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우려먹어라”…‘사골욕설’ 3000만원대 아빠車 반격 “아직 진국” [세상만車]
7년된 사골비판에 “진국이야”
3천만원대 ‘갓성비’ 패밀리카
세상 모든 것은 변합니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가 됩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같은 의미죠. 변화가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크고 다양한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단지 체인지(Change)의 지(g)가 씨(c)로 바뀌었을 뿐인데 뜻이 완전히 달라진 찬스(Chance)가 되는 것처럼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주는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작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표 전략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 OSMU)입니다.
영화를 비디오, TV 방송, 게임, 캐릭터 등으로 파생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같거나 비슷한 포맷의 시리즈물이나 아류(亞流)물을 만드는 것도 OSMU에 해당합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Star Wars)가 선구자로 여겨집니다. 미국 과학수사 드라마 CSI 시리즈(라스베가스·마이애미·뉴욕), ‘포켓몬’도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스타 PD’ 나영석도 OSMU의 대가라고 볼 수 있죠.
따지고 보면 ‘김치’도 OSMU 성공사례로 봐야 합니다. 묵혀먹고 묻혀먹고 지져먹고 볶아먹고 끓여먹고 씻어먹고 넣어먹습니다.
배추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무, 파, 갓, 깻잎, 오이는 물론 양배추와 비트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른 재료, 다른 음식과 궁합도 우수합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하나의 플랫폼(뼈대)으로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는 게 OSMU 대표 사례에 해당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기아 EV6·EV9 등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유합니다.
차종 중에서는 BMW그룹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MINI)가 OSMU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 로버에서 독일 BMW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미니는 디자인과 스포티한 성능 등 개발 당시의 정체성을 60년 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미니는 변덕이 심하고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개성에 맞춰 다양한 모델로 진화했습니다.
해치백인 미니 3도어는 왜건형인 미니 클럽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미니RKTJDQL
컨트리맨, 스포츠액티비티쿠페(SAC)인 미니 페이스맨, 미니 5도어 등으로 변신하면서 OMSU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레이싱 혈통답게 고성능 모델인 JCW로도 거듭났고, 전기차로도 진화했습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미니 컨트리맨은 ‘미니(mini)’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소형(mini) SUV입니다. 미니 차종 중 처음으로 4m를 넘긴 장신(?)으로 미니(mini)인 듯 미니(mini) 아닌 미니(MINI)인 셈이죠.
4~5년이면 기존과 완전히 크게 달라진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나오고 2~3년이면 완전변경 뺨치게 변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되는 상황에서는 이례적이죠.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는 차종은 ‘사골’이라는 비난을 받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물 마니아’ 한국인들은 사골을 무척 사랑하지만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을 극구 꺼려합니다.
우려먹는 사골은 먹는 음식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자부심 때문일까요.
따져보면 미니도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사골’인데 QM6에 대한 비난은 심각할 수준입니다. “그러다 국물도 없다”는 말까지 나올 수준입니다.
QM6가 사골인 것은 맞습니다. 부인할 수 없죠. 지난 2019년 부분변경 모델로 거듭났고, 이후에도 디자인을 다듬고 첨단 편의 사양을 추가하기는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두드러진 큰 변화는 적었다는 게 문제죠.
다만 사골이라고 존재가치가 없다며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골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실제로 QM6 사골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기도 합니다.
끓일수록 진해지는 ‘진국’이 될 수 있죠. 왜그럴까요. QM6 사골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르노코리아(구 르노삼성)는 지난 2016년 디젤 엔진을 장착한 QM6를 내놨지만 중형 SUV 시장을 장악한 싼타페와 쏘렌토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르노코리아는 이에 가성비를 높이고 정숙성을 향상한 QM6 가솔린 모델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당시 국내 가솔린 SUV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문제로 ‘클린 디젤’ 신화가 깨지면서 가솔린 SUV 선호도도 높아지는 상황이었죠.
타이밍이 예술이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QM6는 ‘SUV=디젤’ 공식을 파괴하며 출시 1년 만에 국내 중형 가솔린 SUV 최초로 누적 판매대수 2만대를 돌파했습니다. 2018~219년에는 가솔린 SUV 1위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타이밍의 중요성을 파악한 르노코리아는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며 또다시 기회를 엿봤습니다.
단순히 타이밍만 노린 것은 아닙니다. “LPG 차량은 값싼 연료비 말고는 좋은 게 없다”는 단점을 없애는 데 공들였습니다.
