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과 노시환, 단 2명뿐이다…심각한 거포 가뭄 시대에 KBO 축복 같은 '30홈런'
[OSEN=이상학 기자] 2000년생 최초 30홈런의 주인공은 노시환(23·한화)이었다. 1990년생까지 포함해도 30홈런을 넘긴 토종 타자는 메이저리거 김하성(28·샌디에이고)과 노시환 2명뿐이다.
노시환은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폭발했다. 6회 LG 구원 유영찬의 2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지난달 19일 대전 KT전 29호 홈런 후 14일, 8경기 만에 아홉수를 깨고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23세 이하 나이로 30홈런을 넘긴 건 1991년 빙그레 장종훈(당시 23세), 1993년 쌍방울 김기태(당시 23세), 1996년 현대 박재홍(당시 23세), 1997~1999년 삼성 이승엽(당시 21~23세), 2003년 김태균(당시 21세)에 이어 노시환이 6번째.
지난 2019년 데뷔 후 5년차에 첫 30홈런 시즌을 만든 노시환은 경기 후 “처음으로 해서 기분이 좋다. 30홈런은 거포의 의미,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대생 중 가장 먼저 30홈런을 달성한 노시환은 이 부문 2위 최정(SSG·24개) 격차를 6개로 벌리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차출로 인한 2주 공백이 변수이긴 하지만 1997년 삼성 이승엽(당시 21세), 1990년 빙그레 장종훈(당시 22세)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로 어린 홈런왕이 유력하다.
한국야구가 그토록 바란 젊은 거포의 잠재력 폭발이라는 점에서 노시환의 30홈런은 리그 전체의 경사, 축복이라 할 만하다. 장종훈, 이승엽, 이대호, 박병호 등 홈런왕을 두 번 이상 차지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들은 20대 초중반 젊은 나이에 홈런왕에 올랐는데 노시환도 전설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한국야구는 오랜 기간 거포 가뭄에 시달렸다. 1990년대생 중 30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김하성밖에 없다. 1995년생 김하성은 지난 2020년 키움 소속으로 25세에 30홈런을 쳤다. 1999년생 강백호(KT)가 2018년 29홈런, 1991년생 양석환(두산)이 2021년 28홈런, 1990년생 김동엽(삼성)이 2018년 27홈런을 기록했지만 30개를 넘지 못했다.
즉, 1990년생 이후로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김하성과 노시환 2명밖에 없을 만큼 한국야구의 거포 가뭄은 오랜 기간 심각한 수준이었다. 1990년대생 중 한 시즌이라도 20홈런 이상 넘겨본 타자도 김하성을 비롯해 1990년생 김동엽, 채은성, 오지환, 안치홍, 박동원, 박건우, 1991년생 양석환, 1993년생 구자욱, 1998년생 이정후, 1999년생 강백호 등 11명뿐이다. 올 시즌 노시환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기록한 20대 타자는 2003년생 이재현인데 아직 10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시환의 존재가 압도적이다.
아마추어에서 국제 흐름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알루미늄 배트 대신 나무 배트를 쓴 뒤로 거포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발력이 낮은 나무 배트로 장타보다 컨택에 집중하면서 정교하고 발 빠른 타자들이 득세했고, 이에 따라 우투좌타가 급증했다. 해가 갈수록 거포 유망주들의 씨가 말랐다. 몇 안 되는 거포 유망주들도 프로에선 꽃을 피우지 못했다. 당장 성적에 쫓기다 보니 현장에서 거포들의 성장을 진득하게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노시환은 아마추어 때부터 꾸준히 거포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덩치도 컸고, 좌타자로 바꿀 기회는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노시환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육성했고, 프로에 와서도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수년째 리빌딩 중인 한화는 노시환을 넣었다 빼지 않고 중심타자로 고정했다. 2년차에 12홈런, 3년차에 18홈런으로 성장한 노시환은 지난해 6홈런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30홈런까지 단숨에 돌파하면서 리그 최고 거포로 우뚝 섰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하는데 거포 부재는 리그 흥행에도 악재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노시환이 2000년대생 최초로 30홈런을 돌파하며 한국야구의 오랜 갈증을 해소해줬다. KBO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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