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해트트릭' 손흥민, 아시아인 역대급 대기록 작성

김대식 기자 2023. 9. 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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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손흥민의 기록은 당분간 어떤 아시아 선수도 넘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2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번리에 위치한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에서 번리에 5-2 대승을 거뒀다. 이로서 토트넘은 3연승을 하며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직전 경기였던 풀럼과의 풋볼리그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토트넘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15년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무관의 그림자가 이번 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번리전 승리가 매우 중요했다.

이에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부진에 빠진 스트라이커 히샬리송을 벤치로 내리고, 손흥민을 공격수로 투입하는 변화를 감행했다. 손흥민이 있던 좌측 윙포워드 자리에는 마노르 솔로몬이 배치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변화는 신의 한수가 되어 돌아왔다. 토트넘은 전반 4분 만에 리얄 포스터에게 실점하면서 끌려갔지만 손흥민을 통해 완벽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반 16분이 해트트릭 드라마의 시작이었다.

손흥민은 하프라인에서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를 끌어당겼겨 직접 공간을 창출했다. 손흥민의 움직임을 파악한 페드로 포로가 단번에 손흥민에게 패스를 넘겨줬다. 중앙에서 어려운 공을 받아낸 손흥민은 무리하지 않고, 솔로몬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솔로몬은 손흥민이 크게 돌아나가는 움직임으로 득점 공간을 잡자 패스를 다시 넘겨줬다.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역시 클래스가 남달랐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동시에 달려들자 침착하게 칩슛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직전의 판단력과 이를 실행하는 기술력이 매우 놀라웠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첫 골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으로 분위기를 완벽하게 바꾼 토트넘은 전반 추가시간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승기를 내준 번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반 9분 토트넘은 맹렬한 압박으로 번리의 빌드업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차단한 공이 제임스 메디슨에게 배달됐다.

슈팅 공간이 생기자 메디슨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3-1을 만들었다. 경기를 끝내버린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18분 미키 판 더 펜이 직접 공을 몰고 전진하면서 시작된 공격이 솔로몬까지 물 흐르듯이 연결됐다. 솔로몬은 중앙으로 뛰어들어오고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손흥민은 논스톱 슈팅으로 2번째 골을 터트렸다.

골맛을 보기 시작한 손흥민은 결국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시간은 3분이면 충분했다. 이번에도 포로의 발끝부터 시작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잡은 포로는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완벽한 패스를 밀어줬다.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은 손흥민은 수비수와 골키퍼가 견제할 수 없는 각도로 완벽한 피니쉬를 보여줬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으로 5-1이 되면서 경기는 완벽하게 기울었다.

손흥민은 후반 27분 히샬리송과 교체되면서 체력 안배를 받았다. 토트넘은 경기 막판 추가 실점이 나오긴 했지만 승점 3점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이었다. EPL 사무국은 손흥민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손흥민은 슈팅 5회를 날렸는데 이 중 3회를 유효슈팅으로 만들었다. 유효슈팅 3회는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키패스 1회, 드리블 성공 1회, 크로스 성공 1회(1회 시도)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손흥민을 팀의 득점원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증명한 완벽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주며 "첫 골은 솔로몬과 패스를 주고 받은 후에 골키퍼를 제치고 넣었다. 아름다웠다. 그런 다음에 포로의 패스를 통해 2번째 골을 넣었고 해트트릭까지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전과 다른 역할을 부여 받았음에도 중심에서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 축구에 완벽히 녹아 든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은 EPL 역사 속 한 인물로 장식됐다. 3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EPL 9년차 만에 무려 106골을 터트렸다. 1시즌에 12골 이상씩을 꾸준하게 기록해야 근접할 수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EPL 데뷔 시즌이었던 2015-16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리그에서 두 자릿수 이상 득점에 성공했다. 현재 진행 중인 2023-24시즌도 공격수로 부상 없이 꾸준하게 나선다면 충분히 10골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EPL 역대 최다골 순위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30위까지 치솟았다. 손흥민의 우상이자 EPL 역사상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넘어섰다. 호날두만 넘어선 게 아니다. EPL 득점왕 2회 수상에 빛나는 첼시의 레전드인 디디에 드록바의 통산 기록도 손흥민보다 아래다. 드록바는 EPL에서 104골을 터트렸다.

앞으로 손흥민의 기록에 도전이라도 할 수 있는 아시아인이 등장할 수 있을지조차도 미지수다. 현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선수 중에는 100위권에 근접한 선수조차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크 비두카가 통산 92골로 39위, 요시 베나윤이 31골로 242위, 통산 19골을 넣은 박지성이 433위이다. 15골을 넣은 기성용이 536위로 뒤를 이었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EPL 우승을 경험한 오카자카 신지가 14골로 565위였다. 초대형급 슈퍼스타가 갑자기 탄생하지 않는 이상, 아시아인 EPL 최다골 기록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손흥민의 폭발력은 남다르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EPL에서 손흥민의 폭발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축구 통계 매체 'OPTA'에 따르면 2020년 9월 이래로 EPL에서 해트트릭을 손흥민보다 많이 기록한 선수는 딱 1명밖에 없다. 해당 기간동안 손흥민은 무려 4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손흥민보다 위에 있는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의 괴물인 엘링 홀란드다. 홀란드 역시 이번 라운드 풀럼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로서 홀란드는 2022-23시즌에 영입됐는데 5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괴물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

또 다른 재밌는 기록은 이번 4라운드에 해트트릭 달성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손흥민, 홀란드 그리고 브라이튼의 유망주인 에반 퍼거슨이다. EPL에서 같은 날에 해트트릭 달성자가 3명이나 나온 건 1995년 9월 23일 이후 최초다. 당시에는 리버풀 레전드인 로비 파울러, 뉴캐슬 전설인 앨런 시어러 그리고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토니 예보아가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통산 4번째 EPL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은 모두 다른 팀을 상대로 해트르릭도 달성했다.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1경기 3골 이상을 처음 터트린 손흥민은 2022년 4월 아스톤 빌라, 2022년 9월 레스터 시티 그리고 2023년 9월 번리를 상대로 폭발력을 과시했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4번의 해트트릭 중 3번이 9월에 터졌다는 점이다. 손흥민이 계절을 탈 정도로 기복이 있는 선수가 아니지만 해트트릭 기록이 9월에 집중됐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번리와 손흥민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는 입증할 수 없겠지만 번리한테 손흥민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마치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상대만 만나면 미친 듯이 날뛰는 것처럼 번리만 만나면 역대급 기록을 쏟아내기도 한다.

푸스카스상을 수상하도록 도와준(?) 팀도 번리였고, 통산 4번째 해트트릭을 터트린 것도 번리였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번리를 13번 만나 10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도 6골 3도움으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번리를 만날 일은 많기에 어떤 대기록이 쏟아질지 기대된다. 

또한 앞으로 손흥민이 EPL 역다 최다 득점자 순위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또한 팬들이 궁금해하는 기록 중 하나다. 이미 3골을 터트린 이번 시즌에 앞으로 리그에서만 10골을 터트린다고 가정하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사디오 마네 등을 넘고 역대 23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이번 시즌에만 15골 이상을 추가하게 될 경우 손흥민은 EPL 역대 최다골 20위에 등극하게 된다. EPL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리버풀 전설인 스티븐 제라드마저 뛰어넘을 수 있는 손흥민이다.

현재 현역으로 활동 중인 선수 중 손흥민보다 앞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해리 케인, 모하메드 살라, 제이미 바디, 로멜로 루카쿠, 라힘 스털링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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