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진 스포츠, 쉬워진 철학···‘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눈길 확~[화제의 책]
매년 7월이면 사이클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린다. 3주 동안 프랑스와 인접국의 들판과 산맥을 돌며 21개 구간 약 3500㎞를 달리는 이 경기는 자전거와 한 몸이 돼 숱한 고통과 대결하며 자신을 극한으로 내모는 격렬한 스포츠다.
그런 ‘투르’에 세계 각국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참가한다. 제각기 야망과 포부를 안고 모여든 철학자들은 자전거 위에서 지성의 향연을 펼친다.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기욤 마르탱, 류재화 지음 / 나무옆의자)의 이야기는 이런 상상 속에서 시작된다.
현실과 픽션이 혼합된 이 독특한 에세이의 저자 기욤 마르탱은 현역 프로 사이클 선수이면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음 작가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사이클 선수 철학자’라는 의미로 ‘벨로조프(velosophe)’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자신과 철학자들을 명명한다.
그는 독자들이 사이클의 세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솟아나는 철학적 논담(論談)들을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상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독자들은 등반가 니체가 산악구간에서 춤추듯이 페달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속도가 증가할수록 공간이 수축된다”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가속할 것을 요구하는 독일팀 매니저 아인슈타인을 만나게 된다. 강력한 우승후보로서 그리스·라틴 팀을 이끌던 소크라테스는 홀연 자취를 감췄다 돌아오고, 플라톤은 최고의 젊은 선수에게 주는 화이트저지를 욕망한다.
또 스토아의 영웅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저조한 성적에도 개의치 않으며 저녁마다 일기를 쓰는가 하면, 파스칼은 공허감과 무의미에 대항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프랑스팀의 코치 사르트르는 선수들에게 ‘앙가주망’을 하라며 다그치고, 마르크스는 만국의 자전거 노동자들에게 단결을 촉구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결 재미있어진 스포츠와 무척 편안해진 철학을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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