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모범생' 비구이위안, 中 위기 태풍의 눈? 찻잔 속 태풍?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8월 초다. 지난 7일 회사가 달러화 채권의 이자 2250만 달러(약 297억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처음 제기됐으며 12일에는 역내 위안화 채권 11종의 거래 중지를 발표하며 시장을 긴장케 했다. 지난 30일 회사가 밝힌 상반기 당기순손실만 489억3200만위안(약 8조8100억원)에 달하는 등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산 1조7400억위안(약 313조원)에 달하는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이 채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계속해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일에는 만기가 다가온 39억위안(약 7089억원) 상당의 비구이위안 사모채권에 대해 채권단이 하루 전 상환 유예 결정을 내렸다는 로이터 보도가 전해졌다.
비구이위안의 향방은 중국 부동산 산업의 연착륙 여부와도 직결될 전망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가 '중국 부동산 위기 후반전'의 휘슬을 불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비구이위안에 관심이 쏠린다. 헝다에 이어 중국 1위에서 벼랑 끝으로 몰린 비구이위안을 살펴보자.
2015년부터 중국 정부가 노후주택과 빈민가를 재개발하는 '판자촌 개조사업'에서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한 게 비구이위안의 급성장 계기가 됐다. 당시 중국 지방 중소도시(3·4선 도시)의 판자촌에 거주하던 소유자들이 손에 쥔 현금으로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지방 및 농촌지역에서 대대적인 아파트 건설 붐이 일었다.
비구이위안은 이 추세에 공격적으로 베팅해서 전체 투자의 3분의 2를 3·4선도시에 집중했다. 특히 2016년부터 비구이위안은 높은 레버리지, 높은 회전율, 높은 부채 등 '3고(高) 경영 전략'으로 몸집을 불려 나갔다.
비구이위안의 주택 판매금액은 2015년 1402억위안(약 25조2400억원)에서 2016년 3088억위안(약 55조58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커졌다. 2020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7888억위안(약 142조원)을 기록하는 등 비구이위안은 2017년부터 6년 동안 중국 1위 자리를 꿰찼다.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맹목적인 팽창을 지속하던 중국 부동산업체들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20년 8월이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개발업체에게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 100% 이하 △유동비율 1배 이상 등 3개의 레드라인을 설정하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개의 레드라인 때문에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틀린 해석이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이 무분별한 확장을 지속하자 중국 정부가 부채 통제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해석이다.
2021년 9월 부채 규모가 2조위안(약 360조원) 이상인 헝다의 디폴트 위기가 터지면서 중국 부동산업체의 유동성 위기가 막을 올렸다. 지나친 레버리지와 분식회계를 일삼은 헝다에 비하면 비구이위안은 모범생에 속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서 부채도 줄여 나갔고 미준공 아파트단지 완공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비구이위안이 완공한 아파트는 70만채로 2~3위인 헝다(30.1만채), 완커(28만채)를 더한 것보다 많다.
판자촌 개조사업의 현금 보상 프로그램도 2018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3·4선 도시 부동산은 도무지 팔리지가 않았다. 중국인들이 3·4선도시에서 빠져나와 교육·의료시스템이 좋은 1·2선도시로 향하면서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올해 1~7월 비구이위안의 주택 판매금액은 1408억위안(약 25조34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152억위안(약 38조7300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폭은 61%에 달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이 채무상환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준공 아파트단지의 공사를 계속하면서 회사를 정상운영하기 위해서는 월간 판매금액이 최소 220억위안(약 3조9600억원)은 돼야 하는데, 지난 7월 주택 판매금액은 121억위안(약 2조1800억원)으로 줄었다. 이렇게 들어오는 돈이 급감하면서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가 불거진 것이다.
또한 헝다 위기가 터진 후 헝다가 아파트 분양 후 선수금을 아파트 공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수금 관리가 엄격해진 것도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회계장부에 현금은 있지만, 아파트 건설을 위해서만 쓸 수 있으면 부채상환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분기 별로 봐도 1분기 1757억위안(약 31조6300억원)에서 2분기 1208억위안(약 21조7400억원)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2020년 매 분기 4000억위안(약 72조원) 넘게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중국 정부가 부동산업체의 자금조달 요건을 완화했지만, 우량 민영 기업만 혜택을 보고 있으며 전체 부동산 산업은 여전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회사채 상환이 비구이위안의 경우처럼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유(有)이자부채는 2713억위안(약 48조83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3696억위안(약 66조5300억원) 대비 27% 줄었다. 비구이위안이 부채축소를 위해 애썼지만, 워낙 회사가 크다 보니 여전히 부채규모가 상당한 것이다.
유이자부채 2713억위안 중 은행 차입금 등을 뺀 회사채 잔액은 약 1020억위안(약 18조3600억원)이다. 비구이위안이 올해 214억위안(약 3조8500억원)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인데, 이중 연내 만기도래하는 채권은 155억위안(약 2조7900억원)으로 잔존채권의 15.2%다.
상환해야 할 채권 금액이 아주 크진 않은데, 문제는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민영 부동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사 줄 투자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부동산업체가 발행한 채권 중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3953억위안(약 71조원)에 달하지만, 부동산업체가 발행한 채권규모는 1686억위안(약 30조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업종 전체로 볼 때 발행금액보다 만기도래한 금액이 134%나 큰데 이 돈을 메꿀 방법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자산총액은 1조7400억위안(약 313조원), 부채총액은 1조4300억위안(약 257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비구이위안의 부채에서 채권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채권이 디폴트된다면 리스크가 전체 부채로 전염되면서 공급업체와 수분양자의 이익을 손상하고 시장의 부동산 업종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비구이위안이 제2의 헝다 사태로 발전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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