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라크 등 억류 미국인 수차례 석방시켰던 美 외교관 리처드슨 별세
“자신을 ‘깡패들의 비공식 차관’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석방 역할에 만족”
북한 등 해외에 억류된 미국인을 협상을 통해 여러 차례 석방시킨 빌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별세했다. 비영리단체 리처드슨센터는 2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리처드슨이 전일 매사추세츠주(州) 채텀의 자택에서 향년 75세로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미 뉴멕시코주에서 연방 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지낸 리처드슨은 2002년 주지사에 당선되기 전인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주(駐)유엔 미 대사(1997~1998), 에너지 장관(1998~2000)을 지냈다. 앞서 14년간 뉴멕시코주 북부를 대표하는 하원 의원으로 일했다. 뉴멕시코 주지사(2003∼2011)였던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중도 사퇴하고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는 퇴임 후 북한·쿠바·이라크·수단 등 적성국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활동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여러 차례 방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4년 주한 미군 헬기가 휴전선 인근에서 비행하다 북한에 격추되자 평양에서 석방 교섭을 벌여 조종사 보비 홀 준위를 사건 발생 13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귀환시켰다. 2년 뒤인 1996년엔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강석주 당시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을 만나 밀입국 혐의로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의 석방을 끌어냈다. 2009년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 국경을 넘어 북한에 붙잡힌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 석방에도 이바지했다. 2016년 북한이 미 대학생 오터 웜비어(2017년 사망)를 억류했을 때도 뉴욕에서 북한 외교관들을 만나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애썼다.
리처드슨은 자신을 ‘깡패들의 비공식 차관(the informal undersecretary for thugs)’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맡은 소임에 만족했다고 한다.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미·북 협상과 관련해 그는 2018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그들(북한)이 일정 수의 유해는 공짜로 보내주겠지만, 그다음엔 ‘유해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유해를 발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최대한 (돈을) 쥐어짜려 할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리처드슨은 북한을 상대로 한 비공식 외교를 활발하게 한 공로로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는 등 해외 억류 미국인 석방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후보로 여러 차례 올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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