곡 가량의 우리 군가는 초창기부터 모두 창작된 곡이다. 그렇지만, 전쟁기념관과 전국의 군사박물관 어느 곳도 우리 군가를 기념하고, 작사, 작곡자들을 기억하는 곳은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정리=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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