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내려가서 뭐 먹고 살래?"…월 4천 버는 20대 부부의 비결 [방준식의 N잡 시대]
의류MD, 일식집서 일하다 귀촌 결심
가리비,멍게,장어 밀키트로 입소문
"현지 해산물로 억대 연매출 올리죠"
저희 부부는 미대 출신입니다. 의류 MD와 일식집 주방일을 했어요. 직장에 치여 살다 우연히 찾은 통영에 반했죠. 그 길로 멀쩡한 직장을 때려 치고 집도 팔고 귀촌을 결심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했죠. 당장 먹고 살 일이 없었거든요. 단순히 '통영은 수산물이 맛있으니, 전국에 팔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도전했죠. '옷도 팔아봤는데 해산물은 못팔겠나' 싶었습니다. 남편은 일식 자격을 살려 수산물 손질과 포장을 담당했죠. 처음 3개월은 매출이 0원이었어요. 수산물을 버리기 일쑤였죠. 그렇게 3개월을 버티니 하나 둘 단골이 생겼어요. 이제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지역 1세대 커머스로 성장했습니다.(웃음)
낭만을 좇아 시골에 내려간 이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매일 새벽마다 시장 상인들과 부딪치며 좋은 수산물을 얻으려 발품을 팔았다. 어리다고 무시를 당할 때는 '누구 누구 조카다'라며 허풍도 치면서 관계를 넓혀갔다. 젊은 사람이 없어 오히려 눈에 띄다 보니 기회가 생겼다. 대형마트만 거래하던 도매상들이 하나 둘 그들에게 수산물을 떼줬다. 로컬 크리에이터로 지자체 지원 사업에 선정되더니 쉬는 날이면 강의도 나간다. 귀촌 2년 만에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통영한끼상회' 부부 셀러(구혜정·28, 배창민·31)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통영한끼상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 셀러(구혜정·28, 배창민·31)입니다. 저희는 둘다 미대 출신입니다. 저는 의류 총괄 MD, 남편은 건설회사를 다니다 일식집에서 일했죠. 그러다 우연히 휴식 차 통영을 찾았어요. 도시가 아닌 어촌에서 살아도 좋겠다 싶었죠. 그렇게 2021년에 다니던 직장을 때려쳤죠. 연고지도 없는 통영에서 수산물 판매에 도전했습니다."
Q. 어떻게 처음 셀러를 하시게 됐나요.
"둘다 부산출신 입니다. 바다 근처에서 살았지만 서해랑 남해는 수산물 맛이 천지차이더군요. 해산물은 어릴 때부터 질리게 먹었지만 통영의 수산물은 정말 맛있더군요. 당시에 저희가 창업 하던 시기는 마침 코로나 시기 였어요. '집에서 혼술하거나 캠핑족을 겨냥해서 팔면 좋겠다' 생각했죠."
Q. 의상 전공을 하다 해산물 판매에 도전했군요.
"맨땅에 헤딩을 했습니다. 수산물은 선도가 중요한데, 밀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급처를 뚫는게 우선이었습니다. 경매장에 가서 경매도 받고, 수산업체를 찾아 일일이 전화를 돌렸죠. 처음에는 물건을 안 주려고 하거나 상한 수산물이 끼어있는 등 난관이 많았어요. 그러다 1년차쯤 수협에서 경매를 하다 지금의 거래처를 알게 됐죠."
Q. 수산물을 라이브커머스로 팔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의류 MD 총괄로 일하면서 라이브커머스 업계를 잘 알고 있었어요. 옷도 팔아봤는데, 음식은 못 팔겠나 싶었죠. 가입 후에는 3개월 정도 지켜 봤어요. 다른 셀러들이 판매하는 것을 보고 배우려고 노력했죠. 방송을 켜고 들어온 고객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생각보다 반응이 없어 준비했던 수산물을 버릴 때도 있었거든요. 버리기도 아까워서 방송에서 '먹방'도 열심히 했어요. 체하기도 일쑤였어요. 매출이 너무 안 나와서 '이러다 망하겠다' 두려웠죠. 그 당시에는 통영에서 방송을 하는 사람은 저 뿐이었어요. 2시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계속 혼자서 말을 했죠. 그렇게 2~3개월을 하니 하나 둘 단골이 생겼어요."
Q. 셀러의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수산물은 여름이 비수기입니다. 상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8월 중후반부터 성수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일주일 내내 하루에 3회씩 방송을 켜요.(웃음) 짧으면 30분, 길면 3시간을 한적도 있죠. 처음 1년 동안은 화장도 했어요. 그런데 방송 준비 시간이 길어져서 이제는 안해요. 방송은 보통 수다를 떨어요. △수산업체 △해녀배 △경매장 △굴양식장 등이 저의 스튜디오죠. 남편은 그 시간에 모든 밀키트를 당일 공수해 손질해 만듭니다. 저는 오전에 방송, 오후는 택배 포장, 밤에는 저녁방송을 하죠. 새벽 2~3시까지 길어지기도 해요. 잠 잘 시간이 없죠.(웃음)"
Q. 특별한 판매 전략이 있었나요.
"일반 홈페이지의 사진 만으로는 수산물의 신선함을 보여주기는 한계가 있죠. 그립에서는 방송을 통해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출고 직전의 과정을 방송 중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다 보니 구매가 계속 이뤄지게 됩니다. 이건 라이브 방송이라 가능한거 같아요. 저희에게 그립은 온라인의 작은 수산물 시장과 같죠."
