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암신약 ‘렉라자’, 블록버스터 기대감 높아지는 이유[약전약후]
바이오텍·제약사·빅파마 기술이전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유한양행의 3세대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할 시 건강보험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는 국산 항암신약을 처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트너사인 얀센이 개발 중인 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중간 연구결과도 곧 공개될 전망이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ETC) 등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31일 ‘제6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암질심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대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로 급여기준 설정을 결정했다.
렉라자는 앞으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다음으로 유한양행이 렉라자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값(약가) 협상을 진행한다.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급여를 적용하기로 심의를 마무리하면 렉라자는 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렉라자를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EGFR의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지난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전에 EGFR 티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조건부허가를 받아 국내 31번째 신약으로 등록됐다.
이후 렉라자는 2차 치료제로 정식 허가를 받고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추가 연구 결과에 따라 올해 6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적응증은 의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질환이나 질병을 뜻한다.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되면 더 많은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렉라자는 해외에서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자사 항암 이중항체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하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병용요법은 서로 다른 효능을 나타내는 2개 이상의 약제를 하나의 적응증에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드존슨(J&J)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시장가치가 최소 50억달러(약 7조원)라고 보고 있다.
첫 국산 블록버스터 항암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렉라자는 바이오텍-국내 제약사-글로벌 빅파마로 이어지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의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국내에서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글로벌 매출이 1조원 이상을 나타내는 약물을 뜻한다.
시험관시험과 동물시험 등 전임상과 사람을 대상으로 후보물질을 연구하는 임상 1, 2, 3상시험은 단계가 진전될수록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초기임상 개발을 바이오텍이 진행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중기 임상을 국내 제약사가 수행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한 이유다. 막대한 비용과 높은 연구역량이 필요한 글로벌 임상 3상은 대개 후보물질을 도입한 글로벌 빅파마가 담당하게 된다.
렉라자의 원 개발사는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오스코텍‧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비임상과 국내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렉라자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최대 계약금 1조4000억원 규모로 이전했다. 판매 로열티는 별도로 받는다. 국내 임상 3상을 별도로 진행했다.
얀센은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렉라자 단독요법과 경쟁약 단독요법 등과 비교하는 글로벌 임상 3상(임상명 MARIPOSA-1)의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렉라자는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과 글로벌 병용요법 개발을 통해 앞으로도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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