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폼 미쳤다”→“살아있는 전설” 토론토 신났다, 이번에는 “AL TOP 5 투수” 자랑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마치고 돌아온 류현진(36‧토론토)은 토론토의 ‘승리 요정’이라고 할 만하다. 류현진이 등판한 날 토론토가 이기는 경우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3일(한국시간) 현재 6번의 등판에서 5번(83.3%)을 이겼다.
류현진이 등판한 날 패한 것은 복귀전이었던 8월 2일 볼티모어전, 딱 한 경기뿐이다. 그 후 8월 8일 클리블랜드전, 8월 14일 시카고 컵스전, 8월 21일 신시내티전, 8월 27일 클리블랜드전을 거쳐 9월 2일 콜로라도전까지 류현진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토론토가 모두 이겼다. 류현진은 이 5경기에서 개인 3승을 수확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토론토로서는 이쯤되면 류현진의 등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6경기 중 5경기에서 이긴 건 기본적으로 선발로 나서는 류현진이 팀 승리의 판을 든든하게 깔아줬기 때문이다. 5경기에서 류현진은 2자책점을 넘는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5경기 중 3경기는 자책점이 아예 하나도 없었고, 8월 27일 클리블랜드전과 2일 콜로라도전에서도 2자책점씩만 내줬다.
여기에 류현진이 등판할 때 타선도 비교적 초반부터 잘 터지는 경우가 많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도, 적어도 타선 지원이 너무 빈약했다는 느낌을 준 경기는 별로 없었다. 올해 류현진의 9이닝당 득점 지원은 4.03점으로 나쁘지는 않다. 개인 경력(3.52점)을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2일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13-9 승)에 등판한 류현진은 이날도 비교적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놨다. 5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잘 버텼다.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위기를 잘 넘기는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했다. 공이 뜨면 위험한 쿠어스필드에서 어쨌든 실점을 최소화하며 버텼다.
특히 이날 주심인 앙헬 에르난데스의 악명 높은 판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침착하게 이를 막아섰다. 연타를 허용하지 않았고, 실점 상황은 오직 3회 허용한 몬테로의 투런포였다. 체인지업 실투가 가운데 몰렸는데 몬테로가 잘 때린 것이었다. 투수는 불평을 할 필요가 없었고, 류현진도 깔끔하게 인정한 뒤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내달렸다.
토론토 구단도 류현진의 호투와 팀 승리에 신이 난 듯하다.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활용하고 있는 토론토는 최근 류현진의 등판 때마다 ‘한국인 패치’가 된 듯한 문구를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21일 신시내티전(5이닝 무자책점) 이후 올린 ‘류현진 폼 미쳤다’는 문장이었다. 한국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구인데 이를 재치 있게 표현하면서 팬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2일 콜로라도전 이후에는 구단 X(전 트위터)에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올리며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표현해 관심을 모았다. 또한 3일 페이스북에는 ‘류현진은 복귀 후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이다. 이는 (해당 기간) 아메리칸리그 TOP 5 기록이기도 하다’며 류현진의 뛰어난 성적을 조명했다.
정확한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의 기록이 그쯤에 있는 건 맞는다. 실제 류현진의 복귀 시점 이후, 5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류현진보다 더 좋은 투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9명뿐이다. 류현진이 10위다. 그런데 유독 이 9명 중에 아메리칸리그 소속 투수들이 많다.
이중 아메리칸리그 소속 투수는 콜 리건스(캔자스시티‧1.72), 소니 그레이(미네소타‧2.04), 카일 브래디시(볼티모어‧2.12), 맥스 슈어저(텍사스‧2.21), 파블로 로페즈(미네소타‧2.25), 조던 몽고메리(텍사스‧2.30), 폴 블랙번(오클랜드‧2.35), 딘 크레머(볼티모어‧2.37)이다. 류현진이 9위다. 토론토 구단의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래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이 이들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 만큼 그만큼 성공적인 복귀를 축하한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첫 6경기에서 뛰어난 투구 내용을 과시하며 자신의 투구 퀄리티를 증명했다. 팀도 계속 승리로 이끌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더 많은 이닝, 그리고 더 많은 투구 수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류현진 재활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 류현진은 복귀 후 한 경기 최다 투구 수가 86개(8월 14일 시카고 컵스전)이었다. 80개 이하에서 등판을 마친 경기도 세 번이나 됐다. 8월 27일 클리블랜드전은 투구 수가 70개였음에도 불구하고 6회 위기에 몰리자 류현진을 교체했다. 2일 콜로라도전에서도 5회까지 투구 수는 76개였다. 한 이닝 더 갈 수도 있었지만 벤치는 일단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벤치의 류현진 보호 차원도 있지만, 6회 마운드에 올라갔던 두 경기(8월 2일 봍티모어전, 8월 27일 클리블랜드전)의 마지막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도 고려했을 수 있다. 팀으로서는 류현진이 6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이다. 류현진도 다가올 FA 자격을 생각하면 그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남은 5번 정도의 등판에서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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