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약국] 부작용 줄이고 월경 질환, 여드름 치료 효과까지...먹는 피임약은 진화 중
1~4세대 부작용 달라
혈전증 위험 커 주의
인류 역사를 바꾼 20세기 발명품으로 꼽히는 ‘경구용 피임제(먹는 피임약)’은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1956년 그레고리 핀커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이 여성의 배란을 억제하기 위해 경구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사용한 첫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했고, 뒤이어 196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 피임제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1961년 독일 쉐링사가 처음으로 ‘아나보라’를 출시하며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국내에는 1968년에 처음 먹는 피임약이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피임 목적뿐 아니라 시험이나 여행을 이유로 생리 주기를 조절하거나 자궁근종이나 다낭성난소증후근 같은 월경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피임약을 찾는 여성이 늘고 있습니다. 여드름을 완화하기 위해 찾는 여성도 있습니다. 제약사들은 기존 부작용이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습니다.
피임제 종류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경구용피임제’와 병원 처방전이 필요한 ‘경구용피임제’, 급히 복용하는 ‘사후피임제’로 구분합니다.
피임제는 화학합성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여성 호르몬인데 체내 농도가 높으면 난자 성장을 억제하고 배란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품 속 호르몬 성분에 의해 신체변화가 생기는 것입니다.
피임제는 1~4세대로 분류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도체 형태인 프로게스틴 종류에 따라 나눈 것입니다. 요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피임약은 주로 2세대, 3세대입니다. 세대별로 피임 효과는 동일하지만 부작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부작용은 또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세대 피임약은 1세대 피임약의 주요 부작용인 부정출혈을 개선한 게 주요 특징입니다. 다만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여드름, 털 증가(다모증) 등 안드로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3세대 피임약은 이런 안드로겐 부작용을 줄여 나왔습니다. 반면 혈전 위험성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비만인 여성, 35세 이상 흡연자 등 혈전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3세대 피임약을 쓰면 안됩니다. 3세대 피임약도 개인에 따라 두통, 유방통 등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2세대 피임약으로 에이리스(일동제약), 미니보라30(동아제약), 애니브(경동제약)가 있습니다. 3세대 피임약으로는 머시론(알보젠코리아), 포머렐(알보젠코리아), 마이보라와 멜리안(동아제약), 센스데이(유한양행)가 꼽힙니다.
3세대 부작용을 완화한 저함량제제 소위 ‘순한 피임약’도 나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3.5세대 피임약으로 칭합니다. 디어미순(녹십자)과 순아리정(보령컨슈머헬스케어)이 대표적입니다. 피임 성공률은 98.8%로, 기존 프로게스틴 에스트로겐 복합제 피임 성공률과 동일해 저함량 제제라고 해서 피임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제조사 측 설명입니다.
2021년 출시된 디어미순은 총 28정으로 구성돼 24일 동안 노란색 피임약을 복용하고 4일 간은 흰색 위약을 복용해 휴약기가 따로 없는 게 특징입니다. 휴약기를 일일이 계산해야 했던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없앤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순아리정은 국내 최초 데소게스트렐 단일성분 경구용 피임제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던 경구용 피임제와 달리 에스트로겐 성분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심, 구역 같은 에스트로겐의 복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발현율과 흡연에 따른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4세대 피임약은 의사 처방 없이는 약국에서 구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입니다. 바이엘의 야즈, 야스민, 다이안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항미네랄코르티코이드 활성과 항안드로겐 활성 효과가 있어 여드름, 다모증,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에도 사용됩니다.
야즈는 2006년 경구피임약 최초로 피임과 월경전불쾌장애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2007년 중증도 여드름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습니다. 지난 2008년 국내에 허가된 후 2014년에는 월경곤란증 치료제로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혈전 부작용 일으키는 드로스피레논을 함유해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먹는 피임약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불규칙하게 복용할 경우 부정출혈이 발생하거나 생리주기를 미루는 데 실패할 수 있으며 피임 확률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1일 1정씩 21일간 표시된 순서에 따라 복용하고 7일간 휴약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첫 3개월 동안 비정기적인 출혈이 있을 수 있는데, 3개월 이후에는 증상이 사라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이상 증상이 있거나 병력이 있는 경우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흡연자와 수유부, 혈전증 환자는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경구피임제에 대한 허가 기준을 변경해 ‘35세 이상 흡연자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의 복합경구피임제 투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습니다. 모유 수유 시 경구피임약을 먹는 것을 두고 의약계에서 논란은 있으나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