Q. 수산물은 보관이 불가능 하겠네요.
"선도를 위해 무조건 당일에 만들어 보내야 합니다. 의류는 사입 날짜가 정확하지만 수산물은 같은 양식장이라도 퀄리티가 달라요. 바다 상황이나 날씨 영향도 많이 받죠. 작년 10월말에 가리비를 팔았어요. 당시 100㎏ 중 1~2㎏이 상태가 안좋았어요. 가리비를 일일이 고를 수도 없었죠. 눈 감고 팔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전부 버리고 다시 주문했습니다. 당장의 손해보다 신뢰가 생명이니까요."
Q. 상품력 유지가 관건입니다.
"수산물은 유통과정에서 맛이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통 기술과 좋은 주거래처를 뚫는 것이 관건이죠. 까다롭게 수산물을 선별해주는 곳을 찾아야 해요. 인터넷에서 수산물 판매하는 곳 중 '물치기'(물로 중량을 속이는 것)를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요. 100~200g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죠. 저희 제품은 판매가가 높은 편입니다. '정량을 주고 제값 받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어요. 수산물은 싼게 비지떡이에요. 먹어보면 다르거든요. 좋은 상품을 제값주고 합리적으로 팔면 단골이 늘 수 밖에 없습니다. 포장도 친환경재로 최대한 꼼꼼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Q. 가장 좋았던 아이템은 뭔가요.
"효자 상품은 가리비였습니다. 보통 10월말부터 시즌이고 11~12월달이 제 맛입니다. 작년에는 라이브 방송에서만 5t정도 팔았어요. 1시간 특가 때는 매출이 1천만원이 잡혔죠. 저는 양식장의 모든 가리비를 먹어봐요. 배송 중에 사고가 날 것까지 생각해 조금 더 담는 것도 노하우입니다."
Q. 월 매출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겨울에는 가리비로 월 4000만원까지 벌었죠. 초복에는 장어를 팔았어요. 비수기였지만 1500만원정도 나갔습니다. 여름에는 밀키트 연구 개발에 공들이고 있어요. 통영이나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해 상품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50개에서 최대 300개가 나가죠. 지금은 직원 1명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무자본으로 시작했어요. '망하면 바로 그만둬야지' 생각했죠.(웃음) 월세가 싼 작은 가게서 시작했어요. 사무실 인테리어도 셀프로 했죠. 냉장고 1대 정도 사고, 물건 떼오는 금액까지 20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처음에는 영세했어요. 수익이 나면 다시 투자를 했죠. 더 질 좋은 수산물을 공급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순수익을 벌기까지 7개월 넘게 걸렸어요. 저희 기준으로 월 매출 2000만원이 나와야지 순수익이 나고 가게가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상품 단가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비싼 편이었습니다. 손해는 보지 않되, 이윤 거의 없이 판매를 했죠. 그래서 하루에 방송을 3번씩 했습니다. 채널을 알리기 위한 홍보도 겸했죠. 라이브 방송을 하면 마케팅 비용이 따로 들지 않은 점이 장점입니다."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사기도 당했었죠. 그러다 우연히 품질 좋은 멍게를 파는 곳을 발견했어요. 무작정 '소량으로 저희에게 물건 좀 떼달라'고 부탁을 드렸죠. 나중에 알고 보니 마트에만 납품하는 대형 도매 업체였어요. 그분을 멘토로 삼고 공부하고 성장했습니다. 물류 조언도 받고, 다른 거래처도 연결해 주셨죠. 통영에서 20대 젊은 부부가 수산물을 판다 하니 신기해 보이셨나봐요. 진심이 통했는지 가리비 판매까지 도맡게 됐죠. 사회에서 만난 제2의 아빠로 부르기도 합니다.(웃음)"
Q. 퇴직자나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친구나 가족들이 전부 울산 부산에 살고 있어요. '멀쩡한 회사 그만두고 왜 내려가냐'며 다들 말렸죠. 가진 것이 몸뚱아리 하나 밖에 없다며 무작정 열심히 한 것이 통한 것 같아요.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통영에는 스타벅스가 하나밖에 없어요. 맥도날드를 먹으려면 차로 30분을 가야만 하죠. 그래도 아직 재미있어요. 물론 낯선 곳이라 적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려서 무시도 당했어요. 시장에서 파 한 단을 만졌다가 할머니한테 혼나기도 했죠. 그 뒤로 시장 갈 때는 화장을 안해요. 어려보이기 싫었죠. 시장 사람을 만날 때는 '통영에 사촌이 산다'라고 하면서 인맥도 늘렸어요. 그 뒤로는 '통영 사람인데, 누구 조카다' 이런 식으로 관계가 좋아지더군요. 그때그때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웃음)"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통영에 입주 단체 사업을 지원 받아 이제 2년차가 됐어요. 작은 공간도 대여 받았고 지자체에서 인터뷰나 강의도 나가는 기회도 얻었죠. 지역에서 수산물을 이용한 밀키트 사업 노하우를 알리고 있어요. 시청에서 지원 받아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도 생깁니다.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도 돕고 있어요. 귀촌을 준비하신다면 지역 사업이나 공고를 매일 봐야해요. 저는 아침 저녁으로 둘러봅니다. 기회의 장이 많아요. 회사에서는 주어진 일만 했다면, 이제는 내가 움직이는 시간이 곧 돈이거든요.(웃음)"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통영 살만해? 거기서 뭐 먹고 살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오히려 지방에는 젊은 사람이 없어 눈에 더욱 띄고 기회가 많아요. 교통도 잘 뚫려 있어요.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잘 발견해야 합니다. 남편의 아이디어와 시기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용기만 있다면 못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망하면 그만두면 돼'라며 부딪혀 보고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항상 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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