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의 무대 '산단', 21년 만에 규모 2배, 생산 4배 '쑥'[세쓸통]
입주기업, 21년간 2.7만에서 12만개로 ↑
노후화 등 문제…'3대 킬러규제' 혁파 발표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과거 구로공단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최근 서울 구로·가산디지털단지를 지나며 당시를 연상할 수 없는 세련된 모습에 놀란 적 있으실 겁니다. 1964년에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무대였습니다. 의류·가발 등을 만들던 구로공단이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모이는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로 변모했듯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산업단지도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성장, 수출, 고용 등을 이끌어 온 경제 동력 '산업단지'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려 합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게 2001년부터라, 그때부터 지난해까지 산업단지가 걸어온 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에 산업단지가 어느 정도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2001년엔 499개에 불과했던 산업단지는 지난해 1274개로 집계됐습니다. 21년 사이 산업단지는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산업단지 1274개 중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일반산업단지가 710개로 가장 많았으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권자인 농공단지는 476개로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와 같이 국가가 조성하는 국가산업단지는 전국에 47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2007년부터 지정이 시작된 도시첨단산업단지도 41개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지역에 균형 있게 산업단지가 들어선 건 아닌 듯합니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산업단지를 서울 같은 금싸라기땅에 짓는 건 쉽지 않기에 2001년 2개였던 서울 내 산업단지는 2022년 4개로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원래도 산업단지가 많았던 경남은 같은 기간 62개에서 207개, 울산은 7개에서 29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산업단지가 2배 이상 조성됐지만 지정 면적이 비례해서 확대된 건 아니었습니다. 땅값이 비싸지고, 집적화가 중요해지며 2001년 총 1148㎢였던 산업단지 면적은 2022년 1425㎢로 늘었을 뿐입니다. 심지어 2020년부터는 매년 지정 면적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4.2%는 산업단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강점은 집적화 아닐까요. 비슷한 업종끼리 뭉쳐서 시너지를 낸다는 것입니다. 이에 산업단지로 모여든 기업의 숫자도 21년 동안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2001년 당시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2만7178개였으나, 지난해 11만9281개로 무려 12만개에 육박했습니다.
20여년간 물리적인 산업단지의 규모만 방대해진 건 아닙니다. 생산성도 확 늘었습니다. 산업단지 생산액은 287조원에서 21년 만에 1271조원으로 4배 이상 커졌습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매년 약 7.8%씩 증가한 셈입니다.
하지만 산업단지에도 불경기의 고비는 항상 찾아왔습니다. 지난 2015년 중국 경기 부진에 국내 제조업이 영향을 받자, 3년 만에 생산액이 1000조원 대 아래로 급락한 바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친 2019년과 2020년에도 상황은 어려웠습니다.
생산 증가율이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 점도 눈에 띕니다. 21년 만에 부산은 5조원에서 57조원, 충남 역시 11조원에서 130조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반면 전북은 16조원에서 42조원, 강원은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증가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산업단지의 시발점이 수출단지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출 실적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2001년 943억 달러였던 산업단지 수출은 지난해 4460억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쉽게 원화로 따져보면 588조51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6839억 달러이니 단순 계산으로 65%는 산업단지에서 수출한 셈입니다.
명암이 함께 하듯 산업단지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지역 쏠림, 노후화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의 지역 중심 경제 구조와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예컨대 산업단지 생산액이 200조원대인 지역은 경기와 울산 단 2곳입니다. 하지만 2000여개 업체가 223조원을 버는 울산과 3만5000여개 업체가 240조원을 버는 경기는 상황이 같지 않습니다. 산업단지 제도가 과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에 정부도 균형 있게 산업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고심이 깊습니다. 정부는 최근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선정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경기 용인·평택, 충남 천안·아산, 충북 청주, 전북 새만금, 경북 구미, 울산 등 7곳입니다. 특화단지를 모두 지을 순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택했겠지만, 선정되지 못한 지역의 아쉬움도 큰 상황입니다.
또 정부는 조성이 오래된 산업단지의 노후화를 막기 위해서도 노력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착공한 지 20년이 지난 노후 산업단지는 지난해 기준 471개입니다. 노후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 2025년엔 526개가 예상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산업단지가 만들어질 당시엔 기계·금속·석유화학 같은 제조업이 필요했으나, 최근엔 반도체·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산업으로 중요성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단지에서 전통 제조업 비중은 96.4%나 됩니다.
과거에 만들어진 산업단지에는 요즘 젊은 근로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카페, 편의점, 주차장 등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이 없으니 청년 근로자들은 산업단지의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정부는 산업단지 관련 '3대 킬러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직적인 입주업종 제한을 해소하고, 근로자 편의시설용 토지(지원시설용지)를 늘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산업단지가 경제 성장기를 이끌어 오던 '과거'의 산물이 아닌, 시대 흐름에 같이 발맞춰 발전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가 되었듯, 과거 산업화의 무대였던 산업단지가 미래 경제 성장의 주요 무대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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