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공사장 먹줄을 놓는다…'부실시공'도 사라질까 [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3. 9. 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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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사 라우 CEO가 이끄는 더스티 로보틱스, 레이아웃 자동화 혁신…"2030년 건축의 디지털화"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더스티 로보틱스
올 여름 명품 신축 아파트들에서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매매가 20억원을 웃도는 고가 아파트 로비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주민들이 바지를 걷고 흙탕물을 위를 거니는 모습에 1군 건설사 브랜드도 못 믿겠다는 말이 나왔다. 건설사들은 폭우 탓을 했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실수든 고의든 설계나 시공상 오류가 있었으리라는 것.

자율주행, 생성형 AI 같은 신기술이 쏟아지지만 건설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100% 완벽한 시공은 없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건축을 맡길 수는 없을까? 2018년 '더스티 로보틱스'를 창업한 테사 라우 CEO가 이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다.

로봇한테 먹줄 작업 맡겨보니 정확도 100%
더스티 로보틱스의 주력 제품은 '필드 프린터'다. 필드프린터는 제작도에 그려진 기둥, 벽, 문 등 시설물들의 위치를 실제 건축현장에 그려넣는 '레이아웃' 작업, 국내 현장에서 '먹줄 놓기'라고 부르는 작업을 대신해주는 로봇이다. 레이아웃이 잘못되면 이후 모든 시설물들이 잘못 시공돼 하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높은 정확도를 요한다. 그래서 미국 현장에서는 숙련공 1~2개 팀이 몇 주간 레이아웃 작업을 맡는데, 포브스에 따르면 이들의 시급은 125달러(16만5000원)에 이른다.


더스티 로보틱스에 따르면 필드프린터는 로봇청소기처럼 건축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구조를 본뜬 다음, 미리 입력된 제작도를 콘트리트 위에 그대로 그려넣는다. 오차율은 1.5밀리미터 안팎이다. 조작법도 어렵지 않아 숙련공이 아니어도 필드프린터를 가동하면 숙련공보다 훨씬 빠르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스웨덴 대형건설사 '스칸스카'가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의료시설 건축 프로젝트에서 필드프린터를 가동한 결과 레이아웃 작업 속도는 50% 상승했고 정확도는 100%에 달했다고 한다.

건설현장 로봇청소기 사업을 하다…팬데믹은 기회로
필드프린터는 팬데믹 기간 위력을 발휘했다. 코로나 감염 위험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더해져 건설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려하자 건축현장이 일제히 멈출 위기에 처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20층 건물을 올리던 현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필드프린터가 이 현장에서 레이아웃 작업을 맡아 숨통을 틔웠다. 지난 5월 건축전문지 컨스트럭션브로드시트 인터뷰에서 라우 CEO는 "당시 현장인력들은 로봇 덕분에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안심했다"며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작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라우 CEO는 '로봇 위스퍼러'로 통한다. 말과 인간 사이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호스 위스퍼러'처럼 로봇과 인간을 잇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라우 CEO는 미국 로봇공학의 산실로 불리는 윌로우 개러지 출신으로, 이곳에서 인터페이스 개발 연구를 담당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사비오크'를 창업, 호텔 룸서비스 로봇을 개발해 메리어트, 힐튼 등 유명 호텔 체인에 공급했다.

건축 사업에 뛰어든 건 건물 리모델링 현장 경험이 계기가 됐다. 라우 CEO는 지난해 5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시공 후 줄자로 재보니 하자가 분명했다. 엉뚱한 곳에 섬을 만들어 놓은 수준이었다"며 건축현장 먼지 제거를 위한 로봇청소기 사업에서 방향을 틀어 필드프린터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더스티 로보틱스는 터너 컨스트럭션, DPR컨스트럭션 등 대형건설사의 공사 현장을 맡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해 5월 기준 더스티로보틱스 기업가치를 2억5000만 달러(3308억원)로 평가했다. 더스티 로보틱스 투자 유치를 주관한 스케일벤처파트너스의 알렉스 니헨케는 포브스에 "수주한 현장 규모를 볼 때 더스티 로보틱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고객 명단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라고 했다.

/사진=더스티 로보틱스
"현장상황 실시간 반영하는 디지털 건축 구현 목표"
필드프린터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건설현장 디지털화를 실현한다는 게 라우 CEO의 청사진이다. 그는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필드프린터로 현장에 바코드를 그려놓고 인력들이 작업 전 바코드를 스캔하는 방법을 도입한다면 누가 어디서 무엇을 시공했는지, 설계에 따르고 있는 것인지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런 정보가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의 빌딩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면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현장 상황을 즉시 파악해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실제 시공속도를 데이터로 만들어 추후 설계에 반영할 수도 있다"며 "건설현장의 디지털화는 건축을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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