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자금 대이동 꿈틀…지방은행 발 동동[머니뭐니]
조달 비용 부담 심화…저원가성 예금 감소세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지난해 취급된 100조원 규모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올 하반기 돌아온다. 벌써부터 대규모 자금이탈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예금 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대출금리까지 내려가면서 예대마진이 줄어든 지방은행으로선 또 하나의 ‘산’을 만난 셈이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취급액 기준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중 일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제외 가계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축소됐다.
대구은행은 2.00%포인트에서 1.36%포인트로 0.64%포인트나 좁혀졌고, 광주은행(3.79%포인트→3.26%포인트), 경남은행(1.66%포인트→1.45%포인트)도 각각 0.53%포인트, 0.2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 대출 금리는 대구은행(5.30%→4.90%)이 0.4%포인트, 경남은행(5.45%→5.22%) 0.23%포인트, 광주은행(7.20%→6.82%) 0.38%포인트 감소했다.
광주은행은 이에 대해 “신규취급 저축성 수신금리는 협약예금 비중 6.7%포인트 감소 및 협약외 일반예금 4311억원 잔액 증가,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월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면서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취급금리 하락 영향으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5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 은행의 정책서민금융제외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0.934%포인트로 전달 0.928%포인트에서 소폭 확대됐다. 이중 국민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 금리가 4.58%에서 4.62%(0.04%포인트)로, 하나은행은 4.56%에서 4.62%(0.06%포인트)로 늘었다.
지방은행들은 올해 들어 은행권 수신금리 경쟁에서 밀리면서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줄어들고 대출금리는 내리는 등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은 은행의 ‘대출 실탄’으로, 지방은행은 대부분 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을 통해 조달한다.
5대 지방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은 올해 2분기 기준 65조2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64조4000억원)보다는 8000억원 가량 증가했지만 지난해 말(72조7000억원)에 비해선 7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수준이다.
경남·광주·전북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838억원으로 경남은행은 이보다 낮은 1613억원, 광주은행 1417억원, 전북은행 1025억원을 벌어들였다.
하반기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해 취급된 100조원에 가까운 고금리 예금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수신금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지방은행도 덩달아 예금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은 더 늘어나면서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
벌써 시중은행 사이에선 예금금리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최대 3.95%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한 마이(My)플러스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이는 1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10%)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우대조건을 비교하면 최초거래고객에 한하는 ‘e-그린세이브예금’과 달리 ‘신한 마이(My)플러스 정기예금’은 최근 6개월간 정기예금 미보유 고객에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선택 폭이 더 넓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들도 예금을 통한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면서 이익을 더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인터넷은행에 비해 대출과 예금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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