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자녀들은 한국 국적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2023. 9. 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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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17만 해외입양인 후손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바스티안 플릭베르트 입양인 2세]
저는 1999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에서 자라면서 저는 종종 제 아시아인으로서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곤 했는데, 그럴 때면 부모님께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이유가 부모님의 입양 때문이라고 대답해주시곤 했습니다. 입양에 관해 자세히 모르던 저는 오랫동안 입양 대신 부모님을 탓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그리고 지금 한국에 와서 대학원을 다니며 줄곧 한국 해외입양의 역사와 제도적 배경을 연구하고 조사하고나서 부모님이 네덜란드로 입양된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과 그리고 제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것 모두 바로 한국 정부의 뚜렷한 정책적 선택의 결과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에 각각 34명과 237명, 총 271명 한국 해외입양인의 불법적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개시를 결정했습니다. 과거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시기에 이루어진 해외입양 과정에 발생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와 그 과정에서 입양기관과 국가의 책임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첫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해외입양인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반갑고 뜻깊은 소식입니다.

이 실천에 힘입어 저는 부모님과 함께 네덜란드·한국인진상규명그룹(NLKRG, Netherlands Korean Rights Group)을 세워 네덜란드의 입양기관과 국가에 대한 책임규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두 부모님 모두 한국 해외입양인인 저처럼 전세계에 공식적으로 17만 명이 넘는 해외 한인 입양인의 후손들(자녀나 손자녀)은 한국 사회에서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한국 정부가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에서 해외입양인 자녀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몇 년 전이며, 지금도 입양인 후손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는 해외입양인 후손이 자신의 혈통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입양기관과 정부가 입양 배경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해외입양인이나 그 후손에게 공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입양인 모두가 느끼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후손들은 자신의 혈통과 뿌리에 대해 정보를 요청할 자격이 없으며, 또한 법적으로 부모나 조부모의 친생가족을 찾고 알 권리를 전혀 갖지 못하고 배제되어 있습니다. 입양 배경과 입양 전 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에 관한 한국 입양특례법의 조항은 입양인 본인만이 정보 접근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입양인의 후손은 입양된 부모나 조부모가 사망했거나, 살아 있더라도 한국의 친생가족 찾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조부모나 증조부모, 또는 한국의 가족, 친척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해외입양인 자녀가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한국 국적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해외입양인은 2010년 국적법 개정으로 입양 당시 박탈된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입양인의 직계비속은 양부모와 달리 다른 외국인과 동일하게 귀화 신청을 해야 하며, 이들의 국적 회복에 대한 별도의 법적 규정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적법 제6조는 후손이 3년 이상 대한민국 거주자라는 조건으로 해외입양인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지 않아도 귀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7조의 규정에 따라 '특별귀화'를 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입양인인 부모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두 가지 방법 모두 해외입양인에게 적용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또한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3호에 따르면 해외입양인은 한국에서 다른 국적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기존 국적의 포기 의무를 면제하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에 서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적법 제10조에 따라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2010년 국적법 개정으로 해외입양인이 면제 대상에 추가되었지만 당시에는 해외입양인의 직계비속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입양인인 부모가 한국 국적을 회복할 경우 그 자녀도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자리매김하려 해도 현재 법상으로는 그게 어렵습니다.

이러한 법적 어려움은 여러 세대에 걸친 언어적, 문화적 단절에 더해집니다. 한국 정부와 사회는 해외입양인을 지원 대상자로서 인식하는 것처럼 해외입양인 자녀들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한국 아동이 처음으로 해외로 입양된 지 46년 만인 1999년, 저는 태어났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4년이 흐른 지금, 저보다 어린 한국 아동 2만7000여 명이 추가로 해외로 입양되었습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수입니다.

해외입양 70년을 맞는 우리는 해외입양인의 자녀뿐만 아니라 손자녀까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해외입양 경험이 입양된 당사자인 해외입양인의 경험을 넘어 세대간 전승이 어떻게 이루어갈지 해외입양이 개인, 가족, 입양국가와 출생국가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때가 무르익었음을 말해줍니다. 해외입양은 어떤 의미에서든 과거에 머문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이어지고 있고 또 미래로 이어져갈 이야기인 것입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개시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플릭베르트 씨. (제일 왼쪽) ⓒ필자 제공
▲어린 시절의 플릭베르트 씨 가족 사진.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된 입양인이다. ⓒ필자 제공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조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8일 추가로 237명에 대한 조사 개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바스티안 플릭베르트 입양인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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