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판정” 상대까지 ‘1등 희생양’ 류현진 불쌍하게 여겼다… 그러고도 버틴 '멘탈 괴물'

김태우 기자 2023. 9.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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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의 무더기 오심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며 괴물 멘탈을 과시한 류현진
▲ 형편 없는 판정 정확도로 팬들을 분노케한 앙헬 에르난데스 심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가장 뛰어난 심판은 경기 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심판”이라는 격언이 있다. 보통 팬들은 경기 전 심판 라인업까지 세세히 확인하지는 않는다. 이름이 기억난다는 것은 뭔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별 문제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관장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앙헬 에르난데스(62) 심판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심판 중 하나다. 아쉽게도 부정적인 이슈에서 그렇다. 숱한 오심으로 메이저리그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선수, 감독과 싸우다 퇴장을 명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1991년부터 메이저리그 심판을 봐온 베테랑이기에 그런 사례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던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확실히 존중 받는 심판은 아니다.

워낙 논란이 많아서 그런지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심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중요한 경기에 배제된 경우가 많다. 올스타전에는 세 차례만 참가했고, 그마저도 2017년이 마지막이다. 월드시리즈는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 영광의 주인공으로 선택됐는데 그 이후로는 월드시리즈 심판위원으로 배정된 적이 없다. 리그도 부담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스포팅뉴스’ 선정 2020년 최악의 심판으로 당당히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에르난데스 심판의 오심 퍼레이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여전히 구설수에 오른다. 심판마다 존이 조금씩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야구 규정에 기본적인 룰이 있기 마련인데, 에르난데스 심판은 간혹 이를 무시하는 듯한 판정을 내리곤 한다. 경기 중에도 존이 수시로 바뀌어 선수들을 애먹게 하는 경우도 많다.

2일(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토론토와 경기에서도 논란이 컸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무더기 사례가 나왔다. 경기 후 심판들의 판정도를 분석하는 사이트에서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날 에르난데스 주심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무려 21개의 오류를 범했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기에 100% 정확한 판정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0개가 넘는 오심은 이례적이다.

에르난데스 주심의 컨디션(?)이 더 급격하게 떨어진 건 4회였다. 하필 류현진(36‧토론토)이 희생양이 됐다.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3회 몬테로에게 2점 홈런을 맞기는 했으나 콜로라도 타자들의 타구를 내야에 잘 가두며 비교적 순항하고 있었다. 1-2로 뒤진 4회에도 선두 로저스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굿맨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1사 1루에서 존스를 삼진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 류현진은 심각한 오심을 두 차례 이상 이겨내고 5이닝 2실점으로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 4회 존스 타석 때 게임데이 로케이션. 6구가 너무나 명백하게 스트라이크였다 ⓒMLB 게임데이 캡처
▲ 1회 블랙먼 타석 당시의 분석표. 이날 오심 3위에 선정됐다 ⓒMLB 게임데이 캡처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주기 싫었던 것인지 류현진은 6구째 89마일 포심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었다.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인지 존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타격이었다면 풀카운트에서 당연히 배트가 나와야 하는 코스였다. 오히려 타자들이 좋아할 만한 높낮이였다.

하지만 에르난데스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삼진이 볼넷으로 둔갑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2사 1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2루가 됐다. 이 판정 하나에 콜로라도의 승리 확률이 일시적으로 3.2% 더 추가돼 72.4%가 됐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중계진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리 토론토 쪽으로 팔이 굽는다고 해도 중계 중에 이런 탄식을 듣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류현진의 억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이미 경기 중 에르난데스 주심의 판정 정확도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를 했던 해설가 조 시들은 “아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신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건 세 번째 스트라이크(삼진을 의미)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심지어 콜로라도 중계진에서도 류현진을 안쓰러워하는 말이 나왔다. 콜로라도 중계진은 토론토 중계진보다 강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앙헬이 앙헬 타입의 판정을 내렸다”고 짧게 언급했다. 경력 내내 오심이 많았던 에르난데스 주심이 다시 오심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였다.

심판 판정의 정확도를 조사하는 ‘엄파이어 스코어카즈’는 3일(한국시간) 자체 분석에서 에르난데스 주심의 이날 판정 정확도가 단 89%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들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정확도 수치는 94%였다. 5%나 떨어졌다. 175개 중 156개의 콜만 정확했다고 봤다. 일관성도 92%로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주심들의 평균은 94% 수준이다.

이날 가장 치명적이었던 오심 1위가 바로 4회 존스 타석이었다. ‘엄파이어 스코어카즈’는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오심이었는지를 경기의 중요도와 결부해 순위를 매긴다. 심각한 오심이어도 12-0에서 나오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1점차였고, 2사 1루가 될 상황이 1사 1,2루로 바뀐 터라 오심이 더 치명적이었다. 그것도 아슬아슬한 공도 아닌, 너무 명백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이었다.

▲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시도 때도 없이 마찰을 빚는 앙헬 에르난데스
▲ 류현진은 오심을 이겨내는 괴물 같은 평정심을 과시했다
▲ 시즌 4승째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팀 승리에 공헌한 류현진 ⓒ토론토 구단 SNS

3위 오심도 류현진이 당했다. 1회 블랙먼 타석 2B-2S에서 5구째 던진 공이었다. 우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을 공략하는 공이었는데 이 또한 볼로 판정됐다. 역시 삼진으로 끝나야 했는데 결국 이것이 볼로 판정되면서 8구까지 가는 승부로 바뀌었다. 류현진이 블랙먼을 범타로 처리해서 망정이지 만약 안타나 볼넷을 내줬다면 경기 초반 흐름이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은 이날 탈삼진 2개를 손해봤다.

이 수치를 본 팬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에르난데스이기에 이상하지 않다”는 자조 섞인 푸념부터, “쓰레기 같은 판정이었다”, “이것이 평균적인 에르난데스의 활약”, “충격적이다”, “일을 너무 못해서 노조에 대한 인식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 “이것이 에르난데스의 마스터 클래스다”, “로봇 심판을 그의 뒤에 붙여놓을 의무가 있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콜로라도 또한 이날 콜 몇 개를 손해봤기에 비판은 팀을 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이 다음 상황을 잘 처리하며 ‘괴물 멘탈’을 과시했다. 오심이 나오자마자 피트 워커 코치가 뛰어나와 사태를 진정시킨 게 도움이 됐을지 모른다. 류현진도 에르난데스 주심의 성향을 아는 만큼 크게 동요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3회 자신에게 홈런을 때렸던 몬테로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그대로 이닝을 마쳤다. 에르난데스는 에르난데스였고,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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