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염혜란 "엄마 연기 또 해야죠, 더 색다른 엄마로요"

손정빈 기자 2023. 9. 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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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리스 '마스크걸' 김경남 역 맡아 열연
뒤틀린 모성 갖고 복수 외치는 악당 엄마
"못 본 캐릭터 원했다…여성 캐릭터 확장"
"전성기? 가장 행복한 시기인 건 맞아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냐고요? 아니요. 일부러 피할 생각은 없어요. 다 같은 엄마가 아니니까요."

배우 염혜란(47)은 "요즘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엄마 캐릭터가 생긴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30대 이상 시청자에게 엄마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김혜자·고두심·김해숙·윤여정 정도를 꼽을 것이다. 10~20대 시청자에게 같은 물음을 던지면 많은 이들이 염혜란을 꼽을 것 같다. '더 글로리'의 강현남과 '마스크걸'의 김경자는 최근 영화·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엄마 캐릭터였다. 염혜란은 두 인물을 모두 연기했다.

"제가 엄마 나이니까, 엄마 역할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실 전 연극할 때부터 엄마 역할을 많이 하긴 했어요.(웃음) '더 글로리'나 '마스크걸'의 엄마와는 또 다른 엄마를 연기하고 싶어요. 꼭 그런 작품이 제게 왔으면 해요."

'마스크걸' 김경자는 주오남(안재홍)의 엄마다. 그는 아들이 마스크걸 김모미에게 살해당하자 복수에 나선다. 오직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평생을 바쳐 일한 김경자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죽인 김모미를 쫓고 또 쫓는다. 말 그대로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기세다. '내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겠다.' 김경자는 김모미는 물론 김모미의 딸도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의 모성은 선을 넘는다.

염혜란은 이처럼 폭주하는 김경자를 현란한 개인기로 가지고 놀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더 글로리'의 강현남이 정석에 가까운 엄마 연기였다면, 김경자는 파격과 변칙의 엄마 연기. 걸쭉한 목포 사투리를 구사하며 육두문자를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장총을 쏴대며 아들의 복수를 부르짖는 이 엄마는 정말이지 전에 본 적 없는 엄마이고, 전에 본 적 없는 빌런(villain·악당)이다. 이런 김경자는 '마스크걸'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물론 김모미의 비중이 가장 큰 건 맞다. 그러나 김모미를 이한별·나나·고현정이 나눠 연기할 때 염혜란은 김경자를 도맡았다. 배우 출연 분량을 따지면 아마도 염혜란이 가장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못 본 인물이라서 하고 싶었어요. 못 본 빌런이고 못 본 엄마였죠. 여성 캐릭터가 확장되는 느낌이고, 모성애를 다루는 방식도 전형적이지 않아서 끌렸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이어서 염혜란은 김경자를 세공하듯 다듬었다. 일단 사투리. 염혜란은 전라남도 여수 출신이어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전작들에서 전라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사투리를 써본 경험이 있었다. 다만 그는 김경자가 목포 출신이라는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포 출신 배우에게 사투리를 따로 배웠다. 액션 연기도 준비했다. 그는 '경이로운 소문' 시리즈를 찍으면서 액션 연기에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마스크걸'에도 적지 않은 액션 장면이 있는 만큼 그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아가며 체력을 다졌다. 물공포증이 있는 그이지만 김경자를 위해 차에 갇힌 채로 강물에 던져지는 장면도 찍었다. 그는 이 모든 게 "배우로서 나를 성장시켰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염혜란의 연기를 아낌 없이 지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시청자는 염혜란의 연기를 '연기 차력'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지금 염혜란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다만 그는 "평가는 내 몫이 아니다"고 말했다.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해주실 거예요. 정성껏 준비한 작품 혹은 연기가 시청자와 잘 맞아 떨어지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겠죠. 글쎄요. 지금이 제 연기 인생의 정점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가장 행복한 시기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더 글로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마스크걸' 역시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경이로운 소문2:카운터 펀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염혜란은 "다음 작품이 지금처럼 크게 사랑 받지 못해도 담대하게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저는 행복을 있는 그대로 누리지 못하는 타입이에요. 행복 끝에서 늘 불안과 걱정을 느낍니다. 다 잘 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고 분명히 잘 안 되는 일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너무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연기의 본질만 생각하며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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