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역사관' 논쟁..."정치권이 분열 조장"
[앵커]
항일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밖으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역사관 논쟁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적잖습니다.
조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육군사관학교 안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놓인 건,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 삼일절입니다.
[문재인 / 제19대 대통령 (2018년 3월) :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선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군인정신으로 이어가겠다는 다짐입니다. 참 뜻깊은 일입니다.]
그런데 국방부가 불과 5년여 만에 흉상을 옮기기로 한 건 새로 들어선 정권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봉오동 전투를 이끈 항일전쟁의 영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소련 공산당원 이력은 육사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조태용 / 국가안보실장 (지난달 30일) : (우리 장병들이) 투철한 대적관과 국가관, 대적 필승의 군인 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정신 전력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정부가 불을 지핀 이른바 '역사 전쟁'에는 공수가 바뀐 여야도 뛰어들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지난달 31일) : 왜 문재인 정권 때 대한민국의 육군의 간성(방패와 성)을 키우는 육사에 설치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지난달 31일) :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 정권의 '역사 쿠데타'입니다.]
문제는 근현대사 해석을 둘러싼 이념 논쟁,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처음은 아니란 점입니다.
1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건국절'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이명박 / 제17대 대통령 (2008년 8월) : 저는 오늘 분명히 말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의 정통성보다 해방 뒤 대한민국 건국을 더 중시하는 거냐는 비판이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된 겁니다.
[정세균 / 당시 민주당 대표(2008년 8월) : 우리 8·15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잘못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는 기도는 좌절시키겠습니다.]
보수 정권을 재창출한 박근혜 정부 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힘이 실리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습니다.
[박근혜 / 제18대 대통령 (2015년 11월) :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걸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2015년 10월) :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의 정상화가 정말로 시급해 보입니다.]
실제 교과서까지 집필됐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동력을 잃었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결국 폐기됐습니다.
물론, 그 뒤 집권한 문재인 정부 역시 역사관 논쟁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 선생의 서훈 추진.
그리고 일본군 복무 이력 논란이 있는 6·25 수훈자 백선엽 장군의 국립묘지 안장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남기면서 진영 간 대립이 격해졌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제대로 평가하고, 또 후대가 기억하도록 하는 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잣대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될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적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조성호입니다.
촬영기자 : 이성모 한상원 윤소정
영상편집 : 정치윤
그래픽 : 홍명화
YTN 조성호 (cho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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