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텔스기 ‘대만 우롱 숨바꼭질’ 끝났다... 美, 추적장비 제공 [최유식의 온차이나]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3. 9.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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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中 J-20 스텔스기 탐지하는
첨단 적외선장비 5억달러어치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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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 마틴의 최신 적외선 탐색·추적장비인 IRST21을 장착한 미국 전투기. 동체 중간 아래에 달린 앞부분이 검은 장비가 IRST21이다. /록히드 마틴

미국 정부가 8월23일 5억 달러 규모의 F-16 전투기용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를 대만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이 발표가 나온 다음 날 전투기와 전폭기, 조기경보기, 무인기 등을 대거 대만해협에 보내 한바탕 무력시위를 벌였어요. 외교부와 국방부 대변인도 강경한 어조로 미국에 무기 판매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F-16에 장착되는 IRST가 중국 스텔스 전투기 J-20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그동안 수시로 J-20을 대만해협에 출동시켰고, J-20이 대만섬을 내려다보는 화면을 여러 차례 공개했습니다. 대만 방공 레이더가 J-20을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해 대만 공군의 사기를 꺾어놓겠다는 인지전(cognitive war) 전술이죠.

대만 공군은 작년 11월 구형 F-16 A/B 를 개량한 최신형 F-16V 64대를 실전 배치했습니다. 이 전투기들이 IRST를 장착하면 J-20이나 소형 무인기 등을 포착할 수 있고, 유사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요. 지금처럼 J-20이 대만 방공망을 우롱하면서 숨바꼭질을 하기가 쉽지 않아진 겁니다.

◇“록히드 마틴 최신 IRST21 기종 팔 듯”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이날 5억 달러 규모의 F-16 전투기용 IRST 판매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기종이나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어요. 반면, 대만 국방부 쑨리팡 대변인은 “미국이 판매를 승인한 IRST는 F-16V블록 70용으로 개발된 최신 기종”이라면서 “중국이 수시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공군기와 무인기를 보내 군사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 방어무기가 지역 안정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판매하는 IRST 기종이 록히드 마틴의 최신 모델인 IRST21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요. 미 공군은 2021년 이 추적장비로 목표물을 포착해 AIM-120 암람 공대공 미사일로 공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F-35와 F-22, F-18 등에도 들어간다고 하죠. 네트워킹 기능이 있어서 주변 다른 전투기나 호위기 등과 표적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 국무부 정치군사국은 8월24일 대만에 5억 달러 규모의 IRST를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 /X

◇J-20 원거리 포착, 공격 가능

전투기는 주로 레이더를 통해 공중과 해상, 지상의 목표물을 포착하고 추적합니다. 하지만 레이더파를 발사하게 되면 아군 전투기 위치도 상대에게 노출하게 되죠. IRST는 레이더와 달리 외부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수동적으로 수집합니다. 스스로 신호를 내보내지 않는 만큼 위치 추적 사실을 숨길 수 있죠. 또 레이더와 달리 전자전 교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노출되는 기체 면적을 최소화해 위치를 숨기죠. 하지만 엔진 배기구 등에서 나오는 열까지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이 엔진 배기열 등을 통해 상대편 전투기를 포착하는 장비가 바로 IRST죠. 미국이 대만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IRST21 은 탐지거리가 70~80㎞로, 원거리에서 J-20을 포착해 공대공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 스텔스 전투기 J-20. /CCTV 캡처

◇“스텔스기 열세 줄어들 것”

미국은 사실 중국을 의식해 그동안 대만에 대한 최신 전투기와 장비 판매를 꺼려왔어요. 워낙 군사력 차이가 큰 만큼 정면 대결을 하는 것보다 중국군의 대만 상륙 저지에 유용한 대함미사일 등 비대칭 무기를 대량 비축할 것을 권고해왔습니다. 그랬던 미국이 IRST를 공급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건 유사시 대만 공군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이번 무기 판매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1번째입니다. 과거 1~2년에 한 번씩 팔았는데, 이제는 1년에 3~4회꼴로 무기를 제공하고 있어요.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까워진 것으로 보고 대응 강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중입니다.

대만은 기존에 보유한 140대 규모의 구형 F-16을 최신형으로 개량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죠. 2026년까지 최신 F-16V 66대까지 들어오면 200대 이상의 F-16 전투기를 보유하게 됩니다. 장옌팅 전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제공권을 잃게 되면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막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이번 IRST 판매로 중국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열세를 줄이면서 대만의 방공 능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어요.

2021년11월 성능 개량을 마치고 실전 배치된 F-16V 조종석에 앉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 대만은 1990년대초 도입된 구형 F-16 141대를 F-16V로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P 연합뉴스

◇중 관영매체도 “J-20 포착 가능” 인정

중국은 발끈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24일 브리핑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어요.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4.5세대 전투기인 F-16V가 최신 IRST를 장착해도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상대는 될 수 없다”면서 “충돌이 발생하면 F-16V는 이륙도 하기 전에 파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스텔스기가 적외선 방출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면서 “IRST는 이 열 신호를 포착해 목표물을 추적한다”고 했어요. 이례적으로 J-20이 IRST에 포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겁니다.

미국이 대만에 IRST 시스템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전한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8월24일 기사. "J-20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용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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