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넣어주세요, 아 욕 먹나…" 30홈런 거포, 띠동갑 선배 향해 폭로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KBO리그 2000년대생 타자 가운데 가장 먼저 30홈런을 달성한 '차세대 거포' 한화 노시환은 8경기 만에 아홉수를 턴 2일 LG전을 마치고 인터뷰에 나섰다. 5-3 승리로 8연패도 끝낸데다 30홈런 선착에 전구단 상대 홈런까지 여러 귀한 기록까지 세워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치려던 노시환이 갑자기 "이것도 넣어주세요"라며 기자들을 붙잡았다.
계속된 인터뷰에서 노시환은 돌연 NC 손아섭의 이름을 꺼냈다. 노시환은 2000년생, 손아섭은 1988년생으로 12살 차이. 그런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홉 수가 손아섭 선배 때문에 길어졌어요. 진짜로. 아 선배 욕 먹지는 않겠죠?"
"아니 제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자꾸 '카톡' 와서 보면 '너 이제 아홉 수다 이러면서, 저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자꾸 그러는 거예요. 29호 쳤을 때였는데 그때부터 '내가 보기에 한 2주 간다' 이러시는 거예요. 정확히 지금 한 2주 정도 된 것 같거든요."
"그러면서 다음 날 또 못 치잖아요? 또 '카톡' 와요. '내가 말했지 니 못 친다고.' 그러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계속 생각나게 되는 거예요."
노시환은 지난달 19일 kt전에서 29호 홈런을 기록한 뒤 정말 2주 동안 '아홉수'에 걸려 있었다. 29호 홈런까지는 13.8타수당 한 번씩 홈런이 나왔다. 그런데 20일부터 1일까지 7경기에서는 27타수 동안 홈런이 없었다. 2일에도 첫 타석 2루타, 두 번째 타석 3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렇게 아홉 수가 길어지나 했는데, 1-0으로 근소하게 앞서 있던 6회 LG 두 번째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달아나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제 노시환이 손아섭에게 반격할 차례다. 노시환은 "선배가 부산 사람이라고 잘 챙겨주셨다. 그래서 인연이 닿았는데 많이 친하다 보니까 장난을 치게 됐다"며 "영상 보고 오시라고 보내야겠다"며 웃었다.
노시환은 아홉 수를 역발상으로 깼다고 했다. "의식은 안 했는데 주변에서 자꾸 말이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진짜 아홉 수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계속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 세 번째 타석 들어가기 전에 (동기)허관회 선수가 갑자기 부르더니 '네가 의식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의식을 한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차라리 의식을 해라. 하나 더 쳐야돼 이렇게 생각해봐라'고 해서 '하나 쳐 볼게'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진짜 하나 더 쳤다. 그래서 관회 형한테 고마웠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30호 홈런으로 노시환은 갖가지 기록을 이력에 더했다. 2018년 이성열(34개)와 제라드 호잉(30개) 이후 한화 선수로는 처음 30홈런을 달성했다. 프랜차이즈 역사를 통틀어서는 15번째, 10명째 기록이다. 더불어 유일하게 홈런이 없던 상대 LG를 상대로 아치를 그리며 올 시즌 전구단 상대 홈런까지 기록했다.
2000년대생 KBO리그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30홈런을 때렸고, 또 1991년 장종훈 2003년 김태균에 이어 세 번째로 만 23세 이전에 30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남았다. KBO리그를 통틀어도 23세 이전에 30홈런을 친 선수는 노시환을 포함해 단 6명 뿐이다. 1992년 김기태, 1996년 박재홍, 1997년 이승엽이 이 기록을 썼는데 노시환이 이 쟁쟁한 선배들 뒤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노시환은 "김태균 선배의 후계자라고 많이 해주시는데, 너무 좋다. 이제 너무 멀었다는 얘기도 그만 하겠다. 일단은 다가가고 있다고 하겠다. 선배가 이글스에서 레전드가 되신 분이다. 존경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 또 꾸준해야 할 것 같다. 김태균 선배도 꾸준하셨다. 그래야 김태균 선배의 후계자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 첫 타석부터 워닝트랙까지 가는 큰 타구(2루타)가 나왔다. 오늘 감이 좋았던 것 같은데.
"첫 타석에서는 2루타가 될 줄 몰랐다. 너무 높게 떴고 또 잠실구장 아닌가. 아웃이라고 생각해서 아쉬워했는데 의외로 멀리 가면서 2루타가 됐다. 요즘 타격감이 계속 안 좋아서 변화를 줬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요즘 엉덩이가 뒤로 빠지면서 왼쪽 어깨가 열리고 좋은 타구가 안 나왔다. 오늘은 투수 쪽으로 들어가면서 중견수 쪽을 보면서 타격하려고 했다. 그게 잘 통했다."
- 노시환에게 30홈런이란.
"거포의 상징이다. 첫 30홈런이고, 꾸준히 30홈런을 쳤던 타자가 아니니까 꾸준히 칠 수 있는 타자가 됐으면 좋겠다."
- 아시안게임 전까지 몇개나 더 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35개 정도 치고 나가고 싶은데 40개를 채우는 게 아니면 특별히 메리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홈런에 대한 욕심은 접어두고, 아홉 수도 깨졌으니 마음 편하게 하고 싶다."
- 최정(홈런 2위)의 기록도 찾아보나.
"하루 다섯 경기 다 챙겨봐서 우연히 쳤나 안 쳤나 정도는 보게 되는데 굳이 찾아보지는 않는다."
- 홈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분이 어떤지.
"낯설기도 하다. 작년에 6개를 쳤으니까. 이렇게까지 바뀔 줄 몰랐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히팅포인트 조정 같이 홈런 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이정도로 성과가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잘 되고 있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은퇴하기 전까지 이 메커니즘을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홈런 말고도 풀타임 경험을 통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체력적으로 지쳤다고 느꼈을 때가 딱 두 번 있었다. 그런 시기를 잘 넘겼다. 작년 재작년 부상이 있었어서 올해는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빠지겠느냐고 물어봐도 뛴다고 했다. 그래서 풀타임 시즌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 밤경기 후 오후 2시 경기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힘들지는 않았고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갑자기 잠들어서 잘 잤다. 경기 전부터 개운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었다."
- 투수들이 까다롭게 승부할텐데 어떤 점을 배웠나.
"솔직히 작년 재작년에도 좋은 공을 주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내 메커니즘이 바뀌면서 홈런이 늘었지 늘 투수들은 어렵게 승부를 들어왔다."
- 대전 정우성으로 불리던데….
"닮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팬들께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다. 어쨌든 기분 좋은 별명이다."
- 8연패도 끝났다.
"연패가 길었다. 선수들도 힘들었고, 패배가 이어지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거나 분위기가 처진 것도 있었다. 그래서 팬들께 죄송했다. 오늘 연패를 끊어서 정말 다행이다. 좋은 분위기 이어서 내일 경기도 잡고 대전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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