르노코리아는 가솔린 엔진처럼 전자제어 고압펌프를 이용해 연료를 정밀하게 엔진에 분사해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을 발휘하도록 LPG 엔진을 개선했습니다.
LPG차 구매를 꺼려하는 또다른 이유인 협소한 트렁크 공간 문제는 스페어타이어 공간을 활용한 도넛 탱크로 해결했습니다.
QM6 LPe는 지난해 기아 스포티지 LPG 모델이 나오기까지 국내 유일 LPG SUV로 인기를 독차지했죠.
휘발유와 경유가 최고가 기준으로 리터당 3000원에 육박했던 지난해 6월에는 전월보다 251.4% 판매대수가 폭증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디자인부터 작지만 큰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사람의 눈·코·입에 해당하는 부위를 강렬하게 다듬은 효과죠.
헤드램프에는 버티컬 디자인의 LED 주간주행등을 추가했습니다. 더욱 강렬해진 눈빛을 발산한다. 18인치와 19인치 휠도 세련되면서 강렬하게 디자인했죠.
실내 디자인은 더욱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친환경 올리브 그린 나파 가죽시트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탑승자들이 ‘작지만 큰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편의성도 향상했습니다. 운전자(또는 탑승자)는 이지 라이프(EASY LIF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를 통해 디지털 편의성을 만끽할 수 있죠.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주목받은 공기정화 능력도 강화했습니다. 앞좌석 LED 살균 모듈, 공기청정 순환모드·초미세먼지 고효율 필터의 공기청정 시스템 등을 새롭게 적용했죠. 65W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뒷좌석 C타입 USB 포트도 채택했습니다.
‘밴’이 단순히 화물용이 아니라 1~2인 가구의 차박(차+숙박)이나 레저용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국내 최초로 SUV를 밴으로 만든 2인승 QM6 퀘스트입니다.
르노코리아가 사전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구매목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76%는 주중에는 비즈니스용도로 쓰다가 주말이면 레저·일상용으로도 사용하기 위해 QM6 퀘스트를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주말 용도를 분석해보면 자전거 라이딩, 서핑, 스노우 보드, 캠핑 등 부피 큰 장비를 요구하는 레저 활동이나 대형 반려동물과 동반 이동, 첼로나 드럼 세트와 같은 대형 악기 휴대 등에 활용하겠다는 답변이 많았죠.
QM6 퀘스트는 ‘절세 끝판왕’이기도 합니다. 경유차를 폐차하고 구매할 경우 조건에 따라 최대 900만원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면제받을 수 있고 취등록과 연간 자동차세 납부 때도 화물차 기준의 저렴한 세율을 적용 받습니다.
일반 모델 대비 세금 혜택 총액은 5년 보유 기준으로 500만원에 달합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QM6는 지난해 2만7962대 판매됐습니다. 국내 SUV 판매순위는 10위였죠.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장악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유일하게 20위권에 포함된 비현대차그룹 차종이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판매대수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는 지켰습니다.
올해 1~7월 국내 판매대수는 6765대입니다. 전년동기보다 58.8% 줄었습니다. 수출대수는 9986대로 전년대비 56.2% 증가하면서 내수 감소를 보완해줬습니다.
“3000만원대 이만한 차 없다”
QM6가 스테디셀러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는 갓성비(god+가성비)와 품질이 단단히 한몫했습니다.
QM6는 4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넘어 6000만원대에 진입하고 있는 중형 SUV 시장에서 보기드문 3000만원대 차량입니다. 알뜰 소비를 중시하는 아빠차 구매자들에게 인기입니다.
품질만 놓고 본다면 더뉴 QM6는 속 썩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신차입니다.
새로 나온 차는 적어도 1년 동안 크고 작은 품질논란에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아무리 철저히 성능을 점검하고, 혹한·폭염 지역과 험난한 지형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실제 타면서 겪게 될 모든 변수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죠.
“신차가 나오면 6개월 이상 지난 뒤 구입하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M6는 사골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국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판매감소 추세에서 알 수 있듯이 OSMU 효과가 반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 막강한 경쟁차종인 싼타페와 쏘렌토는 더 강력하게 진화했습니다.
‘타이밍의 귀재’ 르노코리아도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내년에 후속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OSMU를 통해 3000만원대 갓성비 아빠차로 자리잡은 QM6도 이제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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