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야마모토 마이의 불꽃, 결승전까지 타오를까?

정병민 2023. 9. 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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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의 마지막 날.

KB스타즈가 필리핀 국가대표를 91-66으로 초전박살 내고 4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했다. 청주 홈타운 기운이 그들을 수호하고 있는지, 유일하게 조별 예선에서 전승을 거두고 A조, B조 통틀어 평균 62.7점만을 내주며 최저 실점을 기록, WKBL의 자존심을 제대로 지켜갔다.

그리고 승장 자격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던 김완수 감독은 건너편 A조 2위를 차지한 토요타 안텔롭스와의 4강전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듯해 보였다.

WKBL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도 토요타의 플레이를 두고 “수비가 너무 강하다. 수비 스피드를 넘어설 수 없다. 저러한 수비를 배워 우리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수비만 잘하면 그나마 다행이지, 토요타는 공격까지 준수한 팀이기에 더욱 김완수 감독을 고뇌하게 만들었다. 직전 시즌 토요타는 평균 79.3점을 기록하며 59.6점만을 내준 팀. 득실 편차가 20점 가까이 육박한다.

그들은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바탕으로 W리그 2022-2023시즌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심지어 3x3 트리플잼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누리며 한국에서 좋은 추억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팀이다.

이에 대비책을 골똘히 고민하던 김완수 감독이 입을 열었다.

“토요타 앞선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특히나 김 감독은 그중에서도 야스마 시오리, 요코야마 치나미로 이어지는 백코트 자원 봉쇄를 신경 쓰고 있던 상황이었다. 선수들의 코트 비전도 출중할뿐더러, 약속된 볼 없는 움직임까지 탁월한 모습이 매 경기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31일엔 삼성생명과의 맞대결에서 10개의 3점슛을 시도, 무려 8개나 집어넣으며 한국 여자 농구팬들에게 본인의 이름 ‘야마모토 마이’를 톡톡히 알렸던 선수까지 존재한다.

당시 그녀의 손끝은 활활 불타올라, 어찌 막을 방도가 없던 상황이었다. 전반까지 던지는 슛 모두는 림을 갈랐고 후반 중반까지 8개의 3점슛을 집어넣으며, 허훈의 9연속 3점슛 대기록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쉽게 진기명기 쇼는 숫자 8에서 제동됐지만 그녀의 맹활약에 토요타는 손쉽게 예선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자 농구는 신체 조건을 고려해 보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고들 한다. 또 남자농구와는 색다른 볼거리도 제공한다. 야마모토 역시 키가 163cm으로 단신 가드 축에 손한다. 가드 포지션이지만 타 동포지션 선수들과도 견주어 놓고 봤을 때, 그중에서도 특히나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본인이 어떻게 하면 이 야생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터득해가고 있다. 단단한 코어 힘을 바탕으로 한 방향 전환은 타의 추종에 불허하고 현란한 드리블을 이용한 1대1 스킬, 넓은 시야까지 겸비한 뛰어난 공격형 포인트 가드이다. 거기에 잔망스러운 움직임까지.

수비에서도 터프함을 바탕으로 팀에 공헌하는 등, 당연히 팀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첨언하면 비범한 3점슛 능력까지 탑재했기 때문에 큰 맥락에서 육각형 선수로 봐도 될 정도다.

야마모토는 지난 9월에 열렸던 월드컵만 봐도 3경기 무득점에 그치기도 했던 선수다. 당시 일본은 포인트 가드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고, 상대 팀의 철저한 디나이 수비에 고전하며 추구하는 공격 옵션을 코트에서 정상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다.

실패와 좌절을 맛봤던 야마모토가 말했다.

“여러 일에 도전하는 것은 지금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룰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매일 꾸준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또한 괴로울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해가 되고 싶네요”

그리고 그녀는 가슴속에 맹세를 새겼고, 연습과 노력을 발판 삼아 더욱 뛰어난 선수로 발전했다. 결국 지난 6월엔, 덴마크와의 최종전을 마치고선 MVP로 수상된 뒤 마이크를 잡았다.

“득점으로 팀을 이끌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엔 득점을 할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수비도 시험해 보고 거기서 나온 과제를 아시아컵까지 수정하고 싶다”

척 보기에도 현재까지 그녀에게 만족은 없어 보였다. 

 

 

득점 이외에도 패스와 넓은 시야로도 팀을 이끌 수 있다던 그녀는 한국을 찾아서도 그러한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엔,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결승 3점슛을 꽂으며 팀을 결승으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6분을 소화하며 29점을 맹폭했던 ‘한국 넘버원 센터’ 박지수의 괴력도 소용없었다. 야마모토는 1쿼터부터 빠른 슛 릴리즈와 스크린을 이용한 플레이로 왼쪽 45도에서 3점슛을 넣더니, 경기 종료를 앞두고선 백보드 3점슛까지 집어넣으며 환호했다.

어떻게 보면 토요타의 실력과 전술에 운까지 따라줬다고도 볼 수 있던 경기. 토요타를 이끄는 오가 유코 감독은 야마모토의 슛감이 좋을 때엔 최대한 그녀의 움직임을 살려주려고 하는 모습이고, 감독의 신뢰에 선수들은 그대로 부응하고 있다.

그렇게 야마모토는 준결승전에서도 50%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지에 남기며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우리은행과 토요타 안텔롭스, 토요타 안텔롭스와 우리은행의 마지막 최후의 일전. 많은 관중들이 보고 싶어 하던 한국과 일본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과연 야마모토의 손끝은 대회가 끝나는 9월 3일까지도 식지 않을까.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피력했던 필승 의지, 첫 관문 KB스타즈는 넘어섰다. 과연 우리은행까지 넘어설까, 위성우 감독의 우리은행 앞에선 수그러들까. 관전 포인트가 많은 흥미진진한 결승전은 3일 16시 30분에 열린다.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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