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강사 돼 행복했던 동생"…해경에 살해된 30대女 유족 울분

최성국 기자 2023. 9. 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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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여친 목 졸라 살해한 해양경찰관 '우발 범죄' 주장
피해자 유족 "제발 엄중 수사·처벌 해달라" 호소
ⓒ News1 DB

(목포=뉴스1) 최성국 기자 = 현직 해경의 살인으로 피붙이를 잃은 유족들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며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남자친구로부터 살해 당한 30대 여성 피해자는 프리다이빙 강사로서 이제 막 꿈을 피우려던 차에 죽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최모 순경(30)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최 순경은 지난달 15일 오전 3시20분부터 오전 3시50분 사이 전남 목포시 하당동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여자친구 A씨(30)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최 순경은 당일 오전 2시쯤 A씨와 함께 식당을 찾았고, 오전 3시22분쯤 말다툼 후 화장실에 가는 A씨를 뒤따라갔다. 여자화장실에서 A씨를 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한 그는 3시50분쯤 식당으로 돌아와 결제를 하고 여자화장실로 돌아갔다.

오전 5시30분쯤 화장실 창문으로 도주했던 A씨는 약 10분 뒤 범행현장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달아났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4시쯤 인근 안마시술소에서 최 순경을 긴급체포했다.

A씨는 오전 6시쯤 상가 관계자에게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채였다.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유품에서는 A씨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놓은 다이빙 관련 물품들이 다수 나왔다.

쾌활한 성격이었던 피해자는 여러 일을 하다가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프리다이빙'이라고 생각해 관련 자격증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사건 직전 프리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A씨는 강의를 준비하며 수강생과의 첫 만남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A씨가 준비한 선물은 수강생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A씨와 두살 터울인 유족은 뉴스1과의 통화해서 "여동생은 항상 밝았다. 활동적이고 사람과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렸을 때 집이 힘들었음에도 속으로만 끙끙 앓고 밝은 모습으로 혼자 감내하던 동생"이라며 "가족들은 동생이 죽은 게 모두 우리 탓이라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만나는 사람의 직업이 해경이라고 들었을 때 안도했다. 직업적으로 경찰이면 사람 됨됨이는 되겠다고 싶어 아버지도 저도 동생에게 가정 꾸릴 생각이면 잘 만나보라고 했다. 이 말 때문에 동생이 이별을 빨리 하지 못했나는 생각에 자책만 든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국민을 수호하고 보호해야 할 경찰의 신분으로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가중처벌을 받는 게 당연한데 살인으로 재판에 넘겨져도 초범인 이상 10년 안팎의 징역형만 내려질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세상을 떠난 내 동생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 30살인 범죄자는 40대가 돼 교도소를 벗어나고 본인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 것 아니냐. 검찰이 수사 중이지만 너무 원통하다"며 "가해자는 '우발적 범죄'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순경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도 "평소 여자친구와 말다툼이 잦았고 그날도 말투를 지적해 말싸움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해왔다.

그러나 유족들은 최 순경의 범행이 우발적이지 않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은 "동생의 카카오톡 내역을 보면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말이 많았다"며 "동생 직장에 너무 자주 찾아와 사장이 나무랄 정도였다. 연락이 안되면 영상통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 걸고, 가해자가 해경 업무를 위해 항해를 나갔을 때도 대화 없이 통화를 켜놓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이별에 대한 암시를 하자 과도한 집착과 회유를 반복했다"면서 "화장실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범행 직후에 했던 행동들을 보면 우발적 범행이라고 볼 수 없다. 재판에서 우발적 판단이 나오면 유족들은 나가 죽으라는 말 밖에 안 된다. 제발 제대로 수사·처벌해 동생의 죽음에 대한 벌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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