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은 축구를 위한 공간이다[최순호 기고]
최근 대중문화공연을 축구경기장에서 치르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제주월드컵경기장 등 K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시즌 중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면 구단들은 전전긍긍이다. 그라운드에 무대와 객석이 설치돼 경기를 정상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디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단장을 맡고 있는 수원FC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월과 8월 구단 훈련장인 수원월드컵 보조경기장이 콘서트장으로 사용됐다. 망가진 잔디에서 도저히 훈련할 수 없어 약 한 달여 간 파주에 마련된 대체 훈련장까지 매일같이 2시간씩 이동해야 했다.
필자가 선수로 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할 천연잔디구장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신축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갔으나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월드컵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팀조차 천연잔디에서 훈련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37년이 지난 지금 축구 인프라는 눈부시게 발전했고 전국 곳곳에서 많은 선수들이 천연잔디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잔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해 안타깝다.
잔디는 생물이다. 한번 망가지면 다시 생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잔디의 밀도와 뿌리 길이를 정밀하게 맞춰야 한다. 전체 그라운드 중 파손된 일부분만 보수하는 것은 오히려 그라운드 전체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 비용만으로 단시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콘서트장이 없는 국내 현실에서 축구장 공연을 불가피한 대안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계 현실도 이해한다. 해외에서도 종종 축구경기장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처음 경기장이 만들어질 때부터 콘서트 겸용으로 설계돼 그라운드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경우 잔디 보호를 위해 축구 시즌이 아닌 6~8월에만 집중적으로 콘서트를 개최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K리그 경기를 며칠 앞두고 마땅한 보완재도 깔지 않은 채 그라운드 위에 무대와 객석을 설치하거나, 개방하고 심지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여 관객들이 잔디를 밟도록 하는 것은 그라운드를 완전히 망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축구경기장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경기당 평균관중은 약 1만 300여명이다. 매 경기마다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희열과 행복을 느끼고 돌아간다. 그들에게 더욱 박진감 넘치는 매력있는 경기를 선사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부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가 벌어지는 그라운드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관리해야 한다.
축구장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축구계, 대중문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창출하기를 바란다. K팝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대규모 공연장 건축도 필요하다. K리그 홈 경기장이 아닌 경기가 전혀 열리지 않는 다른 경기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축구장에서 콘서트가 열리더라도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만 사용해야 한다. K리그와 대중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었으면 한다. <최순호 수원FC 단장>
<최순호 수원FC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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